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언론보도와 달리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와 조직적인 여론 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아무개씨에 대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통보만 한 것으로 알려져 부실 수사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SBS는 단독 타이틀로 경찰이 이씨에 대해 검거에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다. SBS는 특히 "경찰은 지난해 말 한 차례 방문조사를 받은 이 씨가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춰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을 바꿨고, 체포영장을 신청해 검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는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 김씨 사건의 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 임병숙 수사과장은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씨는 현재 참고인 신분이다. 체포영장 발부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현재 소환 통보만 했고 강제구인 계획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임병숙 수사과장은 "피의자 신분 관계를 정해놓고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임의수사가 원칙이다"며 "이씨가 썼다는 아이디 갯수와 게시글 갯수도 언론에 확인해준바 없다. 유동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도 안 한 상태에서 법 위반을 말할 수 없다. 인권 문제도 걸려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씨는 김씨의 오늘의유머 사이트 아이디 5개를 사용했고, 추가적으로 오늘의유머 사이트에서 30개의 아이디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씨는 또한 국정원 직원 신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가 왜 국정원 직원 김씨와 함께 아이디를 나눠쓰고 게시 활동을 해왔는지 의문이 제기돼 왔다. 조직적인 여론 조작의 핵심 당사자로 이씨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만 통보한 것뿐이어서 사실상 이씨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된다.

   
▲ 오늘의 유머 사이트 화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아이피 유사 대역의 30개 아이디를 썼다는 의혹이 이미 언론보도로 나왔고 김씨와 공모 관계로 국정원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참고인 자격으로 놔두고 강제 수사를 안 하는 것은 일반적인 수사 상식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도 이씨가 애국시민으로 국정원 김씨를 도와줬다는 것을 시인했다는 점에서도 공동 범죄가 확실시 된다"며 "조직적 관여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강제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국가기관의 국기 문란 사건이다"며 "피의자로 신분으로 적극 수사해 체포를 하던지 해야 하는데 뭔가 말을 맞추고 있다는 국민적 의혹도 나올 수 있고, 적극적인 수사 의지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사건을 덮고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의혹도 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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