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재보궐 선거 노원병 선거에 나선 정태흥 통합진보당 후보는 지난 1일 오전 노원구 상계동 정 후보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야권단일화에 대해 “지금은 각자의 길을 가야 할 때”라며 선을 그었다. 정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최하위에 머물러 있지만 “인지도가 전혀 없는 후보임에도 7% 가까운 지지를 얻었다”며 “색깔론에 먹칠되고 있지만 진정성이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평했다.

정 후보는 이번 선거 출마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권에 경종을 울리는 선거”라며 “노동자·서민이 살기 어려운 시대이자 1994년도 이후 가장 심각한 전쟁위기 상황에서 노동자·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반전평화를 외칠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후보는 이 지역이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의 지역구이나 “노 전 의원은 통합진보당 후보로 당선됐다”며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후보 30명이 희생하면서 야권단일후보로 선정돼 당선됐고 때문에 통합진보당은 노원병에서 책임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야권 단일화는 물론 진보정의당과의 단일화에도 선을 그으며 “분당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있지도 않은 종북이라는 단어를 탈당파들이 명분으로 걸었고 부정경선의 주범은 (당시 통합진보당 탈당파로)밝혀졌는데 이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한 적 없이 이석기·김재연 의원에게 혐의를 덧씌웠다”고 비판했다.

또한 통합진보당의 최근 어려움에 대해 “부정경선 시비에 휘말린 이석기·김재연 의원은 검찰의 7개월간 수사에도 혐의점이 없었고 오히려 당을 탈당한 사람들이 주범으로 지목됐음에도 정 반대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통합진보당이 전쟁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한반도 평화해법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북으로 가라는 색깔론과 마타도어가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진단했다.

정 후보는 이에 “이승만 정권 시절 평화통일을 제창해 법살당한 조봉암 선생이나 박정희 정권 시절 3단계 평화통일론 제시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빨갱이로 몰린 것과 유사하다”며 “우리는 국민을 믿고 진실에 기초해 진정으로 노력하면 국민의 마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후보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대해 “새정치 실체가 모호하고 노동자·서민의 땀 냄새가 배어있지 않다”고 평했고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에 대해 “검증이 필요한 후보”라고 말했다. 김지선 후보는 “노원병이 노회찬만의 지역구는 아니”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진보정치가 지난해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지만 새롭게 시작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의 단결과 서민들을 위한 정치, 한반도에 조성된 전쟁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 지난달 31일 '2013 계사년 불암산신제'에 참석해 등산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
ⓒ연합뉴스
 
- 이번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권에 경종을 울리는 선거가 돼야 한다. 공약을 무시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비밀·불통 정치는 이명박 정권보다 더 심하다. 인사 참사에도 대독사과가 끝이다. 매우 권위적인 정권이라 유신이 다시 부활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지금은 노동자 서민이 살기 어려운 시대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노동자들이 잇따라 죽고, 사회복지사 3명이 죽고, 젊은 편의점 점장이 목숨을 끊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 서민의 목소리를 강하게 대변해야 겠다고 생각 했다.
또한 지금은 1994년도 이후 가장 심각한 전쟁위기 상황이다. 일전불사 얘기만 넘쳐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법의 목소리는 없다. 때문에 반전평화를 외칠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원병은 노회찬 전 의원이 통합진보당 후보로 당선된 지역이다. 2012년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후보 30명이 희생하면서 야권단일후보로 당선됐다. 통합진보당은 그 책임에 맞게 노원병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는 당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통합진보당의 비전을 알릴 필요가 있다.”

- 통합진보당의 ‘지분’이 있지만 현재 노회찬 전 의원은 진보정의당이다.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잃은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출마 명분이 약해지지 않는가?
“노회찬 의원이 X파일 공개 때문에 의원직을 박탈당한 것은 매우 부당하고 잘못된 것이다. 이 사건은 수구기득권이 두텁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만약 노회찬 대표가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면 내가 출마할 이유가 없다. 지역주민들은 여전히 노 대표를 통합진보당 당원으로 본다. 진보정의당은 잘 모른다.
노 대표는 2008년 이어 2012년에 진보를 분열시키는데 역할을 했다. 진보가 분열되는 계기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계기 만드는 것이다. 또한 진보정의당은 이 정도 상황에서 대표급 인사가 출마 해 전당적인 대응을 했어야 했다. 틈새가 보였고 우리의 출마를 자초했다.”

- 분당 과정에서 소위 ‘당권파’의 문제는 없었는가?
“(당권파에 대해서는)패권문제를 제기했는데, 돌이켜보면 (비당권파가)부정경선이라고 먹칠을 하면서 현재 탈당한 사람들이 당권을 쥐었었다. 그들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다가 탈당을 한 것이다. 물론 그 이전상황에서 당내 각 세력에 대한 배려나 포용이 부족하고 통합의 정신을 구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성찰해야 하지만, 실제 패권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 리얼미터 조사에서 정 후보가 7%가까이 지지율이 나왔다. 낮지는 않지만 현 구도에서는 ‘꼴지’다. 이에 대한 생각은?
“안철수 후보는 작년 대선후보였기에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진 기대치가 높은 후보이고, 김지선 후보는 노회찬 대표의 부인으로 지역에서 알려진 후보다. 반면 나는 인지도가 전혀 없는 후보임에도 7%가까운 지지율을 얻었다. 이는 매우 의미 있는 지지다. 통합진보당이 색깔론에 먹칠 돼는 조건에서도 노동자·서민을 대변하고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진정성이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 당 자체 조사에서 후보의 호감도가 상당히 낮게 나왔다.
“어떻게 됐든 사람들은 알아야 좋아하고 좋아해야 투표를 한다. 나는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호감도가 낮았을 것이라 본다. 노원병 주민들이 나를 알면 알수록 호감도가 높아갈 것이다.”

- 아마 통합진보당의 낮은 호감도 때문 아니겠나? 그 이유와 해법을 제시하자면?
“통합진보당 비례후보 부정경선 시비문제 때문이다. 이 사건은 당에 대한 먹칠로 시작됐고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해 새누리당·민주당이 자격심사를 하겠다는 것도 그 명목이다. 하지만 검찰이 7개월간 훑었음에도 두 의원은 혐의점이 없어 입건이 안됐다. 당에서 부정경선 없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오히려 당을 탈당한 사람들이 부정경선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렇게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 반대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 탈당한 분들은 과거의 잘못을 돌아보고 진실 앞에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종북색깔론이다. 애국가를 안 부른다느니, 심지어 태극기를 밟았다느니 온갖 악선전과 마타도어가 있었다. 통합진보당이 전쟁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한반도 평화해법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북으로 가라는 마타도어가 지속됐다. 이승만 정권 시절 평화통일을 제창했단 이유로 조봉암 선생이 법살을 당한 것이나. 박정희 정권 시절 3단계 평화통일론 제시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빨갱이로 몰린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우리는 국민을 믿고 진실에 기초해 진정으로 노력하면 국민의 마음 얻을 수 있다고 본다.”

- 각종 언론보도에서 안철수, 김지선 후보는 떠들썩한데 정태흥 후보는 비교적 조용하다.
“앞으로 박근혜 정권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선명야당이 필요하다고 제기할 것이다. 민주당이 1야당으로서 존재감과 정체성이 상실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는 분열이라는 실망을 안겨드렸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는 강력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 나는 2가지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전쟁위기 극복을 위한 평화적 해법, 노동자·서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다.”

- 야권단일화에 대한 입장은?
“지금은 각자 자신의 길을 가야 할 때다. 가치와 비전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라면 얼마든 논의할 것은 있다. 한반도 평화해법,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자영업 살리기, 노동자·서민 목소리 대변 등, 하지만 정치 공학적 단일화는 의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공동의 정책과 비전을 합의하고 약속하고 공동행동으로 반드시 실천하는 것이 가치와 비전 중심의 단일화다. 작년 총선에서 실패했던 것은 지방선거에서 정책을 합의해도 실천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 진보정의당과는 가치와 비전이 대부분 일치하지 않나? 김지선 후보와의 단일화는?
“마찬가지로 지금은 각자 길을 가야 할 때다. 2008년에 이어 2012년, 다시 진보가 분열됐는데 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있지도 않은 종북이라는 단어를 탈당파들이 명분으로 걸었고 지금 그것을 보수가 사용하고 있다. 이것이 적절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부정경선은 주범이 밝혀졌는데 이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한 적도 없고 이석기·김재연 의원에게 혐의를 덧씌웠다. 앞으로 통합진보당이 진보의 가치와 비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묵묵히 가다보면 언젠가 만날 때가 있을 텐데 그때 뜨겁게 만나기 위해서라도 탈당한 사람들이 돌아봐야 한다.”

- 민주당이 무공천을 하면서 안철수-김지선 양 측을 지지했다. 통합진보당 언급은 없었다.
“민주당의 무공천은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과 정체성이 상실된 것이다. 이 지역에서 20년 동안 활동했던 지역위원장과 긴밀한 협의 없이 일방적인 무공천은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이것이 전체의 야권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제1야당이 후보를 내고 가치와 비전을 중심으로 단일화를 이끄는 것이 민주당이 해야 할 몫이다.”

- 각 후보들에 대해 평가하자면?
“안철수 후보는 새정치와 관련된 실체가 모호하고 무엇보다 노동자 서민들의 고통이나 땀 냄새가 배어있지 않아 검증이 필요하다. 김지선 후보는 노회찬 후보의 부인이라는 점이 강점이자 단점이다. 나는 세습이라고 보지 않지만 노원병이 노회찬만의 지역구라는 메시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본다. 허준영 후보도 검증이 필요한 후보다. 용산개발에 대한 책임은 없는지, 고위층 성접대 의혹은 본인이 부인했지만 강력하게 사안을 정리해줘야 한다. 본인 명예를 위해서도”

- 지역에서 성장한 정치인이 아닌 성북에서 활동했던 후보를 전략공천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측이 있다.
“이번 선거는 지역선거이면서 동시에 전국선거의 성격을 갖고 있다.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을 노원병 주민이나 국민여러분에게 정확하게 잘 전달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시당 위원장인 날 전략공천 할 수 있다고 본다.”

- 노원의 지역현안 한가지와 해법을 말해 달라.
“상계 3·4동 뉴타운 재개발 문제를 지역주민들과 해결하고 싶다. 황금알을 낳는다던 뉴타운은 진퇴양난에 빠져 주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 재개발 조합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뉴타운 재개발은 지역주민 뿐 아니라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했던 정책이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 상당하다. 해법을 제시할 때다. 매몰비용을 적극 지원하고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 마지막 각오를 말하자면?
“진보정치가 지난해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다. 이제 새롭게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노동자들의 단결과 서민들을 위한 정치,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한반도에 조성되어 있는 긴장, 전쟁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통합진보당이 역할을 해보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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