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는 26일 “과거 임기 말에 이뤄졌던 특별사면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설 특별사면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로 운신의 폭을 넓혀 가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수위 윤창중 대변인은 이날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국민 정서와 배치되는 특별사면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을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인수위의 입장은 이 대통령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특별사면과 ‘선긋기’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의 마지막 사면은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쯤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법무부와 청와대 등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은 좋지 않은 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측근들을 사면 대상자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형 비리’에 연루됐던 핵심 인물들이 사면 대상자 명단에 오르내렸던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8일 당선 한달을 맞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내 집무실에서 스위스 다보스포럼 특사로 파견하는 이인제 전 공동선대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구나 이들 중 상당수가 지난해 연말 나란히 상고나 항소를 포기하면서 특별사면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꼼수’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되려면 형이 확정돼야 한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부동산개발업체 파이시티로부터 8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수감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2년6월형을 선고받았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해 말 2심 판결을 받고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수십억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천 회장도 지난해 11월 상고포기서를 제출해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솔로몬저축은행에서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3월이 선고된 김희중 전 실장도 항소를 포기했다. 
 
박 당선인이 특별사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낸 것은 이들에 대한 사면이 이뤄질 경우, 여론의 ‘역풍’이 차기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박 당선인은 ‘여당 속 야당 역할론’으로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공을 들여왔다. 
 
최근 인수위는 4대강 사업에 부실이 있었다는 감사원 발표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으면 밝히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당선인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통해 정권 초기의 기반을 다져 나가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뒷북'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뉴스타파> 제작진 KBS 최경영 기자는 "철 지난 특별사면 반대는 왜 나왔을까?"라며 "윤창중, 이동흡, 그리고 김용준까지. 줄줄이 불거진 인사 난맥의 잡음을 또다른 잡음으로 막으려는 미디어 스핀전략. 3공스런 법과 질서는 가공스런 21세기 언론술책과 만날때 꽃을 핀다"고 지적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인수위는 반대했다를 기록에 남기고, 결과는 사면?"이라며 "짜고(벌이는)쑈"라고 비판했다. 트위터에서는 '어차피 사면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명박 대통령 임기말 보은특사에 대한 국민적 경고는 이미 내려진지 오래"라며 "인수위가 임기말 특별사면 관행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밝힌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아직 내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실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박 당선인 측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