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반대 및 공정방송 회복을 위해 파업에 나선 MBC 노조와 이를 지지·동참하는 민주통합당을 연이어 비난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한진중공업의 새노조가 회사 살리기에 나선 사례를 언급하며 "노사분규에 빠졌을 때 실질적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분규를 조장했던 정치인이 어디 갔는지 소재를 찾고 싶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대권후보 사람들이 그 당시 그쪽에 내려가서 (노사분규를) 부채질하는데 동참했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비슷한 행태를 방송분규에서도 보여주고 있다"며 "걸핏하면 분규현장을 쫓아가서 바람을 넣고 있다. 이게 진정 근로자를 위한 것인지 생활을 책임지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옛날말에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는 말이 있는데 정치는 싸움 말리라고 만든 것"이라며 "국민 세금으로 정치판과 국회를 싸움판으로 만들려는 민주당에 반성하고 새 국회와 새 정치의 출발을 새누리당과 함께 하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분규(紛糾)란 어지러울 분(紛)에 어지러울 규(糾), "이해나 주장이 뒤얽혀서 말썽이 많고 시끄러움"이란 의미다. 1990년대 중반까지 흔히 쓰던 말이지만 노사분규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를 준다고 해서 노사문제나 노사갈등이라는 말로 대체됐다.

민주주의는 갈등을 통해 진보한다.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갈등은 민주주의의 성장을 위한 엔진"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다양한 이익이 대립하고 공존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민주주의의 성패는 갈등의 해소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언론자유와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언론인들의 파업을 한갖 어지럽고 시끄러운 일쯤으로 매도하는 집권 여당 원내대표의 발언은 믿기 어려울정도로 충격적이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민주통합당은 대선 때 편파방송할 세력을 규합하는데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사파업에 동참하는 언론인들은 '편파방송 세력'이며 민주당은 정치적 목적으로 언론장악 국정조사 및 청문회를 요구하는 것으로 바라봤다. 
 
이 원내대표는 이 발언이 있기 전부터 방송사 파업을 노사간의 문제이며 정치권이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박근혜 전 대표도 22일 "파업이 징계사태까지 간 것을 참 안타까운 일"이라며 "노사가 서로 대화로 슬기롭게 잘 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뿐 정치권 개입 등 해결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결국 가장 불편하고 손해 보는 것이 국민이 아니겠느냐"며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노사 간에 빨리 타협하고 대화해서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25일자 사설 <박근혜 의원의 방송·언론관을 묻는다>에서 "그가 생각의 일단을 밝힌 만큼 궁금한 것은 그의 언론·방송관과 향후 방송 파업사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구상 여하다"며 "박 의원에게 묻는다.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방송장악은 자신이 상관할 일이 아닌가"고 물었다.

경향신문은 "국회에서 해법을 찾으려는 치열한 노력 없이, 그저 안타깝다는 인식 수준을 드러내는 것 정도로 만족하려는가. 또는 대선에서의 이해관계를 따져본 결과 '현상유지가 유리'라는 결론을 내린 것인가"라며 "그렇다면 단언하건대 미래지향적 국가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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