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했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뺀 야권연합을 이뤄야하는 국민회의와 국민의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윤여준‧한상진 국민의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김한길‧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천정배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은 2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을 선언했다. 이들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양측을 통합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천정배 의원과 국민회의 입장에서는 ‘호남신당’이라는 위치가 현역 호남의원들이 합류한 국민의당의 출현으로 무색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고 등장한 정당이기에 더민주와 다시 합치기에는 명분이 부족했다.

그 명분의 부족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실리였다. 문재인 더민주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음에도 천 의원 측은 “사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이 선대위원장직을 맡거나 공천에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어야만 더민주와 통합해서 얻을 수 있는 실리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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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의원, 천정배 의원. 사진=포커스뉴스


하지만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공동선대위원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선대위에는 박영선, 최재성 의원 등 현역 의원들과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등 영입 인사들이 포진했다. 장진영 국민회의 창당준비위 대변인은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표가 자신의 아바타를 선대위원에 포진시키는 등 기득권을 내려놓기는커녕 더욱 공고히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장 대변인은 또한 “문 대표가 사퇴하겠다고 해놓고 ‘문재인과 더불어 선대위’를 출범시킨 것은 야권대통합과 반대로 가기로 한 것으로 믿게 할 뿐임을 거듭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선대위에 최재성 총무본부장 등 문재인 대표 측 인사들이 들어갔다는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나는 누가 친노인지 아닌지 그런 개념이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결국 국민회의는 국민의당에 편입되는 모양새로 국민의당과 힘을 합치게 됐다. 천 의원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상황을 보면 (더민주의) 패권주의 해체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국민의당은 새로 만들어지는 정당으로 국민의 열망에 맞는 개혁적 가치를 담을 수 있다면 큰 틀에서 함께 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이승만 국부 발언 논란과 계파 간 갈등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 노출 등으로 당의 지지율이 하락세인 상황을 회복할 카드가 필요했다. 리얼미터가 1월 18일~22일 조사한 주간집계에 따르면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3.6%p 하락한 17.1%를 기록했다. 반면 더민주는 지난주에 비해 2.5%p 오른 25.0%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의 광주전라 지역 지지율은 37.9%에서 33.4%로 4.5%p 빠졌다. 같은 조사에서 안철수 의원의 대선주자 지지율도 3.2p 하락한 14.6%로 2주 연속 하락했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천정배 의원과 손을 잡아 호남지역의 지지세를 더 공고히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국민회의와 국민의당 간의 합당으로 더민주를 뺀 야권연합에 더욱 속도가 붙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의원은 탈당을 선언한 1월 4일 “(천정배, 박주선 의원 등) 그 분들 중 누구도 독자적으로 가겠다고 말하는 분은 없다. 안철수 전 대표도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한다”며 더민주를 뺀 야권연합의 속내를 내비쳤다.

하지만 두 세력의 합당이 시너지효과를 낼 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부호가 남아 있다. 애당초 국민회의가 더민주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실리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민의당과 합당과정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천정배 의원과 국민회의는 더민주 호남 현역의원들과의 경쟁을 주장해왔다. 그런데 그 호남 현역의원들이 현재 국민의당에 대거 합류한 상태다. 호남지역 공천을 두고 국민의당 측과 국민회의 측의 내부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일단 양측은 합당 합의문에서 “우리는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지닌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들을 총선 후보로 공천하기 위해 규칙과 절차를 마련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25일 “그동안 표현해온 ‘뉴디제이(DJ)’라는 인물들을 발굴하기로 합의했고 특히 호남 지역에선 (총선 공천을 위해) 공정한 절차와 제도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내부의 공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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