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수사에 대한 서울경찰청의 부당 압력을 폭로한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것과 관련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자 한국일보 기자들이 부당한 조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25일 지면 1면과 8면을 통해 권은희 전 과장의 인터뷰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한국일보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인터뷰를 사양해 왔던 그는 이날 만남 내내 담담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힐링’을 자주 언급해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인터뷰 직후 서울경찰청은 권 과장의 인터뷰를 문제 삼았다. 서울경찰청은 권 과장이 ‘여권-국정원-경찰청’의 3각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고 경찰 수사의 문제점 등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개인의 판단과 추측을 말한 점, 그리고 언론과의 인터뷰 약속 전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권 과장을 인터뷰했던 한국일보 송은미 기자는 통화에서 “서울경찰청에서 밝힌 경고의 이유는 사실관계부터 잘못됐다”면서 “권 과장에 대한 경찰청의 감정이 좋지 않으니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비판했다. 
 
송 기자는 “권 과장이 ‘3각 커넥션’ 의혹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의혹에 관한 질문을 먼저 한 것이며 인터뷰 전체를 보면 권 과장은 의혹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배제하고 이미 드러난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만을 확인해줬으며, 이에 대한 개인적인 심경이나 원칙을 밝혔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9월25일자 1면
 
   
한국일보 9월25일자 8면
 
25일자 한국일보 기사에서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송 기자가 “지난해 대선을 목전에 둔 12월 11~16일 국정원 2차장 산하 직원들이 당시 서울경찰청장,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장, 수서경찰서장 등과 조직적으로 접촉했다. 여권 유력 정치인과도 통화를 해서 ‘3각 커넥션’의혹이 제기됐다. 권 과장은 연락을 받았나”라고 묻자 권 과장은 “없었다. 그런 식의 통화, 통화, 대인 마크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대답했다.
 
또한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경찰청의 주장에 대해 한국일보는 반박했다. 한국일보는 26일자 10면 기사 <‘언론 인터뷰’ 권은희 수사과장 경고>에서 “경찰 수사의 문제점에 대한 언급도 경찰 내부 분위기를 언급했을 뿐 재판과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오히려 권 과장은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 국정조사, 국정조사, 재판에서 경찰 측 증인들의 말은 한결 같이 본인의 진술과 상반된다’라는 질문에 “증인과 증언의 신빙성은 재판부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재판에 영향을 주는 사견을 표출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원칙을 말한 것이다. 

인터뷰 사전보고에 대해서도 한국일보는 27일 기사를 통해 17일 경찰청에 이를 알렸고, 권 과장 역시 인터뷰 내용에 관한 '보도 예상 보고서'를 24일 올렸던 만큼 사전 보고 규칙을 어긴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송 기자는 “거의 지켜지지 않은 규칙인데, 서울경찰청이 권 과장에게만 엄격하게 적용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인터뷰는 이번 사건에 대한 권 과장의 개인적 심경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질문 역시 ‘아쉬울 것이 없는 사람이어서 외압을 폭로했다는 시각이 있다’, ‘경찰 조직에 누를 끼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언론에 공개한 것을 후회한 적은 있나’, ‘경찰 조직에 회의를 느끼나’ 등 의혹이나 문제점이 아닌 권 과장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이치열 기자
 
다른 한국일보 기자들 역시 경찰청의 조치에 대해 “속 보이는 조치”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한국일보 기자는 “경찰청의 반응은 부당하고,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국정원과 경찰청, 그리고 정권측 인사가 중간 수사발표를 하기 전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이 없었다’는 내용의 통화를 여러 차례 한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 (서울경찰청이) 반성하는 것이 맞는데도 오히려 상황을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 (경고 조치 등으로)단속하고 있으니, 뻔뻔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 민실위 관계자는 “권은희 과장 인터뷰는 국정원과 정권 차원의 선거개입이라는 시각과 그렇지 않다는 쪽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편향적이지 않은 한국일보가 할 수 있는 인터뷰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이후에도 경찰청이 권 과장에 대한 부당한 조치를 계속 이어나간다면 기사를 통해 그 문제점을 지적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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