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가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위원 구성을 끝냈다. 여야 12대 3 구도다. 이경재 위원장 등 청와대·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위원장 포함 12명을 추천했고, 야당 추천 상임위원이 3명 추천했다. 방통위의 여야 구도 3대 2마저도 후퇴한 것. 추천 과정과 결과를 두고 ‘재승인 시나리오’라는 분석과 함께 “편파 구성으로 심사위의 권위가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복수의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방통위는 TV조선 JTBC 채널A에 대한 심사위원 구성을 여야 12대 3으로 마쳤다. 심사는 오는 10일부터 나흘 동안 합숙으로 진행된다. 위원장은 오택섭 고려대 명예교수로 정했다. 오 교수는 이경재 위원장과 같은 나이(1941년생)로 이 위원장과 서울대 동문이다. 오 교수는 KBS, 문공부 등에서 일하다 1971년 학계로 들어섰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 버지니아 커먼웰드대 매스컴연구소 소장까지 지냈다. 1981년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됐다. 2010년부터 2년 동안 미디어다양성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오택섭 교수가 25년 이상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도 명예교수로 있는 고려대는 채널A와 관련이 있다. 고려대 전신 보성전문학원을 인수한 인사는 동아일보를 창간한 김성수씨다. 김병철 현 고려대 총장은 김성수의 직계손자로 동아일보·채널A 김재호 회장의 5촌 숙부다. 김 총장은 1993년부터 동아일보 비상임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오 교수는 JTBC와도 인연이 있다. 그는 1979년부터 1980년까지 JTBC 전신 동양방송(TBC) 이사를 지냈고, 1979년부터 1981년까지 중앙일보 이사였다.

이경재 위원장이 야당 추천 몫으로 3명 이하를 고집한 배경에 ‘이대로면 3사 모두 재승인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편 사업자들도 ‘정부가 종편을 과다 선정해 사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종편은 사업계획과 승인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시정명령과 과징금까지 처분받았다. 특히 출범 목적인 ‘다양성’과 ‘콘텐츠’ 측면에서는 낙제점을 받고 있다. TV조선과 채널A는 보도프로그램을 40% 이상 편성했고, 약속한 콘텐츠 투자를 20%도 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이영만 정책국장은 “방통위 여야 위원에 비례해 심사위를 구성하지 않은 것은 그렇게 구성한다면 재승인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방통위의 구도(여야 3대 2)로 심사위를 구성하면 탈락할 사업자가 있어 이 가능성을 원천봉쇄했다는 이야기다. 이 국장은 “이경재 위원장이 편파적으로 추천권을 행사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고, 소수파가 어떻게 평가하든 재승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승인 심사위를 편파적으로 구성해 결국 부실심사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방통위가 성찰하지 않고 또 다시 심사과정과 결과를 의심하게 만드는 심사위를 구성했다”고 비판했다. 추혜선 총장은 “진영논리로 구성하는 것도 문제는 있지만 규제 차원에서 종편의 문제를 바로 잡는 재승인 심사를 할 수 있는 구성은 절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심사위원회는 총 15명의 심사위원으로 구성된다. 분야별로 방송 3명, 법률 3명, 경영·회계 3명, 기술 2명, 시청자·소비자단체 3명에 위원장 1인이다. 위원장은 심사평가에 참여하지 않고 세부 심사기준 등 논의에 참여한다. 종편 재승인은 오는 25일 임기가 끝나는 방통위 2기의 마지막 의결안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도전문채널을 승계한 MBN에 대한 재승인 심사는 올해 하반기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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