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이경재 위원장이 수신료 인상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 위원장은 23일 방통위 출입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공정방송 위해선 수신료를 높여야 하고 광고를 줄여야 한다는 게 기본 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신료 인상으로 인한 광고물량 중 종편이 얻을 수익을 KBS 광고매출의 2~3%라고 추정했다.

KBS 2012~2013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광고매출은 6236억 원이다. 전체 수입 1조5680억 원 중 39.8% 수준이다. 수신료 수입은 5851억 원으로 비중은 37.3%다. KBS가 논의하고 있는 ‘2배 인상안’이 현실화될 경우, 물리적으로 따졌을 때 광고 없는 KBS가 가능하다. 이경재 위원장이 추정하는 ‘종편 몫’은 187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경재 위원장은 최근까지 ‘수신료를 인상하면 KBS에 쏠린 광고물량이 종합편성채널 등 다른 방송사업자로 옮겨가 방송 생태계가 선순환 구조를 이룰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수신료 인상에 드라이브를 걸어 왔다. ‘종편을 위한 수신료 인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다만 이 위원장은 수신료 인상의 최대 수혜자는 MBC, SBS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광고를 줄이면 그게 종편으로 가지 않냐 하지만 (광고 관련 영향력 지수 조사를 보면) MBC, SBS가 가져갈 것이고 신문사 모바일 종편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종편 감싸기’로 해석된다. 종편은 방통위에 ‘케이블 가입자에게 지상파와 동급으로 인식될 수 있는’ 8VSB을 허용해 달라고 조르고 있다. 미디어렙 설립을 유예해 광고 직접영업을 연장해 달라는 입장도 내비치고 있다. 추가특혜로 종편의 시청률이 오르고, 매체력이 커질수록 KBS에서 빠져나오는 광고물량 중 종편 몫은 많아진다.

이 위원장은 “종편으로 가는 건 내가 보기에 전체의 2~3%나 될까”라며 추측성 발언을 했다. “그거 때문에 전체가 안 된다는 논리는 성립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수신료 인상론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수신료 관련 실무부서는 이 위원장에게 관련 보고를 한 적이 없다. 결국 이 위원장의 개인적 추측이거나 바람이라는 이야기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종편 추가 특혜 공모 담합’ 문건 폭로 뒤에도 “수신료 협상이 고공에서 진행되고 있고, EBS 번호를 차지하려는 압박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KT와 일부 개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종편에 콘텐츠 사용료를 지급했다. 이 위원장이 언급한 2~3%는 종편의 전방위적 생존 경쟁, 추가 특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가장 보수적인 전망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종편에 특혜를 줬고, 이제 이를 규제해야 할 때가 됐는데 규제기관의 위원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KBS가 수신료를 올렸을 때 인상폭에 따라, 종편의 추가 특혜에 따라 종편에 갈 광고물량에 대한 전망이 다른 상황”이라며 이경재 위원장의 ‘개입’이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광고영업 정책과 광고시장을 분석해 온 광고 유관기관 관계자는 “KBS가 광고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종편에 대한 효과는 극히 미미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종편의 매체력이 올라가면서 (종편에 돌아갈 몫을) 2~3%보다는 더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시청률이 미미하고 매체력이 전혀 없던 과거와 다르다”고 봤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공영방송이 자본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차원”이라며 “KBS 광고가 빠지면 다른 매체로 옮겨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3%는 종편에게 돌아갈 몫이 극히 미미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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