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패배한 민주통합당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당장 의원총회에서 ‘책임’보다는 ‘자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외부에서는 “민주통합당은 시효성이 다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고, 내부에서도 ‘발전적 해체’가 공공연히 거론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좌클릭했던 민주통합당은, 이번 대선에서 중도층으로 평가되는 상당수 유권자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당 노선을 두고 백가쟁명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왔던 진보정당과의 연대·연합을 둘러싼 논쟁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야권 정계개편에 대해 현재 ‘국민정당’ 형태로 민주당을 확대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아예 민주통합당을 해체하고 야권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국민정당’은 현재 민주당을 혁신하고 대선기간 꾸려졌던 국민연대를 정당 형태로 재편하자는 것으로, 문재인 전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민주당을 보다 더 큰 국민정당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제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연대에는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의당 등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7일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에서 합동 유세중인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 향후 야권 정계개편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이는 두 사람은 같이 갈 수 있을까?
©연합뉴스

반면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역사의 죄인이 된 것”이라며 “민주당은 신당을 짜는 일부 한 축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신당에는 안철수를 포함한 48%의 지지자들을 담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며 “우리가 기득권에 집착하는 한, 48%와 안철수를 담아낼 수 있는 국민신당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민주당 중심이 아닌 재창당 형태로 신당을 만들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리고 어떤 형태든 그 중심에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있다. ‘안철수 현상’에는 기존 정당에서 표심을 잃은 중도층 유권자가 포함된 만큼, 민주통합당의 우클릭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안철수 전 후보를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친노·비노 간 계파 갈등이 양성화되는 시점에서 비노 구심점이 안 전 후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친노 인사들을 중심으로 언급되고 있는 ‘국민정당’ 재편에도 안철수 전 후보의 참여가 핵심이다. 결국 ‘안철수’가 야권 정계개편의 핵이다.

일단 민주통합당은 21일과 24일 잇달아 의원총회를 열고 대선평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자유토론 형태로 논의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은 “대다수 의원들은 합리적으로 (대선 패배 국면을) 잘 해결하자는 분위기”라고 밝혔지만 의총에 앞서 일부 비노 측 의원들이 ‘친노 책임론’을 들고 나와 의총이 잘 마무리돼도 갈등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원내대표 선출은 그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24일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키로 했다. 애초 문재인 후보가 비대위원장 지명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고, 실제로 안경준 서울대 법대교수를 지명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비노 측 의원들의 반대로 문재인 후보는 지명권을 포기했다.

결국 원내대표 선출이 민주당 운영방안의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야권 정계개편의 핵심인 안철수 전 후보가 미국으로 떠난 만큼, 원내대표 선출을 기점으로 민주당 내 노선 투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언론에 따르면 친노 측에서는 민평련(고 김근태 상임고문계)의 4선 신계륜 의원, 수도권에서 인기가 좋은 3선의 박영선 의원이 거론되고 있고 비노 측에서는 4선의 김한길 의원과 3선 조정식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안철수 전 후보가 귀국했을 때 재편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이 수습국면에 접어들어도 안 전 후보가 귀국 후 신당을 창당한다면 비노진영 중도파 의원들 중심으로 이동이 있을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전 후보와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회동했고, 손학규 고문도 조만간 독일로 출국할 예정인 만큼, 안 전 후보와 손학규 상임고문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친노진영과 비노진영이 결국 결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박사는 “대선에서 패배한 것은 기본적으로 문재인이 노무현을 넘어서지 못한 결과”라며 “당연히 친노 책임론이 제기될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친노가 권력을 내려놓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이어 “안철수 전 후보로서는 민주당도 극복대상이기 때문에 민주당과 안철수가 손잡고 신당을 창당할 리도 없다”며 “결국 친노 중심의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라는 ‘2개의 야당’은 불가피하며 이들이 경쟁을 벌여 국민 지지를 더 많이 받는 쪽이 야권중심세력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안철수 전 후보가 귀국하고 4월 재보궐선거 국면에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친노·비노 프레임, 정계개편이나 노선의 중도화 등이 현국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철희 소장은 “민주당의 변화는 안철수 전 후보를 전제로 모색되고 있지만 이는 적절치 않다”며 “새로운 인물이 들어온다고 그것이 곧 좋은 정당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민주통합당은 우선 당 내부정리가 우선”이라며 “대선 패배가 친노 책임이지만 그렇다고 친노의 책임을 물어 비노로 가자는 프레임도 답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문제는 노선이 아니라 리더십의 부재”라며 “차세대 리더십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경쟁의 장을 열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