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비용역업체 컨택터스의 SJM 노조 폭력사태로 폭력산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3M 유성기업 국민체육진흥공단 JW 코오롱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등 17개 단위가 모여 만든 ‘정리해고‧비정규직‧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은 8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권이 노조 파괴를 위한 자본의 사병으로 폭력 경비업체를 양성해왔다”고 주장하며 지난 수년 동안 겪어온 ‘폭력’을 증언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사측의 노조 탄압 시나리오’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다. ‘자본은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의 대가를 노동자에게 부담시켜 갈등을 유발한다 → 쟁의행위에 대응해 직장폐쇄가 이루어진다 → 경찰과 용역의 폭력이 계속 발생한다 → 선별적으로 포섭해 노조를 망가뜨린다 → 노조가 없어지거나 다른 노조가 생긴다’는 내용이다.

“용역이 우리에게 던진 것은 살인무기였다.”

이용호 SJM 노조 수석부지회장은 지난달 27일 새벽 컨택터스의 폭력을 회고했다. “새벽 4시 반에서 6시 50분 사이 두 차례 침탈이 있었다. 1차는 양호했다. 그리고 사측 관리자와 용역이 회의를 한 것 같다. 갑자기 (컨택터스 직원들이) 살인무기를 던졌다. 그리고 우리를 토끼몰이하듯 몰아붙였다.”


지난해 10월 노동조합을 결성한 JW지회. 거대 제약사인 중외제약은 노동조합을 가만두지 않았다. 회견에 참석한 JW 노동자는 사측이 고용한 컨설팅 업체와 경비용역의 횡포 때문에 겪은 일을 말했다.

“노조를 결성하니까 중외제약 자본이 고용한 컨설팅 업체로부터 회유와 협박이 이어졌다. (중략) 당진공장에 노조 사무실 겸 농성장이 있다. 갑자기 10여 명이 칼을 들고 협박하면서 천막을 난도질했다. 농성장 옆에는 3층 높이 펜스가 있어 아무리 외쳐도 안쪽에서는 들을 수 없다.”


컨택터스가 투입된 뒤 한국3M 노동자들은 고개를 숙이고 다닌다. 노조 관계자는 용역업체 폭력이 이어지면서 조합원 400명이 조합을 탈퇴했다고 전했다.

“출근길에 용역 50명이 두 줄로 서 있다. 노조 조끼를 입으면 들어갈 수 없다.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들어갈 수 없다. 2010년 용역이 수십 차례 침탈했고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 강성 조합원은 식당에 데려가 문을 잠그고 때리기도 햇다. 여기에 대항하면 사내 폭력으로 징계를 받았다. 230여 명이다. 지금도 컨택터스 용역의 말이 생각난다. ‘내가 너희를 때려봐야 벌금만 나온다. 그런데 그건 너희 회사에서 다 내준다’고 했다.”

1600일이 넘게 복직투쟁을 진행 중인 재능교육 노동조합. 노조원은 동료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죽을 고비를 넘겼다. “경부고속도로였다. 갑자기 타이어가 터졌다. 누군가 타이어에 바늘구멍을 낸 것이다. 그것도 바람이 천천히 빠져 달리는 중간에 사고가 날 것을 알고 한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용역깡패들은 웃는다. '너 살아있었냐?' 그것이 그들이 저지르는 만행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었다.”

이들은 수시로 미행을 당했다. “○○○ 조합원도 수시로 미행을 당했다는 심증을 가지고 있었다. 평소 수원에 거주하는데 서울에 볼일을 보고 내려갔는데 몇일 뒤 용역 강패로부터 ‘니 차 대방동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데 거기 왜 갔니?’라는 말을 들었다.” (민주노총 법률원 인터뷰)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장에서 매표일을 하고 있는 4~50대 여성들은 2008년부터 투쟁했다. 그러다 2011년 11월부터 6개월 동안 용역을 만났다. 공단의 노동자는 실시간 감시와 성폭력 발언을 경험했다. “처음에는 질서유지원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은 노조일지보다 상세하게 우리를 기록했다. 화장실 가는 것까지 기록했다. 용역이 노조 사무국장에게 여성의 성기를 언급하며 ‘찢어버리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용역업체만이 아니다. 특히 SJM 폭력사태가 경찰의 방관 아래 이루어졌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과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겨레 등 보도에 따르면 관할서인 안산단원경찰서는 컨택터스 직원들이 SJM 조합원을 폭력진압한 지난달 27일 새벽 늑장대응했고, 사태에 개입하지 않았다. 경찰은 “몰랐다”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고만 해명하고 있다.

회견장 주변에 있던 영등포경찰서 관계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SJM 폭력사태에 경찰의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라 판단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잘못은 분명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도 경찰이기 이전에 국민이다. 노조의 주장이나 언론보도 대로 경찰이 실제 그랬다면 경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노조파괴를 위한 자본의 사병” 경비업체는 어떻게 성장했나?

경비업체는 이명박 정권 들어와 두드러지게 성장했다. 2006년 자본금 2억 원으로 출발한 컨택터스는 2008년까지 순손실만 기록하다 2009년부터 이익으로 돌아섰다. 컨택터스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개인 경호를 담당했다. 그리고 이 업체의 법률자문은 법무법인 영포로 민간인 불법사찰로 구속 기소된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을 변호한 곳이다.

실제 컨택터스가 주요 매출을 올린 곳은 상신브레이크, 발레오공조코리아, 한국3M, 유성기업, KEC 등이다. 모두 민주노조 무력화가 이루어졌거나 진행 중인 곳이다. 지난 6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는 성명에서 “민간용역업체의 급성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주요 노사분규 사업장에 단골 투입된 결과로서 노동부를 비롯한 관련 정부부처의 방조 내지 비호라는 의심이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1960년대 미8군 부대 경비를 시작으로 76년 ‘용역경비업법’ 제정 이후 발전하기 시작한 민간경비산업은 올림픽, 월드컵 등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2월 말 기준 경비업체는 2007년 2834곳에서 2010년 3473곳으로 늘었다. 2000년 8만1618명이던 경비업체 소속 경비원은 2010년 14만2363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인력위주의 단순경비를 담당하던 경비업체가 첨단장비와 기술을 갖춘 ‘민간군사기업’으로 평가된 것은 최근이다.

이들은 2009년 이후 정리해고나 노동현장에 투입됐다. 2009년 6월 마린캅스 300명이 쌍용차에 들어갔다. 이듬해 6월 KEC에는 CJ씨큐리티 650명, 상신브레이크에는 컨택터스가 투입됐다. 같은 시기 한국3M에는 컨택터스 100명이 노동자와 대치했다. 2010년 8월 발레오만도에는 SGTS 400명이 해결사로 나섰고, 11월 현대차에는 웰비스 소속 300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장점거에 대응했다. 지난해 5월 유성기업에는 CJ씨큐리티와 아이원가드 소속 용역 350여 명이 투입돼 노조파괴에 나섰다. 같은 해 6월 한진중공업을 지키던 용역은 CJ씨큐리티와 장풍HR 소속 직원과 아르바이트 150여 명이고, 같은 시기 경상병원에는 CJ시큐리티와 아이원가드 용역 50명이 투입됐다.

실제 기업의 노무관리 방식을 살펴보면 1980년대 후반 민주노조 운동 시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기업은 구사대, 백골단을 동원해 쟁의행위에 대응해왔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컨설팅 회사를 통한 노무관리 외주화를 시작했고 용역경비업체가 쟁의행위 대응을 맡게 됐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폭력산업은 육성되고 있고 반대로 노동권은 바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3M, KEC, 유성기업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공통점을 지적했다. “자본은 노동쟁의를 유발해 직장폐쇄의 요건을 갖춘 뒤 용역을 투입한다. 폭력이 발생하고 어느 정도 수준에서 합의해서 노동자들은 복귀한다. 그리고 노조 활동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을 만든다.”

박진 활동가는 노동자들을 무권리로 내모는 노조 파괴 시나리오 자체가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본이 컨설팅과 용역회사를 진두지휘하고 있고 국가는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정조사·경비업법 개정으로 용역폭력 근절 가능?

민주통합당은 SJM 용역폭력 관련 국정조사를 추진할 뜻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경비업법 개정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용역폭력이 일부 법 개정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지적 또한 있다.


10여 개 인권·노동·종교·법률단체 활동가들이 모인 반용역프로젝트팀이 올 1월 ‘용역폭력근절을 위한 정책대안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수십 개 노동현장과 용역폭력의 실상을 소개하면서 노동법 개정 등을 포함해 관련법의 전반적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자본가는 (노동 3권 등) 노동자들의 권리를 사적 물리력을 동원해서 막고 있다”면서 “노동조합의 가장 큰 힘인 파업권을 사적 물리력을 동원해 제한하고 있는 것인데, 현실에서 이를 대행하고 있는 것이 경비업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용역폭력의 본질에 대해 “사적 폭력이면서 동시에 국가권력에 의해 조장, 묵인되는 폭력”이라면서 “신자유주의의 불안정한 노동시장이라는 조건 하에서, 경비·안전노동에 단기적·비정규직으로 고용된 ‘가난한 자들’이 철거민과 파업 중인 노동자와 같은 또 다른 가난한 자들을 경찰과 유사한 방식으로 억압하는 경비·경찰체제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폭력의 한 극단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노동현장 수십여 곳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노동자에 대한 일상적 감시, 간부에 대한 테러 등은 파업 후 복귀과정에서도 이어지는데, 출입 통제는 물론 조합원 일거수일투족을 밀착 감시한다”며 “예전에는 단순한 물리력 제공이었다면 이제는 노사관계에 적극 개입해서 노조를 무력화, 와해시키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용역폭력의 문제가 ‘경비업법’ 등을 통해 용역을 비폭력적으로 만드는 방식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자본의 사적 폭력 근절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과 이를 기초로 한 단체협약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모든 폭력은 금지돼야 하고 모든 경비원에 대해 노사관계 개입행위는 금지되어야 한다. 사용자에게 용역폭력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의무를 지우고, 경비원의 탈법·불법행위에 대해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찰은 용역폭력에 적극 대응해야 하고, 긴급상황 외 노동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할 시 48시간 전에 고지해야 한다.

또 현행 신고제인 직장폐쇄의 요건을 강화해 노동위원회 심의, 노동부 승인을 통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또한 노동부는 용역경비가 투입된 현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 회사는 파업 후 3개월 간 징계성 교육을 금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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