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사이비 인터넷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며 네이버(NHN)과 다음을 겨냥해 ‘포털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보도가 나가자, 광고주협회는 사이비 인터넷 언론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반론보도 닷컴’을 개설하고 이들 언론을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언론재단은 사이비 인터넷 언론에 대한 지원 사업을 끊겠다고 밝혔다.

지난 달에는 이들 신문이 신문협회 회의에서 다른 언론사들과 네이버 뉴스캐스트를 탈퇴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NHN은 오는 6일까지 뉴스캐스트 제휴 언론사(96곳)을 상대로 여론 수렴에 나섰고, 오는 12일에는 관련 토론회도 열 예정이다. 논의 결과에 따라 뉴스캐스트 개편도 예상되고 있다.   

대선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문협회는 회원사 내부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공식적으로 어떤 논의를 어떤 배경에서 하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용자들 대다수가 네이버 등 포털로 뉴스를 보는 상황에서 개편 향배에 따라 뉴스 이용 방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데도, 공개적인 논의는 실종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 저널리즘’ 전문가인 송경재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7월 4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교묘한 시기에 조중동이 일제히 네이버 뉴스캐스트에서 빠지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이 싸움은 장기적으로 보면 종이 신문사쪽으로 여론의 의제 설정권을 돌려보고자 하는 시도”라고 촌평했다. “미디어 시장의 주도권 문제”가 본질이라는 지적이다.

송경재 교수는 포털 뉴스를 비롯한 ‘온라인 저널리즘’에 대한 차분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언론사와 포털에 주문했다. 송경재 교수는 “(조중동에서처럼)‘포털이 무조건 문제가 있고 잘못됐다’고 하면 이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며 “기존 언론사는 반성부터 해야 하고, 포털은 언론사의 비판에 대해 수용하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송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최근 조선, 중앙, 동아일보가 사이비 인터넷 언론의 문제를 제기하며 ‘포털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보도의 속내를 뭐라고 봐야 하나.
“두 가지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조중동과 보수 매체가 포털뉴스 서비스의 과잉 정치화에 대해 칼을 들이댔다. 진성호 의원(한나라당)이 ‘네이버는 평정됐다’고 말했던 정치적인 의도와 맥락이 이번에도 관련돼 있다. 두 번째로, 네이버 뉴스캐스트가 가지는 한계가 이번에 확실히 터진 것이다. 네이버가 뉴스 편집권을 기존 언론사에게 돌려주겠다며 뉴스캐스트를 추진했는데, 지난 3년여 동안 서로 불만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트래픽을 고려해 선정적인 기사 제목을 달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메이저 언론사는 ‘온라인에서 혜택이 있어야 하지 않나’고 주장하고 있고, 마이너 언론사는 선정적 광고 문제가 있는데 이에 대한 제어 장치가 없다.

이런 두 가지 시각이 같이 작용한 것이다. 교묘한 시기에 조중동이 일제히 네이버 뉴스캐스트에서 빠지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조중동은 2008년 쇠고기 광우병 당시에도 ‘다음’에 기사를 안 주고 정치적으로 행보를 보였다. 지금도 비슷한 행보를 가고 있느데 조중동은 정치적이 아닌 것처럼 이를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 조중동이 네이버 뉴스캐스트에서 탈퇴하는 것을 검토 중인데, 실현 가능성은?
“일본에서 몇 개 신문사가 연합해 만든 서비스가 있다. 국내에도 같은 서비스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신문협회에서 지난 2008년~2009년에 논의했지만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다 최근에 조중동 차원에서 다시 하겠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이트 관리·운영의 법인 문제, 수익 배분 문제, 저작권 문제, 특히 편집권 문제 등 산 넘어 산이다. 조중동만으로 구성된 보수 매체 포털이면 사람들이 가서 보지 않는다. 조중동이 지금 시세 판단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에는 한나라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컸는데 지금은 비슷비슷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토론 공간은 포털로 모인다. 이 상황에서 네이버에서 나가면 손해다. 포털이라는 뉴스 유통 시스템이 2002년부터 10년째 유지되고 있는데, 그 판 자체를 흔들 수 없다. 더군다나 사용자들이 포털을 이용하는 것을 편리하게 생각하고 있다.”

- 결국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인데, 그런데도 조중동이 “네이버 탈퇴”를 검토하는 이유는?
“결국에는 미디어 시장의 주도권 문제다. 사실 이것도 정치적인 사안이다. 과거에는 콘텐츠 생산자가 미디어 시장 주도권을 가졌지만, 지금은 포털 같은 유통자가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아이폰의 경우 아이튠즈가 가지고 있지 않나. 그래서 이 싸움은 장기적으로 보면 종이 신문사쪽으로 여론의 의제 설정권을 돌려보고자 하는 시도다. 그래서 조중동이 포털이 문제가 있고, 부도덕한 집단이고, 공정위 규제를 위반했고, 사회적 책임을 안 지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 그래도 사이비 인터넷 언론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유통을 맡은 포털도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나?
“포털 뉴스가 그 점에서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사이비 언론의 문제를 인터넷 언론들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오만이다. 조중동은 1인 미디어들이나 전문가 개인이 쓰면 허위라고 생각하는 엘리트 주의가 있는 것 같다. 사이비 인터넷 언론들이 기업의 돈을 뜯는다고 하는데 오프라인 신문도 마찬가지 아닌가. 스스로 반성, 성찰하는 것 없이 남의 문제만 보는 것은 오만이다. 어느 언론사는 정론이고 어느 언론사는 사이비라고 하는 것은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다.”

- 포털은 뉴스 콘텐츠 저작권자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고, 뉴스 콘텐츠를 헐값에 사는 문제도 있지 않나?
“근본적으로 포털 저널리즘이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점이 문제이고 불만이면 시장 논리에 따라 언론사들이 포털과 계약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나. 포털과 제휴한 언론사들이 돈은 돈대로 벌어가면서 정당한 대우를 못 받고 있다고 계속 여론전을 하고 있다. 논의를 빙빙 꼬이게 하고 있다. 이런 점은 어떻게 보면 기존 미디어의 또 다른 패악이라고 본다.”

- 현재 공방에서 주목되는 점은 네이버 뉴스캐스트 개편이다. NHN은 6일까지 언론사 여론 수렴을 하고 오는 12일 토론회를 열 예정인데, 지난 3년 6개월간 지속된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어떻게 평가하나.
“시작 자체부터 문제가 있었다. 포털의 접근이 잘못됐다고 본다. 지난 2008년 당시 포털은 미디어가 아니라 인터넷 기업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미디어가 아니니까 미디어 관련 법에 적용을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결국 신문법의 적용을 받았다. 엉뚱하게 끌려 들어온 셈이다. 그리고 나서 편집권 남용에 대한 비판을 받자 네이버는 뉴스캐스트를 만들었는데, 고육지책이다 보니 2, 3차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아우르는 뉴미디어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언론사로서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 뉴스편집의 원칙, 가이드라인 공개, 사용자인 네티즌 참여의 제도화, 언론사와의 저작권 등의 수익배분, 주기적 모니터링 보고서 발간 의무화 등 현행 쟁점을 망라하는 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2, 3차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 뉴스캐스트를 통해 트래픽이 분산된 장점도 있지 않았나. 중소 언론사들은 광고 수익을 얻기도 했다. 뉴스캐스트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뉴스캐스트는 아닌 것 같다. 포털도 뉴스 사업에 대한 인식을 새로 해야 한다. 과격한 얘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미국의 야후처럼 메인에 통신사 뉴스만 보여주는 방식도 있다. 포털 뉴스에서 속보를 볼 수 있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다.”

- 그렇게 바뀐다면 상당수 언론사들이 반발할 것 같다.
“(언론사들이)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다.”

- 언론사들이 포털에 의존하고 선정적으로 제목을 뽑는 현실을 벗어나는데 원칙적으로는 공감을 하고 있다. 또 선정적인 인터넷 광고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하지만 뉴스캐스트가 개편된다면 수익 하락이 있기 때문에 쉽게 해법을 찾기 못하고 있다. 이런 딜레마에 처한 상황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나?
“과도한 포털 집중화가 문제이지만 당분간 이런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미 뉴스 소비 방식이 이렇게 굳어졌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것은 언론사와 네이버 양자 책임이 있다. 트래픽 때문에 그런 선정적인 기사를 양산하는 미디어, 그걸 관리하지 않는 포털의 책임이 있다. 이 문제는 당사자들이 결국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한다. 기존 미디어와 네이버 등 포털이 상생할 수 있는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 언론사들이 공동 포털을 만드는 것은 대안으로 보나?
“좋은 시도다. 신문이 인터넷 뉴스에서 일종의 신디캐이트(공동 판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디어는 원소스 멀티 유즈로 가야 된다. 언론사 공동 포털이 만들어진다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과연 가능할지가 문제다. 자존심 문제가 가장 크다. 조선일보 기사가 기사 배치에서 밀린다고 볼 때 조선이 가만히 있겠나. 각자 자신의 콘텐츠가 최고라고 자부하고 엘리트 의식이 강한다. 공동 포털을 만드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 그렇다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지점은?
“이번 논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 돼야 한다. 논의 시간이 길 필요가 있다. 기존의 미디어는 반성해야 한다. 자신들은 아무 노력도 안하면서 포털에 유통 책임만 제기하는 것은 문제다. 기존 미디어도 뉴스 생산에서 더 이상 지식 권력화 돼선 안 된다. 지식은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같이 나눠 나가고 또 다른 밸류 체인으로 가치 창조를 하는 것이다. 지식을 유통하는 포털을 인정하고 협상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조중동에서처럼)‘포털이 무조건 문제가 있고 잘못됐다’고 하면 이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 포털은 시민사회나 언론의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 네이버측은 새로운 방안을 찾기 위해 기존 언론계의 불만이 무엇인지, 뉴스캐스트의 문제가 무엇인지 자체 평가가 필요하다. 가능하면 네티즌이 참여하는 평가가 있었으면 한다. 그런 부분에 대한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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