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해 송전탑에서 171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이 9일 오전 고공농성을 중단하고 송전탑 밑으로 내려왔다. 조건 없는 복귀로 이들은 내려온 직후 병원으로 후송됐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이날 철탑 아래로 내려온 뒤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송전탑에 올랐는데 한발자국도 앞으로 가지 못하고 내려와 안타깝다”며 “박근혜 정부와 국회는 쌍용차 국정조사를 통해 비정규직, 정리해고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고공농성자들은 내려왔지만 한 지부장의 말처럼 여전히 쌍용자동차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직 상하이기차의 기술유출, 회계조작의 책임규명이 여부를 가리지 못하고 있고 무급휴직자는 복귀했지만 정리해고자나 희망퇴직자는 정부지원도 없이 방치되고 있다.

결국 해법은 국정조사뿐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박 대통령 당선 이후 이 약속이 온데간데 사라졌다. 그런데 민주당이 지난 1월 국정조사 대신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노사정 2+3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면서 새누리당에 면죄부가 쥐어진 셈이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9일 성명을 통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쌍용차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정조사와 해고자들의 복직을 약속했지만 대선이 끝나자마자 약속은 온 데 간 데 없고 유명무실한 여야협의체만 남아, 문제 해결을 위해 단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첫 번째 책임은 국민과의 약속을 철저히 무시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있지만 민주당 역시 이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며 “국정조사 요구는 외면한 채,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면피용 여야협의체 구성에 동의함으로써 국회에서 쌍용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길바닥으로 내몰린 해고노동자들이 그 길바닥조차 빼앗기는 동안 여야협의체가 그 어떠한 성과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며 “두 해고노동자의 철탑농성이 종료됐다고 하여 쌍용차 사태도 종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허울만 남은 면피용 여야협의체를 즉각 해산하고 국정조사를 포함하여 실질적인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9일 오전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에 관한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쌍용차 평택공장 인근 송전탑에 올라 농성을 벌여온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한상균 전 지부장(왼쪽)과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이 농성을 풀고 송전탑에서 내려온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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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통합진보당 부대변인도 “쌍용차 국정조사는 대선공약이나 진배없었으나 지금은 마치 없던 일로 취급되고 있다”며 “하지만 국정조사야말로 기술유출, 회계 조작 등의 의혹을 낱낱이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민주당이 제안한 ‘2+3 협의체’도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줄 뿐 해법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새누리당에 칼날을 돌렸다. 박 대변인은 “민주당이 171일 동안 철탑에 올라 외롭게 자기주장을 했던 두 노동자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태도를 돌변해 함께 어렵게 합의하고 대통령이 나서서 약속했던 국정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약속 위반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외로운 싸움에 우리가 고개를 돌려서는 안 되다”며 “노동자들이 철탑에서 내려왔다고 쌍용차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더 곪기 전에 정치권이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정부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생각을 고쳐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농성 종료에 대해 이창근 쌍용차 지부 기획실장은 “중요한 것은 건강 악화나 다른 여타 부분 때문에 내려온 것이 아니라 이번 농성을 조건 없이 끝냈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정치권이나 회사는 ‘내려오면 이런 저런 것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여러 차례 말했기 때문에 이제 회사와 정치권이 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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