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청와대를 두둔하며 서울시장을 공박하는 논설, “누리과정 둘러싼 청와대-박원순 말싸움 볼썽사납다”(2월 6일자)제목의 주장은 논리적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논설은 그 회사의 주장을 담고있어 개인의 주장과 다를 수 있어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논리적 근거가 부실하면 비판의 대상이 된다.

가장 큰 쟁점이 된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시장간의 의견차에 대해 동아일보 논설은 박시장을 비판하며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이번에도 박 대통령이 연도나 회의 이름을 착각한 실수를 지적한 뒤 ‘나는 합의에 찬성한 것이 없다’는 식으로 말꼬리를 잡았다. 현 수석에게 서울시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한 것도 지나치다. 옵서버이면 옵서버답게 행동해야 한다. 국무회의는 같은 정치적 입장을 가진 대통령과 각료들이 의결을 조율하는 자리이지 정치적 공방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무회의 자리에서 발언권을 가진 서울시장의 정당한 주장을 ‘정치적 공방’으로 폄하하며 그런 주장이 부적절한 것처럼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옵서버이면 옵서버답게 행동해야”한다고 타이르고 있다. 옵서버는 의결권만 없을 뿐 발언권이 있다는 사실을 이 사설을 인정하면서도 무엇이 옵서버의 역할을 넘어선 것인지 아무 것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옵서버의 본분을 벗어나 의결권 행사에 나선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주장을 할까.

쟁점이 되는 현안에 대해 서울시장의 입장에서 ‘자기주장’을 통해 의결을 조율하는 것이다. 정치적 공방이 있어야 소통이 되고 민의가 전달되는 법이다. 정치적 공방이 없게 되면 일방적 지시, 명령만 존재할 뿐이다. 불통의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은 침묵하는 국무위원, 받아적기 바쁜 국무위원,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정치적 공방이라고 말못하게 하는 동아일보같은 언론이다.

대통령이 연도나 회의 이름을 착각한 실수를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말꼬리’를 잡았다고 주장했다. ‘나는 합의에 찬성한 적이 없다’고 사실관계를 바로 잡는 것이 말꼬리를 잡는다고 주장하는 동아일보의 표현이 고약하다. 국무회의에서 언급하는 연도나 회의이름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사안일 수 있는데, 올바로 지적하는 것조차 말꼬리로 매도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중시하는 언론의 역할은 아니다.

또 하나, 동아일보는 박시장이 고성을 지른 현 수석을 향해 ‘서울시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한 것도 지나치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아일보의 논리를 빌리자면 “정무수석이면 정무수석답게 본분에 맞게 행동하라”고 주장해야 한다. 예산권, 의결권의 최종책임자 대통령에게 서울시장이 ‘누리과정 예산편성의 법적책임과 논란의 해법’을 제시하는 주장을 두고 정무수석이 나서서 고함을 칠 상황은 아니지않는가.

이를두고, 경향신문은 ‘현기환의 안하무인 행태가 드러낸 박근혜 정권의 실상’에서 현 수석이 돌출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수석은 이번일 뿐 아니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보낸 대통령 생일 축하 난을 세 번이나 거부하고, 지난해 말엔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하라고 압박했다. 경향신문은 현 수석을 “대통령 심기를 살피는 호위무사”라고 비판할 정도였다.

정무수석이 대통령을 대신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부당한 일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 경향신문의 표현대로 정무수석이 대통령의 심기를 살펴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식으로 고함을 쳤다면 더욱 부당한 일이다.

국무회의는 국가의 중대사를 국무위원들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조금 불편하거나 다른 의견도 모두 수렴할 수 있어야 국무회의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정무수석이 월권행사를 하며 목소리를 높일 때 누가 나서서 자기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겠는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무회의를 죽이는 일이다.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정무회의에 대해 ‘볼썽사납다’는 식의 일방적 매도는 동아일보 논설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위다. 볼썽사나운 것은 정무수석의 안하무인격 발언이다.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토론은 더욱 활성화 돼야 하고 그것이 혹 정치적 공방으로 비치더라도 침묵하는 것 보다는 낫지않을까. 동아일보 논설은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작성됐는지 미디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납득되지않는다.

2016년 새해부터는 누구도 누구를 향해 함부로 목소리를 높여서도 안된다. 국무위원의 지적이 있다면 해명을 하든 반박을 하든 명시적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청와대의 역할이다. 침묵은 토론을 거부하는 ‘볼썽사나운 일’이다. 국무회의가 국무회의답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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