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통 보수’ 논란에 휘말렸던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20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듣기로 결정했다. KBS 2TV <최고다 이순신>의 주인공인 아이유씨가 이순신으로 분한 것에 대해서는 ‘역사왜곡’이라는 민원이 제기돼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권혁부)는 20일 회의를 열어 지난 2월18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알통’ 리포트 등에 대해 심의를 벌인 결과 다음 회의에서 제작진을 불러 의견을 듣기로 결정했다. 의견진술은 통상 법정제재를 염두에 둔 절차이지만, 최근에는 의견진술을 청취하고도 이보다 경미한 행정지도 조치가 내려진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18일 방송된 <뉴스데스크>는 ‘뉴스플러스’ 코너에서 ‘보수·진보 체질 따로 있나?’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소개한 한 연구 결과를 전하며 “알통의 굵기가 당신의 '신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라고 보도한 것이다. 
 
 
보도가 나간 직후, 해당 리포트는 거센 논란에 휘말렸다. 보도 내용이 ‘알통이 크면 보수’라는 것으로 이해되면서 비판이 쏟아졌던 것이다. 트위터에서는 논문의 원문을 왜곡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포털 사이트에 ‘알통 보수’가 인기 검색어로 등장할 만큼 보도의 파장은 컸다.

   
▲ 지난달 18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화면
 
 
방통심의위 위원들은 멋쩍은 ‘웃음’을 터뜨렸다. 장낙인 위원은 “보도에 따르면 나는 꼴통 진보가 되어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고, ‘덩치’가 있는 김택곤 위원이나 엄광석 위원은 ‘보수’로 지목되기도 했다. 
 
안건으로 오르기 전 열린 보도교양특별위원회 회의에서는 ‘연구 결과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측면이 있고 정치성향을 ’신념‘으로 표현한 것 역시 부적절 했다’는 의견이 다수(5명)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시간적 제약이 있는 뉴스 리포트에서 어느 정도 관련 사실을 단순화 하는 건 불가피 했다’는 등 문제 삼기 어렵다는 의견은 소수(3명)에 그쳤다.
 
김택곤 위원 등 위원들은 ‘법정제재를 전제로 하지 않는 의견진술’을 듣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방통심의위는 또 해당 리포트에 제시된 연구 논문과 기사를 번역해 MBC 리포트와 대조하는 등의 작업을 거치기로 했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KBS 2TV에서 방송 중인 <최고다 이순신>에 대해서도 제작진의 의견을 듣기로 결정했다. ‘이순신을 어리숙한 여주인공의 이름으로 사용해 역사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등의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심의위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장낙인 위원은 “사자 명예훼손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권혁부 위원은 “역사 인식을 왜곡할 우려가 있고 비교육적”이라고 반박했다. 권 위원은 “우리 역사에 대표적인 업적을 세운 인물을 드라마에서 희화화해서 제목으로 만들고 이름으로 쓰는 게 적합하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 KBS <최고다 이순신>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아이유. ⓒKBS
 
 
김택곤 위원은 “최근 들어서 드라마 제목이나 등장인물의 이름을 ‘튀게’ 만드는 게 추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성희 위원은 “그 수많은 이름을 두고 왜 ‘이순신’이라고 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앞서 한 시민단체는 “드라마를 통한 이순신 이미지의 재창조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라며 서울지방법원에 ‘드라마 제목, 주인공 이름 사용금지 및 방영금지와 저작물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바 있다. 

(관련기사: <‘이순신=아이유’는 심각한 역사 훼손?>)

 
방통심의위는 또 <최고다 이순신>의 방송 내용 중 협찬 성형외과와 제과점 등을 수차례 노출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광고효과 제한' 및 ‘협찬고지’ 관련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심의위원들은 제작진을 불러 의견을 듣기로 결정했다. 다음 방송소위 회의는 27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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