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2012년 7월 18일 파업을 중단했다. 파업에 동참했던 김태호 PD는 업무에 복귀했다. 7월 21일, 6개월간 멈춰있던 <무한도전> 복귀방송에 시청자들은 기뻐했다.

그리고 파업 복귀 1년이 지난 지금, 시청자게시판에는 프로그램이 예전만 못하다는 성토가 눈에 띈다. 여전히 동시간 시청률 1위에 코바코가 선정하는 프로그램 몰입도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팬들 사이에서 위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제작진의 파업 복귀 후 목표는 시청률 회복이었다. 닐슨코리아의 월별 평균시청률(전국 단위)에 따르면 2011년 1월부터 파업 직전인 2012년 1월까지 <무한도전>은 월 평균 16.6%의 시청률을 나타냈지만, 파업 이후 9.8%(2월)→6.9%(3월)→6.0%(4월)→5.0%(5월)→4.8%(6월)로 김재철 MBC사장의 평판처럼 추락했다. 7월 첫째 주 방송에선 3.5%라는 굴욕적 시청률도 기록했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복귀 후 첫 방송에서 14%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후 △개그학개론 이나영 편 △말하는대로 편 △니가 가라, 하와이 편 △약속한대로 with 손연재 편 △무한상사 with G드래곤 편으로 승승장구했다. 10월 20일 방송에선 300회를 맞아 ‘쉼표’ 특집을 내보내며 의지를 다졌다.

   
▲ MBC '무한도전' ⓒMBC
 
이후에도 재밌는 기획이 많았지만 파업의 여파 탓인지 장기 아이템이나 눈에 띄는 소재는 등장하지 못했다. △해님달님 편 △언니의 유혹 편 △못친소 페스티벌 편 △무한택배 편 △박명수의 어떤가요 편과 같은 단발성 아이템은 <무한도전> 팬이라면 낯설지 않은 포맷이었다. 지난해 말 뉴욕스타일 with 싸이 편이 큰 호응을 얻었지만 싸이의 인기에 기댄 측면이 컸다.

<무한도전>의 장기였던 추격전의 경우 △공동경비구역 편 △숫자 야구 편 △술래잡기 편이 호평을 얻었지만 △뱀파이어 편 △맞짱 편 등은 기대에 못 미쳤다. 하와이에서 촬영한 와이키키 브라더스 편의 경우도 기대만큼의 ‘빅재미’가 없었다. 지난 3월 택시노동자들의 일상을 담은 멋진 하루 편과 지난 4월 정준하의 정리해고를 다룬 무한상사 편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호평을 받았지만, 높은 시청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등장한 빙고 편, TV특강 편, 간다간다 뿅 간다 편,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의 경우는 기획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평을 받았다. 박명수의 고향 전북 군산을 찾아간 우리 어디가 편과 웃겨야 산다 편의 경우 몸개그를 통한 웃음이 주를 이뤘는데 주로 잔재미에 그쳤고 완성도는 떨어졌다. 지난주 방송된 흑과 백 편의 경우도 호평을 찾기 어려웠다.

   
▲ MBC 파업 종료 이후 1년간 '무한도전' 시청률 추이. 닐슨코리아 자료. ⓒ조윤호 기자
 
그렇다면 <무한도전>은 현재 위기일까. 시청률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닐슨코리아에 의뢰해 MBC 파업종료 후 지난 1년 간 <무한도전> 시청률 추이를 분석한 결과, <무한도전>은 단 한번도 10%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여줬다. 이는 충성도 높은 고정 시청자층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증거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가 발표하는 프로그램몰입도 역시 1위를 이어가며 광고주에게 매력적인 프로그램으로 통하고 있다.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위기’다. 트위터 아이디 @hari11033은 “쫄쫄이 입고 몸으로 때우던 무한도전 시절부터 팬인데 이젠 이러다 폐지되는 거 아닐까 겁이 날 정도로 재미가 없다. 진짜 의리로 보는 느낌”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요즘 무한도전을 보면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멤버들이 많이 지친 느낌이다”라고 적었다.

시청자 유호영씨는 <무한도전> 시청자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무한도전은 지금 대세 예능들의 모태라고 할 만큼 여러 가지 장르 시도를 많이 했지만 이젠 모든 장르에 발만 걸쳐놓은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추격전은 ‘런닝맨’, 멤버관찰은 ‘진짜 사나이’, 힐링은 ‘아빠 어디가’, 고난도 게임은 ‘더 지니어스’가 우위다”라고 밝혔다. 남귀성씨는 “판을 짜주면 뭐하나. 멤버들이 분량을 못 만들어낸다. 박명수는 고작 한다는 게 데프콘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MBC '무한도전' ⓒMBC
 
‘위기’에 대한 고민은 제작진에게서도 드러나고 있다. 김태호PD는 <아나운서저널> 6월호에서 “시청자의 50% 이상이 50대 이상이 되어버렸는데, 당장 방송이 끝난 후의 평가는 10대, 20대가 글을 쓴다. 그 두 개의 타협을 봐야 하는 시점이 돼서 요즘 고민이 많다. 최근에도 추격전을 준비했다가 성인들이 보지 않을까봐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심부름센터 특집’을 했다”고 말했다. 김PD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서 “한 시즌 끝내고 다음시즌을 준비하는 프로그램들의 마음은 어떨까?”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승한 TV평론가는 파업 복귀 이후의 <무한도전>을 두고 “예전에 비해 이야기의 템포나 전개가 떨어진다. 작년 파업의 여파가 남아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무한도전은 캐릭터 쇼로서 앞서 쌓아온 캐릭터의 역사를 시청자와 공유하며 승승장구했는데, 파업으로 그 연결고리가 흐릿해졌다”고 지적한 뒤 “파업 이후 방송에선 단타성 아이템이나 직관적인 에피소드가 주로 반영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무한도전은 여전히 재밌지만 순간의 잔재미가 많고 완성도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지친것 같다”고 지적한 뒤 “무한도전은 평균 이하의 멤버들이 레슬링과 봅슬레이 등에 무모한 도전을 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매력적이었지만 지금은 캐릭터가 다 커버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파업 이후 멤버들은 이미 결혼을 하고 좋은 집에 사는 톱클래스인데, 예전과 같은 코미디를 볼 경우 시청자 입장에선 정서 형성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MBC '무한도전' ⓒMBC
 
답이 있을까. 이승한 평론가는 “무한도전을 오래 본 팬들은 이제 추격전을 한다고 하면 머릿속에 대충 그려지는 상이 있다. 그것을 뛰어넘으려면 더 게임의 트릭을 복잡하게 해야 하는데, 그러면 웃음이 나오기 어려워지는 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한도전의 장점은 캐릭터의 역사를 바탕으로 정리해고 편과 같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쯤 한 번 장기미션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교석 평론가는 “현재 노홍철 외에는 에너지를 예전처럼 유지하는 사람이 없다. 기획이 좋아도 멤버들이 끌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일단 단순한 몸 개그부터 멈추고, 다음 버전을 보여줄 때가 됐다”고 밝혔다. 김태호PD는 <아나운서저널>에서 “모든 것은 사람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화면 안에 나오는 출연자들 안에 모든 답이 있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이 시청률로 드러나지 않는 ‘위기’를 돌파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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