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방침을 지지, 나아가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정부에 주문한 조선일보도 과거 개성공단 르포 취재까지 해가며 그 가치를 인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을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이 신문의 종잡을 수 없는 논조는 2007년 과거 개성공단의 가치를 인정한 기사에서도 확인된다. 보수언론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개성공단의 시장가치가 있었다는 것.

조선일보는 2007년 12월12일 조선경제 1면(“서울에서 주문한 개성제품을 당일에 받아”)을 통해 이와 관련한 소식을 전했다. 해당 기사 온라인 판에 현지 동영상까지 삽입하는 등 생생한 현장 소식을 전했다.

조선일보 2007년 12월12일자 조선경제 1면.
이 르포 기사는 북한이 중국보다 인건비가 싸고, 속속 인프라는 갖추고 있어 개성공단이 중소 제조업체의 새 투자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중소 제조업체들이 새 투자처로 개성공단을 주목하고 있다”며 “인건비 상승과 각종 규제로 중국 등 해외의 기업환경이 악화된 반면, 개성공단은 올해 용수공급·하수처리 시설 등이 들어서며 공단 기본 인프라를 속속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은 “11일 문산~봉동 간 경의선 화물열차가 정기운행을 시작하면서 ‘3통 문제’(통신·통관·통행의 제약) 해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기술교육과 노무관리의 어려움 등 기업 활동의 제약도 여전히 만만찮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해당 기사에서는 중소기업 대표들의 개성공단 ‘찬사’가 이어진다. 투자처 물색을 위해 개성공단을 찾은 케이투발전기 고종국 대표는 “1980년대 부산의 신발공장을 보는 것 같다”며 “손놀림이 생각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2007년 초 입주했던 ㈜평안의 강진구 이사는 “중국에 있는 공장 3곳도 모두 개성으로 옮기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며 “인건비가 싸고, 당일 주문제작도 가능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일영기업 김영일 대표는 “북한 직원이 아주 성실한 것 같다”며 “동남아에 가려던 생각을 바꿔 개성에 공장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고, 로만손 김기문 회장은 “주당 48시간 근무가 기본이지만, 초과 근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면서 잔업을 자청하는 사람도 많다”고 밝혔다.

조선닷컴 온라인 판에 올라온 당시 동영상은 북한 근로자들이 수작업을 하는 사진과 영상이 담겨 있다. 

조선일보의 과거 논조는 지금과는 판이하다. 조선은 지난 11일 사설 ‘개성공단 중단, 北 돈줄 끊는 강력한 국제 제재로 이어져야’에서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내외에 보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개성공단에서 북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돈(5억6000만달러) 중 상당 부분이 김정은의 통치 자금이나 핵‧미사일 개발에 악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확인된 바 없는 사실이다.

조선일보 11일자 사설.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임금, 사회보장비 등 북한으로 들어가는 돈 가운데 근로자에게 가는 것도 있지만 (북한) 당국으로 흐르는 것도 있다”며 “이 가운데 명확하고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게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 이를 추정했을 때 수치”라고 밝힌 바 있다. 명확한 근거를 못 찾은 것. 

조선은 12일 사설에서도 개성공단 폐쇄를 ‘선거용’이라고 의심하는 야당에 대해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내린 고육지책을 총선용 술책인 것처럼 몰아붙인 것”이라며 정부를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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