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대책위'(대책위)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판결을 두고 “전형적인 공소장 받아쓰기식 1심 판결”이라고 비판하고,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밝혔다. 대책위는 지난해 8월 국정원에 의해 발표된 '내란음모사건'에 대응하기 모인 단체로, 현재 44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대책위는 18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의혹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국정원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발표한 것”이라며 “재판부의 판결은 결과적으로 관건부정선거를 덮기 위한 국정원의 의도에 사법부가 굴종한 것으로, 지난 김용판 무죄선고에 이어 관건부정선거를 무미하기 위한 총력전에 사법부가 일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45차례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모든 진실, 백번 양보해 ‘합리적인 의혹’이라 할 수 있는 변호인단의 모든 주장들이 거짓말처럼 무시되고 검찰의 주장만이 그대로 인용됐다”며 “재판부는 녹취록이 670곳 이상 조작됐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며 재판부를 비판했다. 실제 재판과정에서 ‘전쟁을 준비하자’는 ‘구체적으로 준비하자’로, ‘전면전야, 전면전’은 ‘전면전이 안 된다고’로, ‘폭력적인 대응’은 ‘통일적인 대응’ 등으로 수정된 바 있다.

   
▲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대책위'가 18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이치열 기자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의 아내 박사옥(41)씨도 “재판부는 5개월간 공정한 재판을 하는 것처럼 보였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조작이 드러나고 진실이 밝혀졌다. 당연히 무죄 석방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하지만 판사의 이야기는 너무나 참혹했고 울분이 끓었다. 왜 5개월 동안 힘든 재판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박씨는 “그렇게 남편들이 내란음모 범죄자가 됐다. 이것이 진정 그동안 쌓아왔던 민주주의의 현실이냐”며 “받아들이기 힘들다. 억울한 누명을 쓴 이들이 나올 수 있도록 끝까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편인 홍순석 부위원장은 17일 1심에서 징역 6년, 자격정지 6년을 선고 받았다.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총회의장은 “얼마 전에 유서대필 사건 강기훈씨가 무죄판결을 받았다. 23년 만에 난 판결이지만 그래서 뭐가 달라졌나”며 “훗날에 밝혀진다 해도. 만약 여기서 그대로 넘겨버린다면 이런 일은 반복된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의 하주희 변호사도 “20년, 30년 후에 역사의 법정에서 무죄가 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현실의 법정에서 무죄가 될 수 있도록 최선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이런 상황에 따라 향후 진보당해산 가처분에 가속도가 붙고, ‘RO’ 관련자 추가 구속 및 압수수색, 국회 내 제명안 등이 처리될 것이라며, 향후 대응방향을 밝혔다. 박래군 상임집행위원장은 “먼저 부당한 판결을 알려나가겠다”며 성명을 조직하고 국제연대사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박 집행위원장은 “한국 언론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외신을 통해 알리고, 구속자들이 양심수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빠르면 다음주중에 이번 판결과 관련 토론회를 열 예정이며, 오는 26일에는 시민사회 연석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집행위원장은 “이번 판결대로라면 이적단체가 아니어도 내란음모죄로 처벌될 수 있다. 사회에 미칠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분석하는 토론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연석회의와 관련해서는 “1심에서 10만 명이 넘는 분들이 탄원 서명을 했다”며 “대책위보다 폭을 확대해 각계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대책위'가 18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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