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동아일보가 차기 정부의 방송·통신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이 신문들은 12일자 지면에서 모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의 ‘모호한 동거’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차기 정부의 핵심부처라 불리는 미창과부가 CJ 특혜 기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나머지 방송통신사업자’ 규제 이원화가 방송·통신 융합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제출한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상파·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미창과부는 이를 제외한 방송채널사업자(PP)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위성방송과 IPTV 관련 업무를 맡는다. 방통위는 대통령과 여야가 추천하는 ‘합의제’ 기구이고, 미창과부는 장관 1인 지휘의 ‘독임제’ 부처다. 인수위는 업무 이관의 목적을 ‘산업 진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공룡’ 미창과부의 탄생으로 공룡 미디어기업이 출현할 것이라는 것이 중앙, 동아 등의 의견이다. 중앙일보는 12일자 1면 기사 <미래부로 방송 이관, 방통위와 규제 이원화 우려>에서 “합의제의 틀이 무너질 경우 국내 최대 PP와 SO를 보유하고 있는 CJ 등 일부 대기업에만 특혜를 주게 될 뿐만 아니라 공룡 미디어 그룹의 출현을 견제할 수 없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민주통합당 등 ‘규제 이원화’에 반대하는 진영의 의견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 중앙일보 2월 12일자 1면
 

중앙일보는 3면 머리기사 <“방통위 규제서 빠지는 PP … 특정 대기업 특혜 가능성”>에서 차기정부의 방송정책 분리에 대해 “종전 방송통신위원회가 갖고 있던 견제 기능을 분산시켜 방송정책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심의·제재 기능의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 같은 인수위의 안은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이해부족이 낳은 결과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쟁점은 CJ다. 인수위가 방송산업은 진흥의 대상이라며 PP와 SO를 방통위의 규제 대상에서 미창과부의 진흥 대상으로 옮긴 것은 CJ에 대한 특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중앙, 동아의 주요 논지다. 중앙일보는 “현재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 공급 시장의 23.4%, CJ E&M은 PP 시장의 26.2%를 점유한 ‘미디어 공룡’”이라면서 규제 이원화에 대한 반대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

   
▲ 중앙일보 12일자 3면 기사 중. 중앙일보 누리집에서 내려받음.
 

동아일보는 10면 기사 <종편-보도 채널은 방통위, 케이블-위성은 미래부…/ 유료방송 정책 혼선 불보듯>에서 CJ를 ‘방송 공룡’에 비유하면서 “유료방송의 경우 미래부와 방통위가 관할권을 나눠 갖는 구도가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방송시장 불공정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도 미래부가 전담하게 돼 유료방송 시장의 불균형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면서 “뉴스 등 콘텐츠를 만드는 종편 같은 채널사업자(방통위)와 이를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해 가정까지 배달하는 방송사업자(미래부)에 대한 규제 기관이 달라 정책에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풀이했다.

조선일보는 미창과부 비대화로 방송의 공영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주장을 인용보도했다. 조선일보는 5면 기사 <정부 개편안 14일 통과 어려워/ 방통위 재편 등 놓고 여야 대립>에서 독임제 부처의 방송 규제가 ‘방송의 공영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전하면서 “민간 상업방송사들도 위성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 등에 대한 담당 부처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로 분리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방통위 유지론에 힘을 실었다. 동아일보는 “(개편안대로라면) 방통위는 법률안 제출은 물론이고 시행령 발의도 못하는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개편되게 된다”며 “이럴 경우 지난해 지상파 방송 중단 사태까지 벌어졌던 ‘지상파-케이블TV 재송신 분쟁’이 다시 발생해도 방통위는 방송 규제의 주무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미래부 장관의 허가 없인 사태 해결을 위한 법 개정을 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방통위가 갖고 있던 견제 기능이 상실된다면서 “장관 한 명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처로 방송 업무가 옮겨가는 경우 방송정책에서 중요시됐던 견제 기능이 상실된다는 점에서 야당과 학계가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언론의 ‘미창과부’ 맹공을 두고 ‘종편 허가 등 방통위의 특혜를 받은 보수언론이 CJ와 KT 등 플랫폼 사업자를 견제하고 종편을 위해 방통위를 지켜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금대로라면 CJ만 특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KT 등 플랫폼 사업자, 전자기기 최강자 삼성이 유리한데 (미창과부가) 비대해질수록 종편은 방통위에서 얻을 것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추혜선 총장은 이어 “최근 보수언론이 학계를 동원해서 이 논란을 키우고 있는데 (미창과부의) 인사와 부처 역할 문제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통부 출신 방통위 관료도 종편도 주판알을 튕기면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13일 오전 11시께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비서진 등을 인선한다고 밝힌 가운데 동아일보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장관 후보로 윤종용 국가지식재산위원장, 황창규 지식경제부 지식경제연구개발전략기획단장,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 대표 등을 거론했다.

동아일보는 3면 머리기사 <미래부 장관에 ‘삼성CEO 출신 3인방’ 거론>에서 “새 정부의 상징 부처라 전문성을 갖춘 스타급 외부인사가 영입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세 사람의 하마평을 전했다. 이들은 모두 삼성 CEO 출신이다. 이밖에도 동아일보는 이석채 KT 회장, 이병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과 교수,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도 후보군에 꼽힌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중앙일보가 1면과 3면 기사에서 인용한 민주당 및 학계의 의견이다.

우원식 민주당 수석원내부대표 “진흥(미래부)과 규제(방통위)가 함께 있는 쪽은 규제 쪽에서 관할해야 한다. 방송정책을 담당하는 방통위의 독립을 확고히 보장해야 한다”

유승희 민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미래부라는 단독 부처가 방송정책을 맡게 되면 각계의 의견 수렴 과정이 사라진다”, “미래부 장관이 방송을 관할하면 대통령의 명을 그대로 따르는 장관의 사인 하나로 전체 방송정책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 “선진국 중 방송정책을 비합의기구가 관할하는 곳은 없다”

노웅래 민주당 문방위 소속 의원 “CJ 등 일부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유선방송 사업을 산업적인 측면에서만 봐선 안 된다”

신경민 민주당 문방위 소속 의원 “이번 인수위 개정안은 막강한 힘을 가진 일부 대기업 PP에 일방적 지원만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특정 기업이 미디어 토양 자체를 황폐화시킬 수 있다”

최민희 민주당 문방위 소속 의원 “인수위의 구상은 특정 대기업을 미디어 시장의 지배자로 키워주려는 의도”

계명대 이상식 언론영상학부 교수 “인수위 안은 규제와 진흥의 이원화가 아닌, 규제를 방통위와 미래부가 나눠 가지는 규제의 이원화”, “당장 보도 PP 등은 같은 케이블 채널인데도 CJ 등과 달리 방통위의 규제를 받게 돼 비효율이 발생한다”

선문대 황근 교수 “방송정책은 집권당의 일방적인 몫이 돼서는 안 된다”, “공공재인 방송은 효율성뿐만 아니라 합의성도 중요하다”

 

   
▲ 동아일보 2월 12일자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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