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PD. ‘악마편집’ PD. 나꼼수 김용민 PD의 동생…김용범 Mnet PD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많다. 그는 2009년 케이블 최초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국민 오디션프로그램 ‘슈스케’를 성공반열에 올려놓으면서 유명세를 탔다. 슈스케3까지 내리 3년을 ‘악마 편집’에 몰입했던 그가 작년에는 잠시 일손을 내려놨다. 해외를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났다. 새로운 포맷을 고민했다. 답이 나왔다. 이번엔 ‘댄스’다.

지난 1일 오후 ‘댄싱9’를 준비 중인 김용범 PD를 서울 상암동 CJ E&M 본사에서 만났다. 이미 지난 1월 31일부터 참가자 접수를 시작해 춤꾼들의 동영상이 도착하고 있다. 김 PD는 “하루 동안 날아온 동영상만 해도 연령대가 다양하고 말레이시아·프랑스·미국·호주 등 국가도 다양하다”며 언어의 장벽이 없는 ‘몸을 통한 흥의 경연’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는 슈스케를 떠났지만 오디션포맷을 버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방송사마다 하나씩은 갖고 있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여전히 음악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처음 시작할 때보다 음악오디션에 대한 풍토가 바뀐 것 같다. 몇 년 전 유명 기획사 관계자가 가수 지망생에게 명함을 내밀었는데 ‘슈스케를 준비하고 있다’며 거절했다고 하더라. 오디션마다 노래는 이래야 한다고 하니까 정말 진지하게 가수가 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분위기”라고 말했다.

   
▲ 김용범 엠넷 PD.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PD는 “오디션이 지겹다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껏 존재해온 기획사 오디션을 공개적으로 오픈시킨 긍정적 측면이 여전히 있다”고 지적하며 “기획사를 거치지 않고 시청자가 직접 가수를 선택한 결과 버스커버스커나 장재인, 라쿤보이즈 같은 다양한 음악이 부각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프로그램별로 판매하는 음원의 성공은 보너스다.

그는 “시청률이 떨어지면 폐지되는 식의 분위기만 아니라면 오디션프로그램은 늘 새로운 사람에게 계속 해서 등장할 수 있는 창구를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디션 창구가 시청자에게 일종의 ‘균등사회’에 대한 갈망을 일정부분 해소해주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노래가 아닌 ‘춤’을 선택한 것은 이 같은 갈망에서 비롯됐다. “춤이야 말로 파워풀한 콘텐츠인데 고수들이 쉽게 그만둔다. 생계 때문이다. 노래만큼 춤도 절실하다. 춤추는 분들이 뻗어나갈 수 있는 풍토를 만들고 싶다.” 그는 미국의 ‘댄싱 위드 더 스타’가 8년간 전미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사실을 언급하며 “춤이 얼마나 감흥을 주는지 제대로 느끼게 하고 싶다. 춤은 노래의 부속품이 아니다”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댄싱9’은 익숙한 오디션 방식에 스포츠와 스토리텔링을 가미했다. 예선을 거쳐 본선 참가자가 확정되면 인원을 반으로 나눠 전지훈련을 떠나 점차 인원을 줄이는 서바이벌 방식을 택했다. 생방송에선 7차전 경기를 통해 우승팀을 정한다. 일종의 ‘댄스 배틀’이다. 김용범 PD는 “각자의 장르를 더 특화시켜 춤의 제왕을 뽑는 과정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참가자는 총 9단계의 과정을 통과해야 생방송에 진출한다. 생방송엔 각 팀 당 9명, 총 18명이 남는다. 레벨2는 공개테스트고, 레벨3에선 각 팀에 드래프트된다. 본선 참가 인원은 미정이다. 지원 분야는 현대 무용, 댄스 스포츠, 재즈 댄스, 한국 무용, 스트리트 댄스, K-POP 댄스 등 모든 장르가 가능하다.

   
▲ 김용범 엠넷 PD.
이치열 기자 truth710@
 

심사는 어떻게 할까. 예컨대 한국무용가와 스트리트 댄서를 동일선상에서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김용범 PD는 “장르별 고수들은 많다. 장르별 특성을 동등하게 보기는 어려우니, 다양한 미션을 넘나들게 할 것이다. 대세는 크로스오버다. 진정한 춤꾼이라면 어떤 장르든 몸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뒤 “심사위원들은 마음에 전율을 일으키는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래는 언어가 필요하지만 춤은 흥이 나는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언어가 필요 없다. 음악을 몸으로 풀어내는 것이야 말로 가장 음악스러운 콘텐츠라고 생각했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댄싱9’은 5월 3일까지 지원을 받고 4월 13일 서울 88체육관. 4월 21일 부산 벡스코, 5월 4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공개테스트를 갖는다. 테스트 자리에선 난이도 있는 춤이 포함된 지정곡을 소화한 뒤 개인무대를 갖는다. 5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7월 방송이 목표다. 심사위원은 미정이다. 그는 “동영상을 직접 찍어 올려야 해서 지원하는데 번거로운 면은 있지만 그만큼 진지하고 열정 있는 분들이 많이 지원할 것”이라 내다봤다.

 

김용범 PD는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 때마다 형과 관련된 질문을 받는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친형은 ‘나는꼼수다’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김용민 PD다. 김용범 PD에게 “둘 중 누가 더 뛰어난 프로듀서라고 생각하냐”고 장난기 섞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난감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형제의 특징은 서로의 프로그램을 모니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 비평을 잘하기 때문에 시작하면 끝도 없다.(웃음) 둘 다 멀리서 수고가 많다고 덕담하는 쪽이다.”

김 PD는 내친김에 형제 자랑도 덧붙였다. “‘나는꼼수다’가 한창일 때 ‘슈스케3’를 연출하고 있었다.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새벽까지 포털 검색어가 1위부터 10위까지 슈스케 관련으로 가득했는데 옥수수 알처럼 나꼼수가 검색어에 끼어있었다.”(웃음)

그는 나꼼수를 두고 “많이 듣지는 못했지만 슈스케도 그렇고 나꼼수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그들의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인 맥락에서는 (두 프로그램 모두)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형만 한 아우는 없다”며 웃은 뒤 “지난 대선 이후로 형을 자주 못 봤다. 형은 늘 내가 어려울 때마다 힘이 되어줬다. 힘들 땐 가족이 제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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