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멸종위기종인 산양 서식지를 비롯한 환경파괴 논란을 빚는 가운데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올해 3월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 지원 확약서’를 써 준 것으로 확인됐다. 

확약서의 주요 내용은 ‘오색삭도 설치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으로 최문순 지사는 3월 13일 자필 서명이 있는 확약서를 양양군에 전달했다. 

그러나 3월 13일은 아직 양양군이 케이블카 설치를 환경부에 신청하지도 않은 시점이다. 양양군이 오색과 끝청(대청봉과 1.4km 거리)을 잇는 케이블카 구간을 신청한 것은 4월 29일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양양군에 전달한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 지원 확약서’
 

케이블카 설치는 현행 자연공원법에 따라 국립공원관리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케이블카 설치 구간에 대한 환경부 실사 같은 절차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현재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설악산 정상부의 관광호텔과 레스토랑 그리고 인근의 각종 테마파크와 연계해 추진되고 있으며, 이는 현행 자연공원법과 산림보호법, 산지관리법 등에 의해선 불가능하기 때문에 법개정도 필요한 사안이다. 

최문순 도지사의 확약서는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이같은 승인 절차 등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도지사가 사전에 확약서를 써주는 것이 공정한 심의 절차에 대한 개입 아니냐는 것이다. 

박성율 목사(원주녹색연합 상임대표)는 “양양군이 신청도 하기 전에 확약서를 써 준 것은 양양군 보고 ‘신청서만 내라. 나머진 알아서 하겠다’는 것과 똑같은 얘기 아니냐”며 “공정한 심사를 해야 할 환경부에 청와대와 최경환 팀이 케이블카가 왜 안 되냐고 질책하는 것과, 최문순 도지사의 행태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하기로 다 결정해놓고 형식만 갖추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 측은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도지사 공약사업이기 때문에 강원도의 의지를 밝히고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한다는 확약서를 쓴 것”이라며 “심의의 중립성에 위해를 끼칠 거라 판단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원도 개발 치적 선점을 위한 새누리와 새민련의 경쟁?

이번 확약서 이외에도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와 설악산 정상부의 호텔 건설과 관련된 행사 참석 등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오색케이블카를 둘러싼 정치권의 행보는 내년 총선을 앞우고 강원도 개발이란 치적을 선점하기 위해 다투고 있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케이블카 추진을 지시한 이후 강원 지역의 새누리당 정치인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와 함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당 지도부도 지난 7일 강원도청을 찾아 설악산 케이블카를 이른바 ‘강원도 3대 현안’으로 꼽으며 당론으로 채택할 뜻을 밝혔다. 문 대표는 “강원도민의 오랜 숙원사업이자 최문순 지사의 공약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당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당내 의견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와 , 박성율 목사, 조현철 예수회 신부가 10일 설악산 대청봉을 향해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오체투지(五體投地)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래 오색케이블카 설치는 설악산 국립공원의 자연환경에 대한 파괴 우려로 2012년과 2013년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두차례나 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추진” 지시가 나오면서 양양군이 3번째 신청을 한 사업이다. 최경환 경제팀은 이른바 ‘산지관광특구제도’를 통해 기존에 환경보전의 필요성으로 개발이 불가했던 지역들에도 산지관리법, 산림보호법, 자연공원법 등의 규제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현재 케이블카가 추진중인 코스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설악산 국립공원 중에서도 천연기념물 제217호 산양(멸종위기종 1급)의 서식지이며 산림의 보전가치가 매우 높아 등산객들에게도 한번도 개방되지 않은 곳이다. 

한편 설악산 케이블카와 정상부 호텔 건설 논란이 계속되자, 최문순 도지사는 지난 6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설악산 정상부의 관광호텔 건설 계획을 부인했다. 그는 “지금 법상으로도 일반 산지 위에는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방침이어서 진행이 되는데 우리 설악산에는 아직 국립공원이지 않습니까? 호텔 건립은 아직 불가하고 그런 계획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강원도 측은 지난달 27일 미디어오늘 취재에 응하며 관련 법이 정비되면 산 정상부의 숙박시설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원도는 최근 평창올림픽 관광특구 개발을 위한 ‘산지 이용팀’을 신설했는데, 산지이용팀 관계자는 산악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는 법안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준비중이라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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