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가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인신공격성 발언을 전혀 거르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공정선거보도감시단 보고서가 나왔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지난 2월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주도로 출범했다.

‘몽’ 만난 고기, 뉴스데스크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1일 22번째 뉴스 <공식 선거운동 D-1 수도권 전운>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는 오늘(21일)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며 “정 후보는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의) 정체성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고 밝혔다.

이 리포트에서 정 후보는 “박원순 후보는 무능하고 위험한 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국가관에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발언했다. 정 후보의 같은 발언은 21일 ‘TV조선’ 리포트 <선거팀 규모 다른 이유는>에서도 인용됐다.

MBC는 다음날에도 <선거운동 개시 ‘안전’ 경쟁>에서 “(박원순 후보가 뉴타운을) 이렇게 방치하는 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이렇게 방치한다면 그거는 범죄라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녹취 인용했다.

이런 MBC 보도와 관련해, MBC가 후보들의 근거 없는 비난에 대해 ‘필터링’을 해야 할 뿐 아니라 발언의 근거를 검증하고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발언의 내용이 상대 후보를 단정적으로 비방하는 수준의 막말인 경우에는 방송에서 이를 여과 없이 전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며 “특히 근거 없이 지나친 발언을 할 때에는 방송사 차원에서 근거를 짚어보거나 발언을 한 후보자에게 근거제시를 요구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 MBC 뉴스데스크 5월 21일자 (사진 = MBC 화면)
 

언론은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

지난 17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 분회장 염호석 씨는 계속되는 회사와의 싸움에 힘들어 하는 조합원들을 더는 보지 못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유가족의 뜻과는 다르게 노동자 염호석씨의 시신을 탈취해 갔다.

사실상 위장도급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조합원의 세 번째 죽음, 시신탈취, 조합원 구속 등의 사안은 뉴스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주요 일간지들은 침묵을 고수했다. 보고서는 “5월 19일부터 24일까지 6일간 10개 중앙 일간지 중 이 소식을 지면에 반영한 기사는 경향신문 4건, 세계일보 1건, 한겨레신문 4건, 한국일보 2건, 총 11건 뿐”이라고 밝혔다.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7일 이후 JTBC ‘주말뉴스’만 관련 소식을 다뤘다. JTBC는 이날 17번째 보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잇단 죽음…왜?>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인 34살 염 모 씨가 숨진채 발견된 건 어제(17일) 낮 1시 30분쯤, 강릉 강동면 공터에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 안”이라며 “염 씨가 소속된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그동안 삼성전자 측에 성실교섭 촉구와 건당 수수료 폐지, 월급제 도입,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며 투쟁해왔다”고 밝혔다.

KBS, MBC, SBS, YTN, TV조선, 채널A 등 다른 방송은 이 사건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보고서는 “언론은 세월호 참사가 인간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는 우리사회의 황금만능주의에 경종을 울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위장된 겉말 일뿐 진심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 5월 26일자 한겨레
 

반면, 지난 25일에는 병상에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이승엽 선수의 홈런으로 눈을 떴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야구 중계를 하던 캐스터가 이 선수가 3점 홈런을 치자 “이승엽 장외홈런”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병석에 있던) 이 회장이 외부 자극에 눈을 잠시 떴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대부분 언론은 다음날 조간에서 이 소식을 지면에 담았다. ‘진보’ 언론인 한겨레도 삼성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 <“혼수상태 이건희 회장 ‘이승엽 홈런’에 눈 번쩍”>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보고서는 “삼성전자서비스노조 조합원이 죽어나가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았던 언론들이 이건희 회장이 눈 한번 ‘깜짝’하자 쇼를 펼쳤다”며 “대한민국 최대의 광고주 삼성 앞에서 언론은 애완견이며 삼성의 ‘또 하나의 가족’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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