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생체실험 부대였던 관동군 731부대의 첫 남한 출신 ‘마루타’(일본어로 통나무) 희생자의 존재가 확인됐다. 

JTBC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15일 방송분에서 남한 출신 마루타 희생자인 독립운동가 김성배 선생에 대한 기록과 행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1933년 만주 하얼빈에 설치된 생체실험 부대인 관동군 731부대는 최소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생화학전을 위한 생체실험을 벌였다. 이 가운데 당시 조선인 출신 마루타 희생자는 200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일제 패망 당시 일본은 관련 증거와 기록을 모두 소각해 정확한 실태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현재까지 밝혀진 조선인 마루타 희생자는 4명으로, 이들은 모두 이북이나 만주 지역에서 출생한 항일 운동가들이었다. 일제 관동군은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조선일들을 체포한 뒤 731부대의 생체실험에 사용한 것이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이번 취재를 진행하며 조선인으로 추정되는 또 한 명의 희생자에 대한 문서를 추가로 발견했는데, 그는 경상북도 출신의 김성재 선생으로 알려졌다. 김성재 선생은 일제 만주국과 소련 접경 지역이었던 무장지대에서 정찰과 첩보 활동을 했던 항일투사로 731부대로 끌려갈 당시 나이는 25세였다. 

   
▲ JTBC 뉴스룸 14일 방송화면
 

스포트라이트 취재진은 김성재 선생의 기록을 복원하기 위해 그의 항일 활동 지역인 둥닝현의 태평천 지역을 포함해 3,000km의 중국 현지를 탐사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방송에선 아직 국내에 공개되지 않은 731부대의 세균전용 비행기 수리고가 공개될 예정이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731부대에서는 임산부부터 아이까지,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실험 재료로 투입했다. 731부대는 마루타들을 상대로 세균 실험, 생체 냉동실험, 생체 해부 등 상상하기 어려운 만행을 자행했다”며 “살상력이 높고 효과적인 세균 무기의 개발을 위해 살아 있는 몸에서 내장을 제거하거나 동물의 혈액을 주입하는 등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731부대는 세균 실험 연구에 관한 자료를 미국에게 넘기는 조건으로 면죄부를 받고 자국에 돌아간 후, 학자로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반면 희생자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규연 탐사기획국장은 14일 JTBC 뉴스룸(진행 손석희)에 출연해 “당시 731부대는 페스트균이나 탄저균이 든 세균폭탄을 중국 전역에 투하했는데 어디서, 어떻게 폭탄을 실었는지 이런 자세한 경위는 실제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수리고 발견이 “이를 밝혀낼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731부대의 첫 남한 희생자 기록을 밝히는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15일 밤 9시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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