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C는 그야말로 ‘안개속’이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김재우 이사장 및 김재철 사장의 거취 문제가 정치적 현황과 맞물려 점점 더 불투명해지면서 주주총회나 지역사 사장 인사 등 MBC 일정도 늦춰지고 있다.     

당초 MBC 내부에서는 오는 20일께 주주총회가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4일전에 주총 공고를 해야 함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20일 주총도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유로는 방문진 이사장의 거취 문제가 꼽힌다. 방문진 이사들이 자진사퇴를 권고했지만 김 이사장이 ‘버티기’에 들어가 방문진 자체가 마비된 것이다.

방문진을 실질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정부기관이 방송통신위원회이나 위원장 역시 최근 사임해 현재 공석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 간의 업무 이관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어 방통위원장직은 당분간 비어있을 것으로 보인다. MBC 30% 지분을 가진 정수장학회 이사장도 얼마 전 사임을 표명했다.    

이런 정치적 난맥은 MBC 사장의 거취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MBC 구성원들은  “그야말로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청와대가 MBC 문제에 대해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으로 논란을 빚었던 현 사장이 교체될 것이란 기대도 한때 나왔으나, 이런 낙관적인 전망이 수면 아래로 한층 내려가 있는 상태다.

MBC 사장 거취 문제는 지역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지역사 가운데 사장 임기가 끝난 곳은 부산, 울산, 포항, 청주·충주, 안동, 여수 MBC 등이다. 3월 초면 관계회사 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사장이 결정될 시기이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한 지역 MBC 관계자는 “이들 사장들이 앞으로 한두 달은 더 남아 있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방송협의회의 강병규 전 정책실장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통위원장도 없고 방문진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김재철 사장의 거취 문제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지역사 사장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김 사장 측근 인사의 실명이 거론되며 이들이 차기 사장으로 임명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부산MBC 한 관계자는 “지역사회의 자율 경영이 무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 출신이 아닌 서울 출신의 인사가 사장으로 임명된다면 갈등 정도가 아니라 폭발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MBC도 지난해 차경호 기획조정본부장이 사장으로 임명되자 노조가 곧바로 방송제작 중단을 선언하는 등의 내홍을 겪었다.  

포항MBC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 체제가 계속 이어진다면 그와 코드가 맞는 인사가 차기 사장으로 온다고 봐야 하는데, 그럴 경우 노사 관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차기 사장 문제와 함께 ‘상무이사제’ 부활 조짐도 지역사들의 관심거리다. 김 사장이 최근 임원회의 자리에서 ‘광역 단위 계열사에 상무이사를 파견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관계자는 “상무이사제는 전형적인 위인설관”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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