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의 뉴스 진행방식이 또 도마에 올랐다.

TV조선은 지난 10일 메인뉴스 ‘뉴스쇼 판’의 이슈&인물 코너에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초대해 20대 총선 목표, 야권연대 진행 상황, 북한 도발에 대한 당론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북한이 극단적으로 나갈수록 개성공단과 같은 대화와 협력의 창구는 더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최희준 앵커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하나만 여쭤보겠다. 짧게 ‘예스’ ‘노’ 정도로 대답해달라”며 “김정은에 대한, 북한에 대한, 김정은에 대한 애정이 있습니까? 정의당은?”이라고 물었다. 이에 심 대표는 황당한 듯 웃음을 터뜨리며 “애정이 없습니다”라며 “질문이 하도, 글쎄 뭐”라고 답했다.

하지만 최 앵커는 심 대표의 답변 이후에도 “애정이 없습니까? 노(NO)입니까? 김정은에 대한 애정이 없다?”라며 “예스, 노 정도로만 대답하시면 애정이 있다? 없다?”라고 재차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이에 심 대표가 “김정은에 애정을 갖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있을까요?”라고 답해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1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사전에 없던 질문이었고 황당했다”며 “황당해서 어떻게 대응을 할까 잠시 생각을 했는데, 최희준 앵커의 개인적인 캐릭터가 원래 그런 것 같다. 다른 의원들이 출연했을 때도 평소에 생뚱맞은 질문을 하는 걸 몇차례 본 적이 있다”라며 웃어넘겼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부적절한 성격의, 사전에 예고되지도 않은 질문을, 생방송에서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은 공당 대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TV조선에서 간간히 그런 식의 질문을 하는 것으로 아는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 지난 10일 TV조선 뉴스쇼판 방송 화면

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김정은에 대한 질문을 할 수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의견을 요구하는 식이 아닌 예, 아니오로 답변을 요구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답변에 따라 오해가 생길 수도 있는 질문”이라며 “메인뉴스 앵커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김정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은 부담스럽지만 중요한 질문”이라며 “하지만 김정은에 대해 예,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이는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단순하게 물어보고 규정하려는 것 자체가 사실 왜곡”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남북관계에서 북한과 평화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대상을 몰아세워서 ‘나는 김정은이 싫어요’ 라는 대답을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며 “심 의원이 조금이라도 대답을 주저했다면 친북 정치인, 종북 정치인으로 몰아세울 수도 있다. 그런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인터뷰이를 대하는 예의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인터뷰이의 반응을 통해 속내를 드러내고 싶은 것이 진행자의 속성이기 때문에 돌발질문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예, 아니오로 대답하라는 것 자체가 폭력적이고 생방송에서 이런 질문을 던져놓고 반론할 시간도 주지 않은 건 언론자유가 아니”라고 말했다.

김창룡 교수도 “상대에 대한 기본 예의를 갖추지 않은 질문 방식”이라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마약사위 좋아하세요? 예, 아니오 로만 대답하세요’ 라고 질문 던질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소수정당의 대표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질문을 던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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