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뉴스라도 어디에서 소비되느냐에 따라 반응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신문 1면에 소개됐던 뉴스라도 SNS에서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신문 구석이나 방송뉴스 끄트머리에서 ‘단신’으로 언급됐던 뉴스가 SNS에서 큰 화제를 모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언론 보도가 SNS를 타고 더 널리 확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 한 주간 신문·방송 등 언론에서 화제가 됐던 뉴스와 SNS에서 관심을 모았던 뉴스를 비교 해보는 <뉴스와 SNS>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주는 북한의 ‘위협’이 내내 오프라인에서 화제였죠?
오늘 오후였죠. 북한이 개성공단의 통행을 차단했다는 소식이 속보로 올라왔습니다. 2009년 3월 이후 4년 만입니다. 공단으로 원자재가 들어가고, 거기서 생산된 물건이 남측으로 들여와야 하는데 길이 막혀버렸습니다. 아직은 괜찮다고 하지만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기까지, 요 며칠을 되돌아보면 어떨까요?
지난 달 30일이었죠. 북한이 “이 시각부터 남북관계는 전시상황에 들어간다”고 선언했습니다. 표현 수위가 좀 높았는데요, “우리의 첫 타격에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도가 녹아나고 남조선 주둔 미군기지는 물론 청와대와 괴뢰군기지도 동시에 초토화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31일에는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죠?

북한은 “우리의 존엄을 조금이라고 훼손하려 든다면 공업지구를 가차 없이 차단·폐쇄해버리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같은 날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핵무장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언론들은 어떻게 보도했나요?
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들이 이 뉴스를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다루지 않은 언론사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 조선일보 4월1일자 5면
 
 
-기사를 몇 개 살펴볼까요? 
월요일이었죠. 1일자 신문들을 보죠. 조선일보는 개성공단 폐쇄 위협에 대해 ‘북한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공단 폐쇄 시 경제적 피해가 123개 입주기업에 국한되는 한국과 달리, 북한은 정권 차원의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는 건데요, 개성공단이 북한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알려진 것보다 크다는 겁니다. 
 
한겨레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는데요, “5만명의 북한 노동자가 고용돼 1년에 8000만 달러(880억원)의 임금을 받기 때문”이라는 이야깁니다.
 
서울신문은 “한반도 비핵화가 요원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의도”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고요, 쓸 수 있는 카드를 한 장씩 꺼내는 ‘살라미 전술’을 쓰는 게 아니냐, 이런 분석도 나옵니다. ‘살라미’는 얇게 썰어서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라고 합니다.
 
한국일보도 ‘김정은식 살라미 전술’이라고 평가했네요. 북한은 2일에도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했죠.
 
-SNS에서도 관심이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오프라인 언론들이 보도한 것처럼 반응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개성공단 폐쇄의 경우 많은 분들이 의견을 올리고 리트윗도 했는데요, 북한 전시태세 돌입 소식의 경우 언론사 공식 트위터나 시사평론가들 트위터 외에는 반응이 비교적 적었던 편입니다.
 
-아무래도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일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될 것 같습니다. 

   
▲ 한국일보 4월1일자 4면
 
 
-트위터 반응을 소개해주시죠.
한 이용자는 “반대로 생각해보면, 전시체제까지 선언할 정도로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싸움부추기는 주변국가(특히 일본) 의 말 듣지 말고 북한과 친해집시다. 대화로 긴장을 풀자고요”라는 트윗을 남겼네요.
 
-여야 의원들 반응도 있었다고요?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30일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한미양국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각오로 함께 힘을 쏟아야”라고 강조했고요, 민주통합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오늘 “스스로 멸망의 길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평화와 경제를 위해서도 즉각 출입을 승인할 것을 촉구합니다”라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유독 SNS에서 화제가 됐던 뉴스는 어떤 게 있었나요? 
아마도 한 주간 SNS에서 가장 ‘핫’했던 뉴스는 소설가 이외수씨의 혼외자식 소송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소설가 이외수씨. ⓒCBS 노컷뉴스
 
 
 
-오프라인에서도 워낙 유명하시지만, 트위터에서 더더욱 유명했던 분이죠?
소설가 이외수씨는 트위터 팔로어가 160만명을 넘습니다. ‘트위터 대통령’이라는 별명도 있죠. 
 
-어떻게 된 사건이었나요?
경향신문 보도였는데요, 경북에 사는 오모씨 등이 이외수씨를 상대로 친자 인지 및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오씨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1987년, 이외수씨와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는데 이후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오씨는 호적에 올려 달라, 양육비 2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소장은 2월1일 접수됐다고 하죠. 현재 오씨의 아들은 대학생이라고 합니다. 
 
-이외수씨의 입장은 뭔가요?
이외수씨는 31일 트위터에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의 보도나 억측은 사실과 다릅니다. 조만간 법적 절차에 따라 원만한 해결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양측에 피해가 없도록 음해성 악플이나 억측을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 소설가 이외수씨의 트위터.
 
 
-평소 이외수씨가 트위터를 통해서 사회문제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펼쳐왔기 때문에, 트위터 이용자들도 충격이 컸을 것 같은데요.
트위터 이용자들의 반응을 볼까요. 한 이용자는 “표리부동의 본보기”라고 평가했네요. 다른 이용자는 “사실이라면 정말 실망이다. 한순간 실수라기엔 좀 심하고, 실수에 대처하는 자세도 꽝”이라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반면 응원의 메시지도 있었습니다. “포기하지 말라. 절망의 이빨에 심장을 물어 뜯겨본 자만이 희망을 사냥할 자격이 있다”는 이외수씨의 말을 다시 트윗에 올려 힘을 불어넣어준 트위터리안도 있었습니다. 이외수씨는 31일 마지막 트윗을 남긴 이후 트위터 활동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오프라인 언론에는 얼마나 보도됐는지도 궁금하네요.
조선일보나 한겨레, 한국일보, 세계일보 등이 이 소식을 다뤘습니다. 대부분의 스포츠일간지나 인터넷 매체들도 비교적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SNS에서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더 뜨거웠던 것만큼은 분명해보입니다.
 
-오프라인과 SNS에서 모두 화제가 됐던 소식도 있죠?
아마 많은 분들이 관심 가지셨던 뉴스였을 텐데요. 지난 4월1일,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놨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워낙 어렵다보니까 관심이 쏠렸습니다.

   
▲ 중앙일보 4월2일자 1면
 
 
-사람이 먹고 사는 일이기 때문에 아마 많은 분들이 관심 가지셨던 뉴스였을 텐데, 내용이 뭐였나요?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 하우스·렌트푸어 지원, 보편적 주거복지 방안 등입니다.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폐지된 게 눈에 띕니다. 양도세 자체도 대폭 깎아주기로 했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고 대출 규제도 완화해주기로 했습니다. 
 
-전반적인 평가는 어떤가요?
우선 예상했던 것보다 정책의 범위가 넓고 강도도 높은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세부 대책만 46개에 달한다고 하죠. 특히 양도세를 대폭 깎아주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 중앙일보는 “1998년 외환위기 극복에 나선 김대중 정부에서도 쓰지 않던 카드”라고 평가했습니다. 매일경제신문도 “사상 최강 수준”이라고 보도했네요. 
 
중앙일보는 이번 대책에 대해 “부동산 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공급은 줄이고, 수요를 늘리겠다는 건데, 이게 지금까지의 기조와는 반대라는 이야깁니다. 
 
-지금까지는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봐야 겠죠? 
투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올라갔다, 이런 판단 때문이었는데요. 반면 이번에 발표된 대책을 보면 주택거래 활성화에 신경을 쓴 게 눈에 띕니다. 
 
실제로도 전국의 주택 거래량이 2006년 이후 최저치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집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죠.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없으니까, 자연스레 거래량도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신문들은 어떻게 보도했는지 궁금하네요.
‘강도가 높았다’는 점에는 의견이 모아지는데요, 언론들의 평가는 조금씩 다릅니다. 한겨레는 ‘세금 줄여 집거래 유도…위태로운 부동산 부양’이라는 제목을 달았네요. ‘투기 부추기기’라는 건데요, “대규모 감세로 세수가 줄면 정작 이번 대책의 또 다른 축인 주거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한겨레 4월2일자 1면
 

   
▲ 경향신문 4월3일자 만평
 
 
경향신문 만평이 재밌는데요, ‘산 사람은 살자는 얘기다’라고 풍자했네요. 
 
동아일보는 <1주택 하우스푸어 집 팔기 쉬워진다>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번 대책 중 ‘하우스푸어 구제 대책’에 초점을 맞춘 보도인데요, 서울신문도 <하우스푸어 최장 10년 원금상환 유예>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네요.
 
-SNS에서도 화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은데요. 
의견이 분분한데요. “우리에겐 부동산 대책이 아닌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는 트윗이 인상적입니다. 주로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안 되는 20대~30대들에게는 별 소용이 없는 대책이라는 평가일 텐데요. 
 
반면 “계획대로 잘 추진돼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일자리가 창출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고요, 수직층축 리모델링이 허용된 것에 대해 기대감을 표하는 트윗도 많았습니다. 
 
주택을 보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의견이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앞으로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위 내용은 3월20일 tbs(교통방송, 95.1㎒) FM <이익선의 SNS쇼>(월~금 20:00~21:00) 수요일 코너 ‘뉴스 vs 뉴스’에서 방송된 원고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프로그램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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