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이 허위라면서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변호사)을 기소한 검찰이 정작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이들에게 적용한 데 대해 앞뒤가 안맞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내 공문서 가운데 가장 큰 공문서에 해당하는 ‘대통령 기록물’을 허위로 작성했다면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형법상 ‘허위공문서작성’ 혐의이다. 이 때문에 검찰 스스로 정윤회 문건에 대해 말로는 허위라고 하면서 정작 허위로 단정할 수 없는 법적 한계를 인정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 수사발표문을 보면, 검찰은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전 비서관, 한아무개 경위를 모두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며, 이들이 작성한 것을 대통령 기록물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에 대해 “본건 문건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것으로, 정식 보고·결재를 마쳤거나 업무수행 과정의 보고사항에 해당하므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검찰은 이들이 작성한 문건의 신뢰성에 대해 “무책임하고 근거없는 풍설들이 정보로 포장돼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공직자에 의해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가공, 국정운영 최고기관의 동향보고 문건으로 탈바꿈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수사발표문엔 이 문건이 지라시라는 점도 거듭 강조됐다. 검찰은 “지라시 유통의 실상과 그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장’은 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검찰의 주장대로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을 제대로 처벌하려면, 대통령기록물을 풍문과 지라시 수준으로 허위로 작성했다면, 그것은 허위공문서 작성죄로 처벌해야 한다. 그러면 딱 떨어진다”며 “이 문서가 박관천의 기안과 조응천의 확인, 민정수석-비서실장에 전달된 형식성을 놓고 볼 때 관계된 사람 모두 다 처벌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밝혔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노컷뉴스
 

박 단장은 “민정수석의 경우 보고 받은 죄밖에 없다고 해명했다면, 적어도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의율해야 하나 그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며 “그것은 그럴만한 곡절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문건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사실성이 없다면 허위공문서 작성죄로 처벌해야 일관성이 있으나 못한 이유는 조 전 비서관 등이 본인의 업무에 대한 자신의 논리를 폈을 가능성이 높다”며 “공직기강비서관이라는 자리는 ‘본대로 들은대로 쓰는 자리’인데, 조 전 비서관의 행위를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의율하지 못했다는 것은 작성(과정과) 내용에 있어서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위공문서 작성죄(형법 227조)는 “공무원이 행사할 목적으로 그 직무에 관하여 문서 또는 도화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변개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검찰 주장대로면 ‘공무원’인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행정관 등이 ‘그 직무에 관한 문서 또는 도화’인 대통령기록물을 허위로 작성했으니 맞아떨어지는 법조항이다.

검찰이 사용한 ‘풍설, 풍문’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박 단장은 “풍문을 마치 거짓인 것처럼 얘기한 것이야말로 위험한 얘기”라며 “풍문 자체로 수사의 단서가 될 뿐만 아니라 공직기강비서관이 풍문을 들어 동향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적법한 것”이라고 밝혔다.

‘소설’은 허위로 볼 수 있는 반면 ‘지라시’와 ‘풍설(풍문)’은 상당 부분 허위일 수 있으나 완전허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도 혼란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박 단장은 “지라시라 해도 내용 전체가 허위다 아니다 단정할 수 없으며, 풍문이라는 말은 어떤 지위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얘기하느냐에 따라 그 신빙성이 다를 수 있는 것”이라며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의 말과 박근혜 대통령 인척인 김아무개씨의 말은 범부가 떠드는 풍문과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윤회 얀센 회장
@연합뉴스
 

박 단장은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박관천 경정 입장에서는 당연히 동향보고서를 쓸 수 있는 것이며, 본 대로 들은 대로 작성하는 워치독 역할을 한 것”이라며 “그러니 완벽하게 허위공문서 작성죄로 의율하지 못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부터 검찰까지 정윤회 문건 자체를 ‘지라시’로 폄훼한 것을 두고 과거 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문서는 작성시점부터 사실상 수사의뢰의 의미가 있을 정도로 엄격하고 신중하며 확실한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지라시라고 한다면 사실상 국정 컨트롤타워가 붕괴됐음을 뜻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범계 단장은 “공직기강 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문서를 지라시라고 얘기하는 것은 국정 콘트롤타워가 붕괴됐다고 스스로 시인한 것으로, 원래 그 비서관실은 그런 자리가 아니다”라며 “청와대나 검찰이나 모두 딜레마가 있으니 이런 결론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문건의 내용이 맞으면 국기문란인 반면, 지라시이면 이를 생산한 공직기강비서관과 민정수석을 그냥 놓아둘 수 없다. 컨트롤타워가 망가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통상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보고와 자료를 박근혜 대통령이 다 보는 것은 아니지만 문건에 비서실장이 등장하고, 대통령이 가장 지근거리에 데리고 있던 측근과 문고리 3인방이 등장하는 보고서인데, 당연히 대통령에 보고하고 알아야 하는 내용”이라며 “무엇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문서는 작성 자체로 바로 수사의뢰 전 단계의 성격이 있다”고 전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별도의 안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박 단장은 전했다.

이런 사정을 청와대가 다 알고도 묵인 방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런 청와대 책임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박범계 단장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네차례 정도 기회가 있었다”며 “지난해 1월 6일 비서실장에 문건이 보고됐을 때, 4월 3일 청와대 비위문건 보고과정에서 자체조사했을 때, 5월 말~6월초 정호성 비서관에 회수조치했을 때, 11월 24일 보도 직전 세계일보의 워닝 등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결국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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