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안 협상이 난항에 부딪히자 민주통합당은 6일 협상안으로 △공영방송이사 추천 시 재적위원 3분의2 찬성으로 의결토록 하는 특별 정족수안 도입 △언론청문회 즉시 실시 △MBC 김재철 사장 비리에 대한 철저한 검찰수사와 사장직 사퇴를 여야가 함께 촉구할 것을 제시했다.

어차피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싼 논점이 공정방송과 언론독립의 측면이었다는 점을 봤을 때 민주통합당의 협상안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현재 정부조직개편안의 쟁점은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사업을 미래창조과학부에 이관하는 문제다. 민주당은 이것이 독임제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에 넘어가면 채널편성권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위와 같은 3가지 사안이 수용되면 그동안 막판 최대 쟁점이 되어 왔고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 IP-TV업무는 물론 SO 관련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데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위와 같은 사항에 대해 새누리당과 합의가 이루어지면 SO의 채널편성권이 미래창조과학부에 이관돼도 괜찮은 것일까? 그 정당성이 모호하다. 민주통합당이 제시한 3가지 안은 검토해볼 만한 여지가 있지만 민주당이 정부조직개편안을 반대하면서 내세웠던 논리와는 다소 괴리가 있다.

이 3가지 안 자체도 문제가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이미 협상 과정에서 공중파 등 보도채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맡기로 합의했다. 여기서 공영방송 문제가 협상용 카드로 제시되는 것은 뜬금없다. 또한 언론청문회 문제는 여야가 이미 19대 국회 개원 당시 합의한 사항이다. 민주당은 합의된 카드를 협상용으로 내민 셈이다.

또한 김재철 사장에 대한 철저한 검찰수사와 사장직 사퇴를 여야가 함께 촉구하는 것은 사실 강제성을 띈 조항이라 보기 어렵다. 김재철 사장의 거취는 방송문화진흥회에 권한이 있으며 MBC와 방문진은 그동안 야권의 김 사장에 대한 일관된 사퇴촉구에 대해 “정치권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며 반대해왔다. 그런 점에서 여야가 이를 촉구해본 들 오히려 ‘정치개입’이라는 역풍을 맞을 우려가 크다.
 

   
지난 1월, 임시국회 개원에 합의한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
ⓒ연합뉴스
 

물론 공영방송 이사가 사실상 정치권에서 추천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정족수 조정은 생각해 볼만한 주제이며 김재철 사장 치하의 MBC가 편향성을 드러내며 공영방송으로서 위상에 상당히 금이 갔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주장은 정당성이 있다. 합의된 언론청문회도 새누리당이 사실상 이행할 의지가 없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쟁점과는 다소 동떨어진 주제를, 이미 합의된 사항을, 실효성이 의심되는 사항을 들어 민주통합당이 SO를 미래창조과학부에 이관하는데 합의할 수 있다는 것이 원칙에 맞는 것인지는 의문이며 그 실효성도 마찬가지다.

당장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정부조직개편 협상에서 견지해 온 원칙을 내버렸다”며 “박기춘 원내대표가 밝힌 3가지 조건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결자해지해야 할 사안임이 분명하나 이 세 가지 조건은 정부조직 문제와는 별개의 사안으로 이번 협상의 맞교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도 민주통합당의 안을 즉각 차단했다. 이철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정부조직법과 무관한 사항이므로 당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김재철 사장 검찰조사 같은 것들은 방송의 공공성, 공정성을 요구하는 민주당에서 정치권의 방송 불개입 원칙을 지켜야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언론에 대한 정치권 개입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새누리당도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의 SO 집착은 SO의 채널편성권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모양”이라면서 “민주당이 방송장악 우려의 의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자신들의 언론탄압 전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시절,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신문에 대해 ‘조폭언론’, ‘손 볼 언론’, ‘저주의 굿판’ 같은 섬뜩한 표현을 기억한다”며 “청와대 등 기자실을 통·폐합했고, 공무원과의 통화나 접촉내역을 기록으로 남기도록 했고 심지어 당시 노 대통령으로부터 ‘기자실 대못질’ 발언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 당시 공영방송에 낙하산 사장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대량의 언론해직자를 양성한 데 책임이 있는 새누리당이 언급하기 부적절한 발언이다. 여야의 주말 협상안을 무용지물로 만든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장악을 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언론장악 의도가 없다는 말의 되풀이도 쉽게 납득되기 어렵다.

결국 합의된 언론청문회마저 다시 쟁점으로 만들어 버린 민주당, 언론장악 의도에 대한 우려에는 손 사레 치면서 청와대의 오더만 바라보는 새누리당이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역기능을 버리고 순기능을 살리는 합의를 이룰지 우려의 시선이 많다. 하지만 이 코미디 같은 상황도 여야 합의에 “한 치도 바꿀 수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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