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가 정수장학회 특별취재팀을 구성한 이상민 사회부장을 문화부로 발령하는 등 부장급 인사를 단행해 ‘정수장학회 기사를 막고 편집국을 분열시키는 표적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관 부산일보 사장은 지난 27일 사회·정치·편집부장 등 부장급 인사 이동을 통보하고 이튿날 이를 단행했다. 이상민 사회부장을 문화부 선임기자로 발령했고 박찬주 국제부 팀장(부장대우)이 이 자리를 맡았다. 송대성 정치부장은 국제부장으로 옮겼고 송승은 경제부 차장이 정치부장이 됐다. 이병국 편집부장은 편집위원이 됐고 김기수 편집1팀장이 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두고 부산일보가 정수장학회 특별취재팀을 무력화하고 장학회 관련 기사를 사전에 봉쇄하려는 표적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법원의 이정호 편집국장 직무정지 및 출입금지 판결 이후 갑작스럽게 이루어졌고, 이상민 사회부장은 지난해부터 정수장학회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운영해 온 취재팀의 주축이기 때문이다.

이정호 국장의 대기발령과 직무정지는 물론 이상민 부장의 인사위원회 회부 이유 중 하나는 정수장학회 관련 기사 게재였다. 지난 11일 이 국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부산일보는 이상민 부장에 대한 징계를 다시 추진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부산일보는 정수장학회 관련 기사 때문에 지난해 11월 30일 윤전기를 멈추고 신문 발행을 중단한 적도 있다.

부산일보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 지부)는 이번 인사가 “편집권 독립의 틀을 부쉈다”고 비판하며 총력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30일자 특보에서 이번 인사가 편집국장이나 국장 대행의 인사 제청도 없이 진행된 점을 들어 “88년 파업과 편집국장 추천제 쟁취 이후 24년 동안 편집권 독립의 핵심 장치로 기능해왔던 인사권 독립이 수습기자 출신 사장 지명자에 의해 허물어질 위기”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이명관 사장이 지난 1월) 정수장학회 이사장에게 사태의 조기 수습을 약속하고 내려온 뒤 무리수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인사가 정수장학회 기사를 막으려는 표적인사라는 것.

이호진 노조위원장은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난해부터 활동한 정수장학회 특별취재팀과 26일까지 연재한 한홍구 교수의 ‘정수장학회를 말한다’를 거론하며 “(경영진이) 정수장학회 기사를 막고, 편집국 내 분열을 만들어 편집권 독립의 초점을 흐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의도는 이명관 사장이 인사조치에 앞서 사내 공지사항에 올린 글에서도 드러난다. 노조 특보와 조선 총무국장에 따르면 이 사장은 27일 사내 누리집에 “더 이상 지면이 정치 편향성 지적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며 취지를 밝혔다. 이 사장은 “편향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어… 많은 독자들이 부산일보를 외면하고 있으며, 그 파장은 절독에 이어 광고, 사업 등 영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조짐”이라고 했다.

조선 총무국장은 통화에서 “이정호 국장 가처분 결정이 나왔을 때 편집국 정비 차원에서 곧바로 (인사를 단행)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조 국장은 ‘정수장학회 기사를 막으려는 것’이라는 노조의 비판에 대해 “노조는 항상 (정수장학회와 관련지어) 얘기해왔다”면서 “(이명관 사장은) 정치적 편향성 때문에 절독 상태가 심하고 광고와 사업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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