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데 한국 사회는 퇴행적인 종북논쟁이 한창입니다. 보수진영에서 복지 프레임을 끌어안고 나서는 반면 진보진영은 아직도 새로운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과 금융 부실을 해결하고 조세와 재정을 아우르는 경제 정의 어젠더를 누가 선점하고 선도하느냐가 정치 판도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이명박 정부 5년의 공과를 돌아보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첫 순서로 최근 선대인경제연구소를 개소한 선대인 소장을 만납니다. <편집자 주>

최근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분양가 상한제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실수요자’를 위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보조를 맞췄다. 이명박 대통령은 “DTI는 못 푼다”면서도 “주택거래에 대해서는 정부도 적극적으로 활성화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지들과 보수신문들도 한 목소리로 부동산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집값하락→소비위축→장기불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논리다. 집값이 10% 하락하면 GDP가 1.3~4% 하락한다는 통계도 제시된다. 건설업계도 목소리를 보탠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건설 일감이 줄어 도산 위기에 내몰린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아우성이다.

‘하우스푸어 구제론’도 나온다. 이자 부담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집이 팔리지 않아 발이 묶여 버린 하우스푸어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연이다. 집값 하락에 따라 대출금이 담보인정비율(LTV)을 초과하자 은행들이 원금 일부에 대한 상환을 요구해 ‘상환 폭탄’을 맞은 이들의 사연도 소개된다. 모두 집값 하락이 하우스푸어를 ‘압박’하고 있다는 논리다.

이를 종합하면, 집값 하락이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집값 하락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를 완화해 거래를 활성화 시키자는 주장은 여기에서 나온다. 반면 정 반대로 ‘집값을 더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독립연구소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이다.

그는 ‘부동산 거품을 빼야 우리 경제가 산다’고 주장한다. 이미 너무 많은 돈이 부동산 시장에 묶여 있어 한국 경제의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선 소장은 또 규제완화 움직임에 대해 “지금 시장 상황이 그런 정도로 활성화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빚을 더 내서 주택을 구입할 수요가 없는 데다가, 고령화로 인한 ‘인구충격’이 본격화 되기 때문이다.

선 소장은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일정한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높은 집값을 떠받치는 대신,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거품을 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일본식의 장기침체는 거의 불가피하다”면서 “한국경제 부동산 시장구조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해법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선 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거품에 대해 꾸준히 경고음을 울려 온 인물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의 공식 출범에 맞춰 그는 지난 19일 서울 대학로 ‘벙커1’ 카페에서 공개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햇볕이 뜨겁던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선 소장을 만났다.

-주택시장이 어렵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경제지들은 위기 대응책 중 하나로 주택거래 활성화를 이야기 하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면 거래가 실종돼 부실이 가계와 은행 전반으로 확산된다는 논리다. 어떻게 보나.

“주택거래 활성화라고 얘기하기 전에 주택거래가 왜 지금 침체에 빠져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미 일반 가계의 소득수준에 비해서 2000년대 내내 주택가격이 너무 올랐다. 그동안 빚을 내서 주택을 살 사람들도 거의 다 사버렸다. 더 이상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이제 본격적으로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특히 주택수요 연령대 인구가 줄어드는 시기에 들어간다. 흔히 주택수요 연령대라고 하는 35세에서 54세 인구가 지난해 정점을 찍었고, 이제 줄어드는 시기다. 쉽게 말하면 더 이상 지금 가격대의 집을 사줄 수요는 없다.

따라서 주택거래가 위축되는 건 정상적인 시장 반응이다. 과도한 부동산 거품을 해소해야 장기적인 측면에서 주택시장도 살아날 수 있고 한국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건 자꾸 외면하고 지금의 주택가격을 유지한채 활성화하자고 하면, 그게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결국은 지금 주택가격을 떠받쳐 주자는 주장 밖에 안 된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야…더 빚 낼 사람 없다”

-한편으로는 건설사의 위기와 연관시키는 보도들도 나온다. 중소건설사들이 위기에 빠진 건 사실인 것 같다.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 되면 사정이 좀 나아질 거라고 볼 여지는 없나.

“좋은 이야기인데, 그럼 어떻게 활성화 할 건가? 현상을 제대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부양책을 조금 더 쓰면 마치 활성화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지금 시장 상황이 그런 정도로 활성화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미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지금까지 30여 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한결같이 부동산 부양책 기조였다. 그런데도 주택시장이 계속 가라 앉는다. 그게 뭘 말 하나? 부양책을 쓰면 잠깐 살아났다가 다시 가라앉고, 그 때마다 반등하는 폭과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결국은 정부 부양책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는 이야기다.

그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건설업계나 금융기관은 지금까지 (정부가) 충분히 받쳐줬다. 지난 4년동안 엄청나게 돈 퍼부어 줬다. 건설사 미분양 물량 해소해주고, 저축은행에 공적자금 투입했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무주택 서민을 중심으로 일반 가계들을 돕는 그런 정책들이 필요하다. 부동산 거품이 가라 앉으면 그 충격파가 있을 것 아닌가. 부동산 거품을 부풀어 오르게 한 책임이 있는 건설업계나 약탈적 대출을 벌였던 금융기관을 자꾸 무작정 도와줄 게 아니다. 그 충격이 있을 때 무주택자, 서민, 저소득층, 취약계층들이 힘들지 않도록 재정 부양책을 아껴놨다가 그 때 써야 한다.

(그런데도) 자꾸 먹히지도 않는 거래 활성화 대책을 가지고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겠다고 하고 있다. 그렇게 하면 할수록 부동산 가격이 조정되는 시기를 놓쳐서 그만큼 사회 전체적으로도 기회비용이 커지게 된다. 길게 봤을때 한국 전체에 돌아오는 충격의 파장은 커진다는 이야기다. 한국 언론들이 그런 현실을 제대로 못 보고 있다.”

-일단 이명박 대통령이 DTI 폐지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부가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수요자’에 한해서 일정하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그런 방안이 어떤 게 있나? 지금 실수요자들 중에 주택을 살 수 있는데 못 사는 사람이 있나? 도대체 뭐가 실소유인가? 빚 안지고 자기 소득 수준에 맞춰서 적절한 수준의 주택가격인데 이걸 못 사게 하는 사람이 있나? 없다. 이미 실수요자는 오래전에 바닥 났고, 빚을 내서라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다 사 버렸다. 어떤 의미의 실수요자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신혼부부라던지, 조금 더 넓은 의미로 빚을 조금 내더라도 어느 정도 소득이 모여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조금은 있을 거다. 그런데 과연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이 돈이 있는데도 안 사고 있는 이유가 뭔가? 정부나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대로라면 (지금은) 집값이 떨어져 있으니까 싼 것 아닌가. 못 살 이유가 뭐가 있나. 앞으로도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구입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정부나 여당이 이야기하는 건) 말이 실수요자일 뿐이지, 계속 집값이 높은 수준에 있는데 이걸 떠받쳐주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또는 정부가 계속 사실상 투기 조장책을 쓰면서 집값이 오를 수 있을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해서 억지로 집을 사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약간의 공포 마케팅, 탐욕 마케팅인 셈이다.”

-아파트값이 빠지면 대출 만기를 연장할 때 그만큼 담보인정비율(LTV)이 재조정되면서 일시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언론에서는 ‘일시상환 폭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나.

“그러면 언론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계속 집 사라고 할 게 아니라, 처음부터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니까 신중하라고 경고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건 안 하고 있다가 지금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주택 담보대출 만기상환 문제는 상당 부분 이미 빚을 내서 집을 살 때 발생한 문제다. 그걸 지금와서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지금 주택 대출의 거치기간 만기연장을 4년째 해주고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 계속 이렇게 갈 수 있느냐는 거다. 돌려막기가 언제까지 가능할 거냐는 문제다. 불가능 하다. 집값은 계속 떨어질 거다. 일반가계의 소득이 느는 것도 아니지 않나.

거치기간을 연장해주면 해줄수록 거치기간 상환 만기가 도래하는 주택대출이 시간이 갈수록 계속 늘어나게 된다. 이 시뮬레이션을 2009년에 처음 해봤는데, 2012년 하반기가 되면 분기별로 만기상환 도래하는 대출이 2009년의 두 배가 되더라. 이미 그렇게 가고 있는 거다. 그런데 몇몇 언론들의 이야기는 계속 만기상환을 연장해주자는 이야기다. 그럼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이 세 배 네 배가 됐을때, 만약 그게 무너지는 상황이 오면 그 충격이 어떻겠나.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금 일정한 충격은 불가피하다. 다만 한국경제 전반에 돌아오는 충격의 양이 최소화되도록 해야지, 그냥 계속 미루면 나중에 돌아오는 충격의 크기는 더 커진다. 다른 해법이 있나? 어차피 맞아야할 매다. 물론 매를 한 번에 사람이 뻗도록 맞아서는 안 된다. 그 기간과 충격을 단계적으로 분산시켜가면서 맞아야 한다.”

“거품 빼기 착수해야…‘인구 충격’ 곧 온다”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분산시켜서 매를 맞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저금리를 이용해서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한다. 지금 쓸 수 있는 방법은 그렇다. 또 3년~5년 이자만 내다가 원리금 상환에 들어가는 거치식 대출을 균등분할 대출로 전환해야 하고, 현재의 선분양제도 후분양제로 바꿔야 한다. 이게 그동안 투기를 부추겼던 양대 제도다.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건설업계와 저축은행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도 시작해야 한다. 특히 금융기관의 약탈적 대출을 규제하는 게 필요하다. 공공임대전세주택이나 사회조합주택 형태의 주택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막가파식’ 토건 개발, 부동산 개발을 줄이고 기존의 무리한 사업을 정리해야 한다.

자꾸 무슨 부양책을 쓸 게 아니라 한국경제 부동산 시장구조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해법들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경제지들을 비롯해서 조중동같은 신문에서 부동산 투기를 선동하는 레퍼토리가 있었다. 책(<문제는 경제다>)에도 썼는데, 지금 보면 다 거짓말이었다. 정말 무책임한 것 아닌가.

지금 한국의 주택가격이 어디에 와 있냐면, 이미 2006년말 또는 2008년 중반이 고점이었다. 그 때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는 거다. 신체에 비유하자면 머리 꼭대기에서 이미 어깨까지 내려와 있다. 근데 여기서 다시 반등할 것 같나. 어림도 없는 소리다. 바닥까지 내려갈 일만 남았다. 이미 빚을 더 내서 살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주택수요 연령대(35~54세) 인구가 2011년을 정점으로 감소한다. 인구 충격이 온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인구는 줄어도 오히려 가구수는 늘어나서 주택 수요는 계속 늘어날테니까 집값 안 떨어진다고 한다. 거짓말이다. 가구수가 늘어나는 게 60~70대 연령대다. 문제는 60~70대 인구는 (기존에 살던) 집을 파는 인구라는 거다. 이 가구가 늘어나는 건 수요가 아니라 오히려 주택의 공급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주택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고사하고, ‘이중의 충격’이다. 이와 관련해서 ‘부동산구매력지수’라는 걸 구해봤다. (전국 기준) 그랬더니 2010년대에 거의 비탈길을 내려가듯 떨어진다. 2000년을 100으로 잡았을 때 2010년 91.5에서 2020년에는 67.2, 2030년에는 24.4가 된다. 수도권은 2010년 102.7에서 85.9, 40.7로 급감한다. 2030년의 부동산 구매력이 2010년의 40% 정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일본식의 장기침체는 거의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문제가 상당히 심각한데, ‘연착륙’ 방안은 없나.

“저라고 연착륙을 바라지 않겠나. 그러나 이미 한국경제의 부동산 거품이나 가계부채는 상당한 충격을 동반하지 않고는 해소될 수 없는 수준에 와 있다. 하루 아침에 멀쩡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나마 지금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연착륙 방안을 찾아야지 아무런 피해 없이, 별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는 그런 방안은 이미 물 건너 갔다. 대책 중에서 최상책은 고사하고 상책이나 중책을 쓸 수 있는 단계도 지나갔다. 이미 많이 놓쳤다. 그래서 남아있는 게 하책인데, 하책이라도 제대로 써야 한다.

우선 더 이상은 거품을 이 상태에서 키우지 않는 게 중요하다. 더 이상 하우스푸어같은 사람들을 양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무작정 부양책을 쓰면 그게 단기적으로는 작동하는 것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길게 보면 거품을 더 키우는 길이다. 2008년 이후 계속 부양책을 썼는데 거품이 더 커지지 않았나.”

-‘하우스푸어’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논란이 있다. 언론에서는 ‘피해자’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한 쪽에서는 ‘투기 열풍에 편승해 무분별하게 대출을 얻어 집을 산 사람들’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일단 언론이 미리 경고를 했어야 했다. 더 이상 무리하게 집 사지 말라고 계속 경고를 했다면, ‘하우스푸어’들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 아닌가. 그런데 언론들이 이제와서는 마치 자기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양 행동하고 있다. 미안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제와서 하우스푸어를 구제해줘야 한다고 한다. 

문제는 겉으로는 하우스푸어 구제론인데 실제로는 건설업체나 저축은행 또는 다주택 투기자들, 부동산 부자들을 구제하자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서민에 가까운 하우스푸어를 구제해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양도소득세 감면해주자는 얘기나 다주택 소유자 양도세 중과폐지 이런 게 어떻게 하우스푸어 구체대책이냐, 투기꾼들 구제대책이지. 굉장히 의도가 있는 정책들이다.

개인적으로는 하우스푸어가 되신 분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빚을 내서 무리하게 집을 살 수 있도록 부추기는 구조가 있었다. 정부부터 해서 정치권도 제대로 대응을 못했고, 언론들은 부동산 광고에 눈이 멀어서 오히려 부추겼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제어 역할을 못하다 보니까 일반 가계 입장에서는 충분한 정보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선동적인 정보를 접하며서 금방이라도 부자가 될 것같은 환상을 가졌다. 또는 (집값이 계속 오르니까)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영원히 집을 못 살거 샅다는 생각도 했을 거다. 그렇게 해서 뛰어들었던 건데, 따지고보면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만은 아닌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일정한 자기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결국은 자기 책임 하에 투자했기 때문에 손실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거다. 다만 상황이 어려워진다면 거기에 맞게 정부가 재정 지원책을 동원해야 한다. 개인파산제도나 신용회복제도를 조금 더 간소화하고 폭넓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고, 재무 컨설팅을 통해서 부채를 줄여갈 수 있는 노력을 할 수 있게 유도 해야 한다. 이걸 탕감해준다거나, 이들을 구제한다면서 부동산 부양책을 쓰는 방향으로 나가는 건 옳지 않다.”

“부동산 거품 빠져야 경제 활력 돈다.”

-대선을 앞두고 복지국가나 경제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반면 여야를 통털어 부동산 문제에 대해 뚜렷한 대책이나 정책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 잘 안 보인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정책적으로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특히 대선주자들이라면 부동산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하겠다거나, 적어도 큰 틀에서 어떤 기조로 가겠다는 정도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 자체를 안 하고 있다.

아마 지금에 와서 부동산 문제를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든 큰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하에 그러는게 절반 정도 있을 것 같다. 또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과 실태를 잘 모르고 있거나, 그 해법을 제대로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에 답을 못 내는 게 절반 정도 된다고 본다. 안타깝다.

표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앞날을 내다보고 당장은 좀 충격이 있겠지만 뼈를 깎는 그런 어떤 개혁을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면, 그걸 사람들이 이해 못하겠나. 그걸 할 용기를 가진, 그런 비전과 철학을 가진 후보가 없는 것 뿐이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설득하면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런 지도자가 없다.”

-정치권을 압박할 주체가 잘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시민’으로 묶기엔 부동산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각자 다르지 않나.

“결국은 일반 가계가 해야 한다. 대다수 가계는 사실 단기적인 충격은 있더라도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게 좋다.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에 돈이 묶여서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았다. 그러니까 기업 활동이 침체되고 일자리는 안 늘어나고, 소득도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반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라서 젊은층은 집을 못 사고, 그러니까 연애도 결혼도 마음대로 못하고 애도 못 낳게 된 흐름이 있다. 계속 이렇게 갈 거냐. 당장 충격이 있더라도 지금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면 ‘사람 값’은 올라가게 되어 있다.

적어도 길게 보면 부동산 가격이 빠지는 게 한국경제의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는 길이다. 고비용 구조가 해소되면 생활물가가 내려가게 되어 있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 생산원가도 낮아지고 카페도 당장 임대료가 줄어드니까 그만큼 가격을 낮추거나 고용을 늘릴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일반 가계가 살아가기엔 더 좋은 구조가 될 수도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거품 빠지는 게 오히려 좋은 거다, 길게 보면. 그러면 단기적으로 조금 어렵더라도 눈물의 골짜기를 지나서 부동산 거품 빼고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를 만들고, 사람 값이 제대로 대우 받는 그런 구조를 만들면 된다. 그렇게 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실제로 혜택을 본다. 일반 가계들이 결집해야 한다.”

-장애물이 곳곳에 놓여 있을 것 같은데.

“언론이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 언론이 계속 거짓말을 해왔던 것 아닌가. 건설업계나 재벌 대기업들 광고 받아서 일반 가계를 수탈하는 그런 기사들을 계속 생산해왔다. 경제가 한참 좋고 부동산 거품 불기 초기에는 그게 일반가계도 좋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재벌대기업, 건설대기업들은 좋아지지만 일반 가계들은 점점 실질 가계소득이 하락하고 있다. 언론의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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