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경찰은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 등 체포영장이 발부된 집행부 8명을 체포하기 위해 경향신문사에 진입했다. 경찰은 민주노총 사무실뿐 아니라 이 건물 모든 층을 장악했다. 기자들과 야당 국회의원들의 출입도 쉽지 않았다. 경찰은 민주노총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이 13~15층에 진입하기 위해 다른 층의 문도 강제로 열었다. 기자가 있던 17층에서는 “오함마로 머리 내려치고… 빠루로 따”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 경찰은 해머 등을 이용해 문을 부쉈다.

저녁 6시 반께 13, 15층에 철도노조 집행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14층에 몰렸다. 이 시각까지 유일하게 열지 못한 곳이었다. 경찰은 들떠 있었다. 비슷한 시각 YTN은 민주노총발로 “22일 새벽에 민주노총을 빠져나갔다”는 속보를 내보냈다. 경찰은 당황했다. 남대문경찰서 최성영 경비과장 등은 “15층 사무실 문을 개방”하면서 14층 복도를 열기로 결정하고 곧 실행에 옮겼다. 이날 경찰은 옥상까지 뒤졌지만 ‘수배자’를 찾지 못했다.

이날 경향신문사 모든 층에는 물이 흘러 내렸다. 경향신문 기자들이 저녁밥을 먹는 9층 식당 천장에서도 물이 떨어졌다. 특히 건물 양쪽 계단에는 각종 사무실 집기와 경향신문 신문이 물에 젖어 있었다. 경찰은 물을 아래쪽으로 쓸어 내렸다. 각 층을 지키는 경찰들은 A4 용지를 보며 수배자 얼굴을 익혔다. 17층으로 가는 계단은 깜깜했고, 이곳을 지키는 경찰들은 무전기에 흘러나오는 윗선의 지시만 기다렸다. ‘허탕’ 친 뒤에야 일부 병력이 철수했다.

경찰의 허탕 소식은 시민들의 비난을 불렀다. 경향신문사 별관 앞에서 진행된 규탄 집회가 끝난 뒤 경찰병력이 일부 철수하기 시작한 밤 9시 반께 남대문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새벽에 빠져나갔다고 하는데, 확인을 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기들 말로는 그렇게 하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이 안 됐다”며 “민주노총 사무실만 했지 신문사(경향신문) 쪽은 못했다. 이게 신문사 건물이다 보니까 복잡한데 신문사 쪽은 확인을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색을 진행하며 14층에 집행부가 있을 것을 확신하고 이곳에 몰렸다. 사진=박장준 기자.
 

앞서 법원은 체포영장은 발부했으나 압수수색영장은 발부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경찰의 민주노총 본부 강제 진입은 법을 빙자한 과잉행동”이라며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남대문서 관계자는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지 않아서 (경향신문사 수색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도 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 단계까지는 아직 이야기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대문서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경찰은 22일 강제진입을 계획했다. 지난 16일부터 경향신문사 주변에 병력을 배치했고, 22일에는 강제진입과 시위 진압을 위해 체포조 600명과 병력 4천여 명을 동원했다. 오전 11시께 경찰은 민주노총 조합원 및 시민 백여 명이 있던 1층 로비 유리창을 깨고 작전을 시작했다. 이날만 총 131명을 연행했다. 이 같은 조치를 규탄하는 시민과 조합원 2천여 명이 모여 밤 9시 30분까지 집회를 진행했다.

   
▲ 이날 시위진압에 동원된 한 경찰이 철도민영화 비판 피켓을 밟고 있다. 사진=박장준 기자.
 
민주당·정의당·통합진보당 등 야당 의원도 10명 이상 모였다. 야당 의원들도 민주노총 사무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길이 막혀 있기도 하지만 오히려 길을 터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신 야당 의원들은 저녁 7시 반께 경향신문사 본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압수수색영장 없이 강제진입한 경찰을 두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규탄했다.

이날 현장을 취재하러 나온 한양대 교지 ‘한양’ 고유호준 기자는 이날 취재와 이동을 제한한 경찰을 두고 “결국 대치하는 상황만 취재할 수밖에 없었는데 경찰은 ‘내가 발표하는 대로 받아써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지금 철도파업을 보도하는 언론을 보면 ‘귀족노조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이야기와 ‘시민들이 불편하다’는 것만 보도하는데 언론이 여론을 전하는 게 아니라 양측의 입장과 정부 편향적 메시지만 내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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