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방송 성적표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170일 파업 이후 올림픽 방송을 시청률 반등의 계기로 삼고자 했던 MBC에 대한 시선이 따갑다. 방송사고와 자막 실수 등 크고 작은 논란이 일면서 채널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다는 평이다. 파업 참가로 인해 서울에서 MBC 올림픽 방송을 지켜봐야 했던 스포츠 PD들은 안타까운 심경을 밝히면서도 예견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MBC는 방송 3사 중 올림픽 방송에 가장 만족스러운 방송사를 뽑는 포털사이트 다음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 꼴찌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SBS는 47.6% KBS는 27.0%의 만족도를 차지했지만 MBC는 6.3%에 그쳤다.

만족도와 비교해 시청률도 단독 중계라는 '메리트'를 빼고 나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다. 이번 올림픽 중계방송은 방송3사 최초로 종목별 순환 중계 방송을 시작했다. MBC는 수영·배드민턴·역도·복싱 등 단독 중계를 맡았다. 방송 3사는 자사가 맡은 종목을 예선부터 8강까지 단독 중계할 수 있지만 준결승과 결승의 경우 2사 1종목 중계가 가능하다.

제비뽑기에서 수영을 뽑은 MBC는 수영 종목 박태환 선수라는 '행운'을 잡아 예선전에서 시청률 상승의 기회를 마련했다. 예상대로 지난 7월 28일 런던올림픽 경기 방송 중 MBC에서 방송한 <박태환 출전 수영 남자 400M자유형 예선 리플레이 방송> 시청률(시청률 조사회사 TNmS)이 25.8%로 이날 올림픽 중계방송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결선에서 시청률 결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 7월 29일과 31일 진행된 남자 자유형 400m와 200m 결승전 경기에서 MBC는 5.3%와 3.6%를 기록했는데 같이 중계한 SBS는 7.6%와 6.7%를 기록해 큰 차이를 보였다. 올림픽 사상 첫 4강에 진출한 지난 5일 영국과의 축구 중계에서도 MBC는 7.4%를 기록해 10.8% 기록해 SBS에 뒤졌다.

파업 참가로 인해 징계를 받고 서울에서 올림픽 방송을 지켜봤던 MBC 스포츠 PD는 "일례로 수영 같은 경우 예선을 단독 중계했으면 결선까지 효과가 이어져야 하는데 같이 중계를 하면 채널을 돌렸다는 것은 확실히 전체적인 채널 호감도가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림픽 방송 내용면에서도 MBC에 대한 평은 좋지 않다. MBC 올림픽 방송 평가 중 가장 많이 비교되는 방송이 SBS다. SBS의 경우 차별화된 방송 기획물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비틀즈의 음악을 배경으로 선수들의 이야기를 구성한 '비틀즈의 영웅을 노래하다'는 프로그램은 방송관계자들 사이에 짜임새있고 참신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MBC는 초기부터 올림픽 방송에 '올인'한다는 인상이 짙은 가운데 '얼굴'만을 강조해 시청률에 승부를 거는 전략이 실패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런던올림픽 프로그램에 나왔던 인사는 <위대한 탄생> 출연자인 배수정, 구자명, 손진영씨가 주를 이뤘고, 박은지, 원자현 씨가 아나운서로 긴급 수혈됐다.

역시 이번 MBC 파업으로 인사발령 조치를 당한 MBC 스포츠 PD는 "얼굴 쪽으로 알려진 사람들을 배치하면 대충 시청률이 오를 것 같다고 판단한 것 같지만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을 배치한 것은 시청자를 우습게 본 것"이라고 꼬집었다.

올림픽 방송은 경기 종목과 선수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다른 종목으로 방송이 넘어가면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상을 잘 그려내야 하는데 MBC에서는 이 같은 기본에 충실하기 보다는 '얼굴'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림픽 방송 공부가 부족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지적도 많다. 보통 방송사들은 종합대회 이전 아나운서와 PD들이 모여 워크샵을 하고 자료집을 만들어 자신이 맡은 종목에 대해 '공부'를 하는데 이번 MBC 올림픽 방송에서는 급하게 준비한 흔적이 많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모 아나운서의 경우 올림픽 방송을 위해 1년 가까이 '공부'를 했지만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현지 방송에서 배재됐다"며 "김성주 아나운서도 잘 하는 분이지만 오랫동안 준비한 인력과는 아무래도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실격 논란이 일었던 박태환 선수의 400미터 예선전 경기의 경우도 반복된 화면을 보여주고 경기 직후 분석이 뒤따라야 하는데 우왕좌왕하다가 유도 경기장으로 넘어가면서 시청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야 한다.

또다른 스포츠 PD는 MBC 올림픽 방송 중 개막식 당일 성화 점화식 장면과 현지어 발음 표기 문제를 지적하면서 MBC가 올림픽 방송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유명인사가 베일에 싸여 있다가 나와서 작은 불을 큰불에 옮기는 것이 성화 점화식의 포맷이었다면 이번 올림픽은 주요 유망주 선수들이 수십 개의 작은 성화들을 가지고 점화를 하는 것이 의미가 남달랐지만 MBC는 이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더라, SBS로 채널을 돌리니 의미에 대한 자세한 해설이 나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컨트룰 타워가 없고 사전 준비가 부족해서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일례로 중국 수영 대표 선수 'LI Yun Qi'는 중국 현지 발음으로 표기해야 함에도 '이윤기'로 표기한 것은 전형적인 준비 부족에 따른 '실수'라는 지적이다.

MBC는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기존 스포츠PD 8명 중 1명을 대기발령 시키고 4명에 대해 인사 발령 조치를 내렸다. 대신 4명의 대체인력을 새롭게 뽑아 올림픽 방송 중계에 투입한 바 있다. 현지 중계 방송에 배제된 인원은 비록 파업에 참가하긴 했지만 4년 마다 돌아오는 올림픽 방송의 성공을 위해 업무 복귀를 고심했고, 올림픽 이전 노조가 업무에 복귀하면서 내심 올림픽 중계 방송 인력에 투입될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결국 MBC 올림픽 방송의 크고 작은 실수도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력을 배제하고 준비가 부족한 인원을 투입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지적이다. 

지난 5일 뉴스데스크에서 구자철 올림픽 축구 대표 선수의 이름을 이범영 선수로 자막 처리한 리포트의 경우도 런던 현지의 시용기자 리포트를 제작하고 편집과 감수를 맡은 기자 모두 시용기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C 노조는 "파업 참여에 대한 보복인사에만 광분해 올림픽 방송에 노하우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력들을 현장에서 마구 축출해버린 부작용이 다시 한번 여과 없이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번 MBC 올림픽 방송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채널 이미지가 더욱 악화돼 전반적으로 MBC 채널을 외면하는 현상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인사 발령을 받은 스포츠PD는 "저희도 올림픽 방송의 애증의 대상일 수밖에 없도 안타까운 심정"이라면서도 "종합대회는 그냥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번도 경험을 없는 사람들이 한두달 만에 중계 방송을 하라는 것 자체가 문제다. 실제로 올림픽 방송을 잘 하고자는 생각이 있었다면 파업 유무를 떠나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전략적인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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