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프랑스 파리와 런던 등지에서 불법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를 연 현지 교민과 유학생 등을 상대로 “법무부를 시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글을 쓴 것으로 나타나 누리꾼들의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시민들은 어떻게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행정부를 움직여 해외에서 집회시위를 벌인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격분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김 의원은 8일 오전 6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유럽순방 8보’라는 글에서 “마지막 밤을 브뤼셀 호텔방에서 쓸쓸히 보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별 일 없는거죠”라며 “통진당 해산청구 됐다고요? 사필귀정에 만시지탄”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특히 “이번에 파리에서 시위한 사람들,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채증사진 등 관련증거를 법무부를 시켜 헌재에 제출하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그걸 보고 피가 끓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민 아닐걸요”라고 선동적인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 같은 글을 쓴 것으로 알려지자 김 의원의 페이스북 친구들 가운데 김 의원의 뜻에 동감하는 사람들은 해당 글에 지지와 감사의 뜻을 내비치는 댓글을 달았다. 김 의원이 글을 쓴 직후엔 “의원님 각하보필 잘하시고 돌아오세요”(Wan Ung Lee), “김진태 의원님의 여기 우리나라에서의 활략이 그립습니다. 참, 박대통령 영국에서 차에서 내리다 넘어 지셨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신지요”(Hee Kim), “애국 국회의원 김진태 감동입니다”(박아무개), “말씀대로 파리에서 시위한 무리들 처벌되었으면 좋겠습니다...정말 화가 나요”(서아무개) 등 거의 찬양조의 댓글이 많았다. 특히 새누리 강원도 선대부위원장이라고 페이스북에 자신을 소개한 배아무개도 “박근혜대통령님 모시고 국격을 드높힌 해외순방! 김진태 국회의원님 큰일 하셨습니다”라고 갈채를 보냈다.

   
김진태 의원의 페이스북 이미지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이 인터넷에 알려지면서 다른 김 의원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분개하는 반응을 댓글로 쏟아냈다. 강아무개는 “무슨 권한으로 댓가를 치르겠다는 말을 하시는지 이해가 안되네요”라며 “정부에 대해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다 댓가를 치러야만 하나보죠”라고 비판했다. 박아무개는 “법을 전공했고 지금도 법사위 소속이신 분이 일반인도 알만한 헌법상 보장된 집회, 표현의 자유를 너무 홀대하시는 걸 보니 많이 당황스럽다”며 “‘채증을 해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협박성 표현은 국민의 종이 돼야 할 국회의원의 신분으로는 감히 상상도 못할 하극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메스컴의 눈을 끌기 위한 노이즈마케팅이 좀 과한 듯 하다”며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자중하시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격한 비난도 나타났다. OOO Kim은 “댓가를 치르겠다고? 니가 댓가를 치뤄야겠다. 국회의원이라는 작자가 말하는거 하고는.. 왜? 국정원 애들 풀어서 고문이라도 시키지?”라고 비난했다. ‘Min OOO’도 “뚫린게 입이라고 막말하시는겁니까 의원님”이라고 거들었다.

정아무개는 “영국 언론에서는 기사가 안 나와 속상하니 우매한 영국기자들에게도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세요”라며 “대통령님께서 프랑스 연설 중에 한국의 공공시장을 개방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했다고 하는 프랑스 언론인 ‘르몽드’지도 대가를 치르게 해주세요”라고 풍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생활 등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기소된 시민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한웅 변호사는 8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법치주의 바라보는 시각이 왜곡돼 있다”며 “박근혜 정권 들어 최측근이라고 할 수 김 의원 같은 사람이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훈련조차 전혀 돼있지 않아 이런 글을 쓴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난 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서 열린 불법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이 한국과 다른 프랑스에서 열렸는데도 법무부에 시켜서 채증자료를 헌법재판소로 넘기겠다는 대목을 두고 한 변호사는 “체포하려면 범죄가 있어야 하고 현행범이라는 확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위법수집 증거가 된다”며 “무엇보다 이번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의 집회는 범죄자체가 되지 않는데, 뭘 법무부에 시켜서 헌재에 넘기게 하겠다는 것이냐. 법치주의에 대한 기본이 안돼 있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댓가를 행사하겠다는 발언을 두고 한 변호사는 “제대로 된 대통령이라면 시위한 것을 보고 왜 저럴까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 먼저이지, 측근 국회의원이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의 자격 뿐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인간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무부를 움직이겠다는 사고방식 자체도 헌법상 보장된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발상이자, 오만한 발언”이라며 “검사까지 했다는 국회의원이 이렇게 발언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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