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 먹을거리를 대신 찾아 나서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한 방송산업 발전 종합계획이 유료방송의 채널접근성을 높이고 영업거리를 늘리는 계획이었다면 지난 27일 방통위에 보고된 ‘지상파방송 광고총량제 도입(안)’은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허용 등이 유보된 상황에서 지상파 3사에 던진 플랜B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통위가 지난 6월 구성해 가동한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가 내놓은 ‘방송광고시장 활성화 방안’의 핵심은 지상파방송에 대해 프로그램광고·토막광고·자막광고·시보광고 등 종류에 따른 개별규제를 폐지하고 시간당 평균 10분 최대 12분 내 광고를 편성하도록 하는 ‘광고총량제’로 유료방송과 비대칭 규제를 해소, 공정경쟁을 시키자는 내용이다. 방통위는 업계 의견을 들은 뒤 오는 2월께 정책방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현행 방송광고 관련 규제는 비대칭이다. 프로그램 앞뒤에 붙는 ‘프로그램 광고’의 경우 지상파는 프로그램시간(광고포함)의 10분의 1 이내로 편성할 수 있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편성되는 광고는 매시간 2회(회당 1분 30초) 이내다. 자막광고의 경우, 매시간 4회(회당 10초), 시보광고는 매시간 2회(회당 10초)에 매일 10회 이내 편성해야 한다. 중간광고는 금지돼 있다(운동경기, 문화·예술행사는 예외).

   
▲ 방송광고 분류 및 현행 규제 내용.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에서 갈무리.
 
반면 유료방송은 이 같은 시간당 평균 10분, 최대 12분(2시간 이상 프로그램은 매시간 최대 15분)을 편성할 수 있다. 특히 프로그램 길이에 따라 중간광고를 허용한다(45~60분 1회 허용, 이후 30분마다 1회 추가 허용). 시보광고의 경우 규제가 아예 없다. 가상광고와 간접광고의 경우, 프로그램 시간 5/100, 화면 1/4 이내로 지상파 규제내용과 같다. 방통위 관계자는 3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종류별로 일부 규제는 있으나 기본은 총량제”라고 말했다.

방통위의 지상파 광고총량제 추진에 종합편성채널을 운영하는 신문사들은 ‘지상파 특혜’라는 입장이다. 중앙일보는 28일자 사설에서 “가뜩이나 지상파가 광고를 독식하는 상황에서 방송 종류별 제한까지 풀어주면 독과점 구조는 더 심해질 게 뻔하다”며 “지금도 적지 않은 유료방송들이 영세한 광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정·저질 프로그램을 양산하고 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유료방송 시장은 더 황량해질 것”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총량제 도입은 ‘공적재원 확대로 광고매출을 줄이겠다’는 수신료 인상 목적과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지상파가 현재시간을 알리며 내보내는 시보광고 대신 다른 종류의 광고를 내보내 시청자 입장에서는 광고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동아일보는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의 광고시간이 10분에서 12분으로 늘어나면 시청자들은 30초짜리 광고 4개를 더 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2013년 12월 28일자 사설
 
엄열 방송광고정책과장은 “주요시간대에는 최대 12분으로 늘릴 수 있지만 평균 광고시간을 10분으로 규제하기 때문에 다른 시간대에서 그만큼 줄여야 하고, 전체적으로 광고총량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엄 과장은 “비대칭 규제 상황에서 지상파가 자율적으로 광고량을 시간별로 편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만큼 칸막이 규제를 하는 나라는 없다”며 “시간, 하루, 연간 총량제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앞서 방송사업자에 다채널서비스(MMS)를 주고, 종합편성채널에 지상파와 동일한 전송방식(8레벨 잔류측파대·8VSB)을 허용하고, KT에는 접시 없는 위성방송(DCS)을 허용하는 ‘종합선물세트’를 내놨다. 업계의 반응은 갈렸지만 모든 사업자에게 선물을 나눠준 터라 대부분 관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유독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허용은 비판 여론이 심해 유보 중이다. 광고총량제가 지상파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나온 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연도별 매체별 광고비 추이. 코바코 광고산업연구소 장우성 연구위원 발제문에서 갈무리.
 
언론개혁시민연대 채수현 정책위원장은 “비판 여론 탓에 중간광고를 허용하기 힘든 상황에서 광고총량제를 차선책으로 내놓은 것으로 본다”며 “코바코의 광고영업 조건은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프라임 시간대에 광고가 집중될 수 있는 만큼 시청에 더 방해가 되고, 광고로 인한 재핑 현상이 늘어나 지상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중간광고보다 더 안 좋은 게 총량제“라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이영만 정책국장은 사견을 전제로 “오히려 종편과 유료방송들의 광고 규제를 강화해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고 시청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만 국장은 “수신료 인상, 중간광고 허용 논의에서 보듯 방통위는 이해관계자들의 이익만을 조정하는 식의 비판이 나오는데 방송광고 규제의 목적이 뭔지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사업자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킨 뒤 여기저기 떡고물을 던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엄열 과장은 “시기적으로 수신료 논의와 겹쳐서 오해가 있지만 수신료 인상 실패에 대한 플랜B는 아니다“고 말했다. 엄 과장은 ”지상파 특혜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며 ”다른 국제적 규제에 맞게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게 균형발전위의 제안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유료방송에 대한 광고 증가폭을 고려했을 때 지상파가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고 지상파의 매체 영향력도 급감하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맞춘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KBS와 MBC의 방송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한국방송광고공사(이하 코바코) 정책협력팀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 특별한 효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안 하고 있다”면서도 “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 광고 판매량이 커질수록 결합판매하고 있는 다른 중소방송사들의 광고매출도 올라갈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광고주들과 지상파도 유연하게 가는 것을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뭔가 변화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상파 및 케이블PP의 광고비 및 시청률 추이 자료. 장우성 연구위원 발제문에서 갈무리.
 
한편 광고시장에서 지상파 몫은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코바코 산하 광고산업연구소 장우성 연구위원은 2000년 대비 2012년 매체별 구성비를 분석한 결과 “지상파TV의 약 15%와 신문의 약 20%가 케이블TV에 15%, 인터넷에 20%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장우성 연구위원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신문 광고비가 지상파TV로 전이됐고, 2006년부터 지금까지 지상파TV와 신문 광고비가 케이블TV와 인터넷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일기획 광고연감을 보면 지상파TV의 광고비는 2011년 2조775억 원에서 2012년 1조9307억 원, 2013년 1조8800억 원(추정치)으로 줄었다. 2002년 전체 광고비 중 37.7%였던 지상파TV 비중은 2013년 18.9%(추정)로 떨어졌다. 다만 MBC와 KBS의 시청률 1%당 광고수입은 100억 원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케이블TV(종편 포함)의 비중은 3.6%에서 13.3%(추정)로 올랐다.

코바코에 따르면, KBS 2TV 광고비는 2002년 7025억 원에서 2012년 6030억 원으로 줄었다. MBC도 8914억 원에서 6507억 원으로 떨어졌다. SBS와 지역민방의 경우 7695억 원에서 6137억 원으로 줄었다. 반면 지상파 계열PP들의 광고비는 크게 늘었다. KBS 계열은 40억 원에서 1096억 원, SBS 계열은 190억 원에서 1229억 원, MBC 계열은 154억 원에서 1193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CJ E&M 계열 PP의 광고비는 443억 원에서 419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 시청률 1%당 광고수입 변화. 장우성 연구위원 발제문에서 갈무리.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