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오는 15일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힌 사외이사 후보들의 자격 논란이 제기돼 주목된다. 12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KT는 이날 주총에서 정관 일부 변경과 이사 선임(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2명) 등의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송종환, 차상균, 송도균 사외이사 후보의 자격이다.

이 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지순 변호사에 따르면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있는 송종환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석채 회장의 고교 1년 후배다. 독립적인 활동을 하기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역시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있는 차상균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SAP한국연구소의 사외이사로도 재직하고 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SAP한국연구소는 지난해 11월부터 KT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어서 역시 독립적인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송도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더욱 문제가 많다. 태평양은 지난해 KT의 2G 이동통신망 폐지 가처분 소송에서 KT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바 있다. 송 고문이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KT의 의뢰를 받는 관계인 만큼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와 무관한 송 고문이 태평양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알려진 바 없다.

이 연구소는 이 세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반대를 권고하고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표현명 KT T&C부문장과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에 대해서는 결격사유를 찾을 수 없다면서 이사회의 견해를 존중해 찬성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김일영 센터장의 경우 영국 국적으로 BT(브리티시텔레콤)에서 27년 동안 근무한 경력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KT는 외국 국적자의 사내이사 선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변호사는 “소송 대리나 제휴관계에 있는 회사 관계자가 사외이사로 선임될 경우 독립적인 활동을 하기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제휴관계에 영향을 미치거나 계약을 계속 유지하는 등 이해상충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차상균 후보가 사외이사로 있는 SAP한국연구소는 차 후보가 설립한 기술벤처기업을 SAP이 인수한 것으로 현재도 기술개발만을 담당하고 있으며 KT와 제휴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태평양이 KT에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송도균 후보가 배분받는 형태가 아니므로 이해상충에 문제가 없다”면서 “이번에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들은 KT의 발전을 위해 전문적으로 조언할 수 있는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달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51개의 상장회사 250개사의 사외이사 808명과 감사 100명의 독립성 정도를 분석한 결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가 232명으로 분석 대상 사외이사의 27.81%를 차지했다.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가 130명으로 16.09%, 학연관계 사외이사는 102명으로 12.62%를 차지했다. 직접적 이해관계 있는 사외이사 가운데 계열사 출신이 68명으로 가장 많았고, 소송대리가 30명, 정부 및 채권단 출신이 17명, 전략적 제휴가 9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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