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불통논란’과 관련, 인수위 방침을 비판하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지만 KBS·MBC는 철저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우호적인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마저 인수위 방침을 ‘밀봉 인수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지만 주요 방송사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이 인수위가 공식 출범한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3사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 인수위 불통을 지적한 리포트는 단 2개(SBS)에 불과했다. SBS가 지난 12일과 13일 이틀 연속, 정부부처 업무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인수위의 방침을 비판했을 뿐 KBS와 MBC는 인수위의 불통 논란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인수위 출범 이후 13일까지 KBS가 뉴스9에서 보도한 인수위 관련 리포트는 모두 14개. 하지만 대부분 인수위 발표를 단순 전달하는 내용이었다. 인수위원들이 취재기자들을 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각 부처별 업무보고 백그라운드 브리핑마저 취소되는 상황까지 나왔지만 KBS는 인수위의 과도한 정보통제에 대해선 침묵했다.

KBS MBC, 인수위 공식 출범 이후 ‘인수위 불통’ 비판기사 전무

오히려 KBS는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할 리포트를 ‘스케치 기사’로 대신했다. 인수위가 정부부처 업무보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해 논란이 확산된 지난 12일 KBS는 뉴스9 <‘인수위’의 하루>에서 “부처 업무보고에 맞춰 입단속에 들어간 위원들. 달려드는 기자들을 피하기 바쁩니다”라고만 보도했다. 인수위의 지나친 비밀주의와 언론통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2013년 1월12일 KBS 뉴스9 화면캡처
 

KBS의 ‘인수위 무비판’과 관련해 수신료 등 현안문제가 걸려 있어 인수위 눈치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길환영 KBS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도청의혹 파문 등으로 무위로 끝난 수신료 인상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KBS 관계자는 “길환영 사장이 MB정부 때 임명된 데다 PD출신이기 때문에 박근혜 당선인 측과 특별한 정치적인 배경이 없다”면서 “이런 점들이 ‘박근혜 인수위’ 관련 리포트를 내보낼 때 조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수신료 인상이라는 현안 해결과 ‘확실한 기반 다지기’를 위해 인수위를 비판하는데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KBS 보도국의 한 기자는 다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받아쓰기와 발표 저널리즘의 폐단을 원인으로 꼽은 것. 그는 “전통적으로 방송사의 정치보도는 여당이나 정부부처에서 발표하는 내용을 받아쓰고, 야당의 입장을 구색맞추기식으로 반영하는 발표저널리즘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면서 “인수위 관련 기사에서도 비판적 접근보다는 이런 식의 받아쓰기 관행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 역시 KBS와 마찬가지로 인수위 비판기사가 전무한 상태다. 인수위가 공식 출범한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인수위 관련 리포트는 모두 13개. 하지만 인수위가 국민의 알 권리를 과도하게 막고 있다는 비판과 지적에 대해 MBC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겨레 2013년 1월12일자 5면
 

“인수위 행보에 MBC경영진 생사 걸려… 비판할 수 있겠나”

인수위 불통논란이 한창 불거지고 진보·보수언론이 일제히 인수위를 비판할 때도 침묵했던 MBC는 인수위가 ‘부분수정’ 방침을 밝히자 지난 12일 해명성 입장을 리포트로 전달했다. 그것도 전혀 관련이 없는 리포트 말미(12일 뉴스데스크 ‘지하경제와 전면전…과세 강화’)에 덧붙이는 형식을 취했다.

   
2013년 1월12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캡처
 

같은 날 SBS가 8뉴스 <몸은 낮췄지만…‘불통’ 논란>에서 “불필요한 혼선을 막겠다는 이유지만, 지나친 비밀주의가 여론 수렴과 검증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한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SBS는 13일 메인뉴스에서도 별도 리포트를 통해 ‘인수위가 철통보안을 강조하면서 인수위원들과 취재진 사이에 쫓고 쫓기는 진풍경이 벌어진다’며 인수위의 방침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이용마 홍보국장은 “김재철 사장의 경우 현 정부 측과 네트워크가 형성됐지만 박근혜 당선인 쪽과는 직접적인 라인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 경영진 입장에선 사실상 인수위 행보에 생사가 걸려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홍보국장은 “이런 상황에서 MBC가 인수위를 비판하는 기사를 쓸 수 있겠냐”면서 “당분간 MBC보도의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오늘은 KBS와 MBC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이화섭 KBS보도본부장·김시곤 KBS보도국장, 황용구 MBC보도국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요즘 조중동은 물론이고 웬만한 인터넷매체도 인수위 불통논란을 비판하고 있는데,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이런 식의 보도행태를 보인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면서 “인수위가 기자들을 피해 사실상 묵언수행 중인데 KBS·MBC가 박근혜 당선인의 뜻을 받들어 함께 묵언 수행하는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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