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와 건물 명도 문제 등으로 분쟁 중인 ‘테이크아웃드로잉’ 운영진들이 언론보도에 의한 피해를 호소했다. 28일 오후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이하 드로잉)에서 열린 포럼 ‘가수 싸이와 YG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언론의 거짓말’에서 드로잉의 최소연 디렉터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언론이 만든 ‘보상 프레임’에 갇혔다”며 “우리도 ‘을질’ 프레임에 갇혔다”고 언론보도를 비판했다. 

최 디렉터는 “언제 집행될지 모르는 강제집행 때문에 안 그래도 불안한데, 사실을 왜곡하는 언론과 그에 따른 악플을 보고 축처진 동료를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강제집행 이후 여자 세명이 용역들에게 맞아서 응급실에 실려가 치료를 받았는데, 인터넷에서는 ‘을질’한다고, 쫒아내야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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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2시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가수 싸이와 YG엔터테인먼트 그리고 거짓말'이라는 주제로 공개포럼이 열렸다. 참석자들이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이종임 운영위원의 발제를 듣고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언론은 재개발과 강제철거의 피해자인 드로잉에게 오히려 ‘임차인의 을질’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대표적인 보도가 8월13일 ‘싸이 승소’보도와 9월30일 ‘추석날 집나간 싸이’보도다. 8월13일 ‘가수 싸이, 한남동 카페 건물 소송 사실상 승소’라는 주제로 67건의 기사가 나왔다.

하지만 8월13일 법원판결을 보면 오히려 드로잉이 ‘사실상 승소’를 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법원은 싸이가 드로잉 대표 최소연, 최지안, 송현애 3인을 대상으로 낸 ‘건물 명도 및 부당이익금 반환청구’소송에서 피고 최소연, 최지안에 대한 소송을 각하했다. 이들에 대한 소송비용도 싸이 측에 물으라고 판결했다. 피고 3명 가운데 송현애씨는 드로잉 점포를 점유했다는 서류를 제출하지 못해 패소했다. (관련기사: “싸이가 세입자에 승소했다는 언론보도, 오보다”)

드로잉의 최지안 운영자는 “해당 기사와 관련해 드로잉 측의 반론을 싣기 위해 전화한 기자는 한겨레 기자가 유일했다”며 “기사 내용은 세입자 3명 가운데 2명이 이겼다는 건데, 제목과 리드는 모두 ‘싸이 승소’로 나갔더라”고 말했다. 드로잉 사태에 관련해 총 24건의 기사를 작성해 포럼의 토론자로 참석한 허환주 프레시안 기자는 “3명 중 2명이 승소하고, 1명이 절차적 이유로 일부 패소한 거라면 드로잉 측의 승소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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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28일 오후 찾은 테이크아웃드로잉에는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강제집행을 막기 위한 기둥이 세워져있었다. 유리문 역시 자물쇠로 잠겨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또한 지난해 9월30일 연예매체 OSEN의 ‘싸이, 왜 추석 때 집나갔나 “다 던지고파” 눈물’이라는 단독기사는 여론을 싸이 측으로 돌리는데 큰 몫을 했다. 드로잉 레지던시 작가인 신제현씨가 싸이 집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바람에 싸이가 집을 나갔다는 내용이다. 이후 관련기사에는 드로잉 측에 대해 “(싸이의)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을의 횡포”, “봐주지 마세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고 지가 ‘을’인 것도 모르고” 등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언론이 대형엔터테인먼트에 우호적인 이유에 대해 토론자들은 대형기획사와 언론의 관계를 지적했다. 싸이 측에 호의적인 기사를 맨 처음 작성한 OSEN의 손남원 기자는 지난해 4월에 출간한 ‘YG는 다르다’는 책의 저자다. 이 책은 YG엔터테인먼트의 성공에 관한 책이다. 이에 대해 고재열 시사in기자는 “옛날에는 정치인들이 언론 장학생이라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기사를 써줄 기자를 키웠는데, 요새는 대형 기획사가 언론장학생을 키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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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30일 '싸이 왜 추석때 집나갔나 "다 던지고파" 눈물'이라는 단독기사를 쓴 기자는 YG의 성공스토리를 담은 "YG는 다르다"의 저자다. 사진= YG는 다르다 표지

서강대학교 언론문화연구소 홍성일 박사는 언론, 특히 방송사가 대형연예기획사와 적대관계를 만들지 않으려한다고 말했다. 홍 박사는 “지상파에서 이 사태를 다룬 곳은 SBS가 유일하다. 지금 사회적 역할을 하는 손과 발이 묶여버린 상태다”며 “특히 방송매체는 싸이와 대형 연예기획사가 가지고 있는 거대권력과 우호적으로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YG엔터테인먼트의 연예인들이 출연하냐 안하냐가 큰 화제성을 몰고 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드로잉의 최지안 운영자는 대형기획사의 언론 통제를 지적했다. 최 운영자는 “한 기자가 말하기로 YG 측에서 드로잉 관련 기자회견에 가는 기자들에게는 YG엔터테인먼트 출입을 제한하겠다고 흘린 적도 있다고 한다. 출입을 미끼로 언론플레이 하는 것”이라며 “처음에는 YG가 그렇게 대단한가 생각했는데 기자들이 드로잉에 취재를 한 후 기사가 나가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반복되니 그 힘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이종임 운영위원은 “언론이 광우병 보도 이후 ‘PD수첩’이 광고가 떨어져나간 학습효과를 갖게 되면서 대형 기업에 우호적 관계를 쌓으려는 경향이 계속되고 있다”며 “최근 YG엔터테인먼트는 가수뿐 아니라 연예인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방송 부문에 영향이 큰 예능 쪽에도 큰 힘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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