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이튿날인 2일 오후 서울 용산 아이파크 백화점 이동통신 매장은 썰렁했다. 표면적으로는 보조금 상한이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3만원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 토막 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A 매장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S5가 SK텔레콤 ‘무한97’요금제 기준으로 13만3000원의 보조금을 제시했다. 무한97 요금제만 기본요금만 월 9만7000원이라는 이야기다. 이 매장 직원은 “지난달 같으면 적어도 3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 가까이 보조금을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단통법 이후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직원은 “과거에는 보조금 상한선(27만원)보다 더 드릴 수 있었는데 이젠 그렇게 못한다”며 “통신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금액 그대로 밖에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갤럭시S5 기준으로 단말기 한 대를 팔면 판매점에 남는 금액은 8만3000원 정도다. 여기에서 세금 등을 빼면 3만원 정도 남는데 가격을 더 낮출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에 따라 휴대전화 보조금이 처음으로 공개된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보조금 규모가 이전보다 적다는 불만이 적지 않게 나왔다. 이런 이유로 휴대전화 매장은 대부분 한산한 분위기였다. 사진은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의 휴대전화 판매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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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직원은 “예전에는 한 대 팔면 20만원까지 남기도 했다”면서 “세금 떼고도 10만원 넘게 남으니까 현금으로 바로 손님에게 (보조금 외에 추가로) 5만원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바꿔야하는 손님 외에는 구입할 유인이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들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조금은 10만원 안팎이다. 보조금 상한선이 27만원에서 30만원(대리점 보조금까지 합치면 최대 34만5000원, 대리점의 추가 지원금은 보조금의 15% 범위)으로 올랐지만, 최대치를 받으려면 새 휴대전화를 구입해 월 7만원 이상(2년 약정 기준) 요금제를 사용해야 하고, 요금제에 따라 차등 지급되기 때문이다.

B 매장에서는 직원이 “요금제 싼 거 쓰면 보조금이 줄어든다”면서 “어차피 내야 할 돈은 다 내니까 고민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매장 직원은 “다른 매장에 가도 10원 한 장 차이 나지 않는다”며 “휴대폰 케이스 좋은 거 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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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매장 직원은 “단통법 직전에는 손님이 바글바글했다”면서 “당분간 신규 가입자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어차피 통신사를 갈아탈 사람은 대부분 갈아탔고 어쩔 수 없이 비싸게 사야하는 아이폰6가 나올 때까지는 계속 썰렁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단통법 시행 이후 좋아진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이 직원은 “예전에는 소비자들 사이의 가격 차이가 있었지만 지금 그것은 없다”며 “보조금이 일정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이 직원은 “실제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보는 곳은 통신사들”이라며 “당분간은 이 상황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상한선이 27만원에서 3만원 오른 것은 눈속임”이라며 “34만5000원이라는 비현실적인 보조금 상한액도 문제고 그걸 받기 위해 9만원 요금제(무약정 기준)를 사용해야 하는 조건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통법 시행으로 판매점과 고객은 모두 손해를 봤지만 이통3사는 이득을 보고 있다. 이통3사의 지난 3개월간 주가를 보면 공통적으로 7, 8월부터 치솟고 있다. 소비자에게 주던 보조금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3사는 수백억원의 과징금과 영업정지에도 보조금을 포함한 마케팅 비용으로 1년에 8조원 넘게 사용해왔다. 안 처장은 “영업정지 기간에 보조금(마케팅 비용)을 아껴서 이통사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말했다.

안 처장은 “이동통신 3사가 최근 3년간 5조원에 가까운 법인세와 투자보수 비용을 부풀려 원가로 산정하고, 18조원이 넘는 과다한 마케팅 비용 등 모두 22조8천억원의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통신비로 떠넘겨왔다”며 “실제로 이동통신요금 원가 공개 소송을 제기해 항소심까지 승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안 처장은 “이번 기회에 분리공시제를 논의하는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반값 통신비를 이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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