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과 간호조무사들이 모두 발칵 뒤집혔다. 간호지원사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간호인력개편안 때문이다. 간호 직능 단체들이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정부가 지난달 21일 공고한 개편안의 원천 무효를 선언하며 개편안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또한 8월 25일 “의료법 개악”을 선언한 긴급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반대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1일 간호인력 개편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간호인력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기존의 간호조무사를 간호지원사로 개편해 1, 2급으로 이원화한 것이 골자다. 간호지원사는 간호사의 지도·감독을 받으며 2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한 이에게 1급 간호지원사 시험자격이 주어진다. 

개정법률안의 취지는 부족한 간호인력을 확충하고 간호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는 것이다. 간호인력 수요는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등에 따라 증가하고 있지만 간호인력은 그에 못 미치고 있다. 의원급 병원과 지역 중소병원은 만성적인 간호사 부족 문제에 시달린다. 간호조무사 양성체계가 미흡한데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업무까지 맡으면서 간호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 간호조무사교육자협회 회원들이 9월 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3단계 간호인력 개편안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민중의 소리
 

간협은 간호인력 개편의 기본취지가 훼손됐다고 반발한다. 간호조무사 폐지를 전제로 한 원칙과 반대라는 것이다. 간협 관계자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애초에 간호조무사 폐지를 전제로 했는데 지금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간호조무사 제도는 간호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1966년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현재 의료시장환경과 맞지 않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2년 전문대학 졸업으로 간호 전문인력이 되는 것은 간호사 위상을 깎아내리는 것”이라며 간호지원사 자격요건을 비판했다. 또한 “명확한 업무 정립을 통해 간호사와 상생할 수 있는 간호보조인력 개편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간무협은 25일 성명서를 통해 “간호조무사를 간호보조인력으로 더욱 옭아매는 현대판 노예법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간무협은 간호사 업무에 ‘간호지원사에 대한 지도·감독’이 규정된 것을 거부하고 있다. 간무협 관계자는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다른 직종의 지도감독을 법으로 명시한 보건의료 직종은 어디에도 없다”며 “간호조무사의 고유의 업무 내용을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 간호조무사들이 개편안의 1급 간호지원사에 준하는 역할과 자격을 갖췄음에도 2급 간호조무사 인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간호조무사의 사회적 기여도와 가치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간호조무사를 양성하는 특성화고등학교 또한 전국특성화고 보건간호사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지난달 27일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년 동안 교육받은 특성화고 졸업생이 1급 간호지원사 자격을 갖지 못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개편안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연구위원은 1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인력수급정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더 불거진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간호사 면허증 보유자 중 40%만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며 “간호사 부족 문제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열악한 노동조건의 문제다. 노동조건 개선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근로 조건 등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는 열악한 처우를 감내할 간호조무사만 더 양산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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