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부자)는 기초노령연금 안준다? 실제 기초노령연금 재원의 상당 부분은 이재용이 낼 거다. 그러니깐 이건희도 받아야 한다. 그걸 모른다."

사회민주주의센터에서 국민연금 포럼을 담당하는 조원희 국민대 교수(경제학과)는 지난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의 기초노령연금 공약은 65세 이상 노인 모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원 마련 대책을 이유로 공무원·사학·군인연금 수급자와 '부자 노인'을 제외하거나 차등지급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반론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은 수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가장 먼저 제기된 재원마련 대책 논쟁은 박 당선인이 최근 "세금으로 해야 된다"고 못박으면서 일단락했다. 다음으로 수급 대상과 기간에 대한 논쟁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명확한 입장과 계획이 나오지 않아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이른바 이건희 삼성 회장과 같은 부자노인에게도 기초연금을 지급해야 하느냐는 논쟁이다. 진보진영내에서도 이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공무원·군인·사학연금 가입자를 기초연금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건 합리성이 있어 공약 보완으로 이해될 수 있다"라고 말했고, 소득별 차등 지급도 "심각한 공약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과)은 원론적으로는 이 회장도 수급 대상자이지만 교육적 차원의 무상급식과 기초연금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교수는 이 주장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는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한 배를 탔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복지 국가가 성공한다"며 "부자들 입장에서도 '본인 부모도 받으니깐 세금 더 내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
이치열 기자 truth710@
 
"예를 들어 전통 가족사회의 부양 방식을 보자. 우리 아버지가 부자다. 내가 용돈(기초노령연금)을 드려봤자, 실제 손자 주라고 더 많은 돈(세금 등)이 나에게 온다. 그렇지만 그건 내가 부모를 봉양한다는 정신이다. 그걸 깨면 전통사회가 유지 안되듯이 복지국가도 유지가 안된다. 연대정신이 중요하다."
 
조 교수는 "(기초노령연금 수급 대상 제외를 통한) 지출 감소 효과보다 사회 연대를 강화하면서 얻는 공공적 편익은 훨씬 크다"며 "북유럽과 같이 부자, 가난한 사람 상관없이 시장을 초월한 차원의 연대,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기초연금 공약 찬성… "수급액을 20%로 인상해야"
 
조 교수는 대체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에 찬성했다. 재원을 세금으로 하고,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것. 하지만 그는 월 기초연금 수급액을 A값(국민연금 가입자의 월 평균소득)의 10%(약 20만 원)가 아닌 20%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기준 A값이 189만 원이니 약 38만 원정도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A값은 개인의 소득과는 무관한 사회연대적 부양값"이라며 "적립식이라는 잘못된 사고를 버린다면 당장 A값의 최대치, 소득대체율 20%를 보장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20% 이하는 세대간 연대 정신을 구현할 수 없고, 40%는 보험금 납부에 대한 거부를 야기할 수 있다"며 "연금이 성숙하기 전까지 부과식 제도를 시행하는 방법은 20%정도가 적정하다"고 덧붙였다. 
 
   
▲ 출산율과 노인부양율, 연금적립금의 관계. 조원희 교수 제공.
 
"국민연금, 부과식 될 것"… "출산율이 진짜 문제"
 
조 교수는 국민연금의 적립식, 부과식 논란에 대해 "연금제도는 완전 부과식으로 가도록 설계되어 있다"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인구구조의 불건정성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출산 고령화를 해결하는 것이 국민연금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얘기다.
 
조 교수는 "60년대 베이비붐으로 인구 폭발이 있었고, 80년대·외환위기 이후 인구 급감이 있었다"며 "안정화되지 않은 인구 쇼크 때문에 국민연금 기금은 적립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가 내놓은 국민연금 안정화 방안은 출산율과 보험요율 인상이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며 "현재는 출산율이 낮기 때문에 현행 9%의 보험요율은 10년 뒤부터 천천히 1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제시했다. 그는 연 30~40억 원씩 걷히는 국민연금 수급액의 10%를 출산율을 높이는데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구 구조를 안정화 시키기 위해선 아이를 2명씩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연금을 수익 창출을 위해서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출산, 양육 관련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 인상 주장에 대해 "연금의 본질을 훼손하려는 일체의 시도에 대해 10년간 모라토리움을 선언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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