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이 언론자유투사가 됐다. TV조선은 지난 28일 “‘친박’ 못쓴다고?... 과도한 규제 논란” 리포트에서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친박, 신박 등의 표현까지 자제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재를 받은 프로그램은 채널A의  ‘종합뉴스’로 가장 낮은 단계의 제재인 ‘의견제시’를 받았다. “친박 핵심 등 주관적인 표현이 시청자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게 TV조선이 밝힌 제재 이유다.

'표현의 자유' 걱정하는 조중동

종편 겸영 신문들은 이번 제재가 가져올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했다. 중앙일보는 29일 사설에서 “친노, 비노, 동교동계, 상도동계라는 용어의 사용도 문제가 되지 않겠나”라는 문제제기를 했다. 당사자인 동아일보는 29일 사설에서 “(계파 언급을) 사실상 금지시킨 것”이라며 “새누리당 최경환 윤상현 의원을 ‘친박실세’라고 부를 수 없게 될 판”이라고 비판했다. 동아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의벌점을 강화한 사실을 언급한 뒤 “자기검열을 강화해 선거보도를 옥죌 우려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아는 “진박이라는 말이 나온 진원지는 (언론이 아닌) 청와대”라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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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동아일보 사설.

제재 이유는 '자의적 해석'과 '과도한 추측'

‘언급해선 안 되는 사람’도 아니고 엄연히 존재하는 계파를 말하지 못하게 하는 제재는 부당하다. 그러나 조중동의 비판은 조준이 잘못됐다. 이들이 전하는 선거방송심의 제재와 실제 선거방송심의 제재의 내용은 다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선거방송심의위가 해당 프로그램을 제재한 이유 중 계파문제는 부수적이다. 제재 사유는 보도 전반에서 사실이 아닌 추측과 주관적 해석이 많아 ‘사실보도’원칙에 어긋났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선거방송심의위 안건으로 올라온 19일 채널A 보도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조경태 의원은 여당으로 옮겨, ‘신박’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보다 더 박 대통령을 걱정했던 조 의원”이라고 표현하는 등 주관적 해석이 사실처럼 다뤄졌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친박 실세’ 윤상현 의원이 설득했고, 김무성 대표에게 통보됐으며, 청와대와도 교감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추측성 보도라는 점도 지적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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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8일 TV조선 '뉴스인사이드'

'계파 언급'이 아닌 '줄세우기식 계파조장' 보도가 문제

계파표현에 대한 심의 역시 세부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계파표현을 썼다는 점이 문제된 게 아니라 ‘친박’ ‘신박’ ‘진박’ 등 대통령과 관계를 기준으로 계파를 세분화하는 걸 언론이 조장하고 있다는 게 문제제기였다. 이 같은 줄세우기식 계파보도는 국민에게 편견을 줄 우려가 있고 특정 후보를 부각해 선거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방송심의위는 심의제재와 함께 “계파를 부각하는 것 보다 정책 본질을 이야기하는 보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심의 과정에서 심영섭 위원은 “사실보도가 아닌 게 문제”라며 “(조 의원이) 박 대통령을 친박계보다 더욱 걱정했다는 표현을 통해 신박이 됐다. 사실과 의견을 섞는 방식이다. 심의규정에서 말하는 사실과 의견 구분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심 위원은 “계파에 대한 언급은 할 수 있지만 새로운 계파를 언론이 정의하면서 줄 세우는 게 합당한 보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판할 수는 있지만, 종편막장 토크 되돌아봐야 

물론, 엄밀히 따져볼 때 우리나라의 심의제도는 문제가 많다. 기준은 추상적이면서도 제재는 일관성이 없고, 과도한 면이 있다. 그러나 조중동은 비판과 함께 자사의 보도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가 만든 표현이라며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부적절한 계파 나누기의 스피커가 누구였는지 자문해야 한다. 세력갈등과 인물관계에 지나치게 치중해 정작 중요한 정책을 외면한 시사토크프로그램을 양산한 주체는 종편이다.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선거보도와 공정성 심의의 벌점을 확대한 배경이 된 막말방송과 오보를 남발한 방송 역시 종편이다.

자사의 이해관계가 얽혀야만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보도행태 역시 부적절하다. 심의제재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멀게는 PD수첩에 대한 과도한 징계가 있었고, 최근에는 채널A와 TV조선 봐주기 제재가 이어지자 야당추천 장낙인 상임위원이 심의위 회의를 보이콧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같은 문제는 외면한 채 자사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에만 핏대를 세운다면 그 건 언론자유를 위한 설득력 있는 주장이 아니다. 또 다른 행태의 자사이기주의 보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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