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새 정부의 주요 공직후보자 검증에 집중하며 진보인사 인터뷰 시리즈를 내놓은 가운데 조선일보는 박근혜 당선인 측의 입장을 전달하는데 집중하며 이명박 대통령의 인터뷰를 내보내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김용준 총리후보자 낙마 직후인 1월 31일, 1면 <“신상털기 청문회 누가 나서겠나”>제하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인사청문회 검증 과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한 뒤 3면 기사에서 “검증이 너무 가혹하다. 무차별적 신상 털기 인사 청문회가 계속 될 경우 차기 정부의 내각에서 일할 총리와 장관 후보자를 찾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이어 “인사청문회가 이런 식이면 예수님이 와도 통과하기 곤란할 것”이라는 한 인사의 발언을 전했다. 물론 해당 면에서 “인사 검증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야권 인사의 주장도 기사화했지만 기계적 균형을 맞춘 수준이었다.

조선은 다음날인 1일 보도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이 새누리당 경남 의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어릴 때 집에서 오줌 싸서 키를 뒤집어쓰고 소금을 얻으러 다는 것까지 나오지 않겠느냐”며 인사검증과정에 불만을 드러냈다는 사실을 전한 뒤 “일해야 할 인재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만신창이가 될 수 있어 (공직을) 피할까 걱정된다”는 말도 담았다.

2일 보도에서는 총리후보에서 낙마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해명을 비중 있게 다루며 동아를 겨냥한 듯 “(언론이) 자식들, 어린 손·자녀들까지 미행하면서 범죄인을 다루듯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박 당선인이 보안을 중시하는 인사스타일을 바꿔 정부 전문가를 통해 인사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당선인의 ‘불통’ 문제가 해결됐다는 뉘앙스를 줬다.

   
▲ 조선일보 2월 5일자 4면 기사.
 

동아일보가 진보인사로 분류되는 우석훈 인터뷰를 전면에 담은 지난 5일, 조선일보는 1면·4면·5면·6면에 걸쳐 이명박 대통령 인터뷰를 실었다. 조선은 이날 인터뷰에서 “두 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해 세계적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국내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4대강 사업, 민간인사찰, 내곡동 사저 의혹 등 주요 논란에 대한 해명을 충실히 담아냈다.

이 대통령은 특별사면 비판 여론에 대해 “내 임기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는 안 하겠다는 약속만은 지켰다. 측근 사면이라고 하는데 사실 진짜 측근은 안 했다”고 말했으며,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에 대해선 “시위는 계획적으로 한 거라 피할 수 없었다. 나중에 보니까 그 사람들(진보 단체)이 이걸(시위) 크게 한 번 해서 정권을 뒤흔들겠다는 계획이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동아가 우석훈을 통해 새 정부가 나아가야 할 경제방향을 물을 때, 조선은 5년 전 시위에 음모론을 제기하는 임기말 대통령의 발언을 담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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