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가족들이 천안함 의혹제기를 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의 재판에서 고성과 막말을 퍼붓고 증인을 상대로 질문하는 변호인들을 위협하는 발언을 해 변호인들의 반발을 사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 524호실. 형사36부(재판장 박순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천안함 재판에 출석한 최원일 전 천안함장(해군교육사령부 기준교리차장·중령)을 상대로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하고 있었다. 최 전 함장은 이날 출석해 천안함 침몰사고 직후 구조된 뒤 해경정에서 자신이 김덕원 소령을 통해 대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고, 휴대폰을 회수했다는 사실을 처음 밝혔다.

사고가 나자마자 어뢰피격을 직감했다는 최 전 함장은 사고원인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얘기가 흘러나가면 안좋을 것 같아 함구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함장이 천안함 생존자의 초기 진술과 최초 상황 판단이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어 천안함이 사고 직전 작전상황도상 ‘최초좌초’ 지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최 전 함장은 시인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0년 국방부 법사위 회의에서 공개한 천안함의 21시05분 유턴 지점을 근거로 변호인들이 재구성한 천안함의 이동경로 추정에 대해 최 전 함장은 “좌초 표기된 곳을 지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표시된 곳도 수심이 20m에 달하고, 암초가 없다고 강변했다.

변호인들이 사고당시 천안함에 배치된 인원 점검과 유실된 시신 등을 최 전 함장을 상대로 확인한 뒤 국방부 합조단 보고서 상에 수록된 천안함 CCTV 마지막 후타실 사진의 진위여부를 물으려 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신상철 대표의 대리인 이강훈 변호사가 CCTV 후타실(체력단련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6명의 승조원 및 근무자와 실제 후타실에서 발견된 시신이 다르다는 의혹이 있으니 해당 사진에 나오는 승조원 실명을 밝혀달라고 최 전 함장에게 요구했었다. 그러나 최 전 함장은 ‘왜 실명을 알려느냐’며 증언을 계속 거부했다.

그러자 돌연 방청석에서 고성이 나왔다. 이정국 전 천안함실종자가족협의회장이 법정에서 공판을 듣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 “죽은 사람 갖고 뭐하는 짓이야”라며 “어디 두고들 봅시다. 대한민국 법좋아요 아주”라고 말했다. 법정 관리관의 제지로 이씨가 자리를 뜨자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유가족도 일어나 “조심하셔야죠”라고 변호인들에게 경고했다.

이를 듣던 신 대표의 대리인 심재환 변호사는 “재판장님 뭐하시는 겁니까. 지금 법정에서 변호인의 신변을 위협하고 협박하고 있는데 이를 감시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제대로 지휘하셔야 하지 않느냐”며 항의했다.

심 변호사는 최 전 함장에 대해서도 “계속 증언을 거부하는 것을 허용할 것입니까”라고 거듭 따졌다.

유가족 2명을 법정 밖으로 퇴장시킨 뒤 최 전 함장은 결국 CCTV 마지막 후타실 화면에 있던 6명 중 4명의 이름을 지목해 변호인들에게 건넸다. 최 전 함장은 천안함 보고서의 CCTV 마지막 후타실 사진에 대해 “바로 직전의 모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가족의 항의소동에도 끝내 천안함 보고서의 사진 거짓 수록 의혹이 더욱 분명해진 것이다.

박순관 재판장은 “첨예한 사건이다보니 감정에 북받치는 일이 생기는 것 이해를 해달라”며 “방청객 여러분도 양해해달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변호인들은 재판이 끝난 뒤 유가족들의 이날 행위에 대해 "심정은 이해하지만, 승조원이 그렇게 된 책임을 함장이나 군에다 묻지 않고, 왜 변호인들한테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또한 이날 법정에 첫 모습을 드러낸 최원일 전 천안함장은 재판과정 내내 변호인들의 질문에 불편함 심경을 내비치며 일부 불성실한 답변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최 전 함장은 민감함 질문마다 “모른다”가 아니라 “답하기 싫다”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답을 자주했다. 이 때문에 재판장도 “모르면 모른다고 해달라,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것이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답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징계유예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해 최 전 함장은 징계 상신의 이유가 ‘적의 도발징후가 있었음에도 경비구역 이탈 건의를 하지 않았고’, ‘속력도 높이지 않았다’는 것이었지만, 당시는 경계태세가 평시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뢰공격시 방어가 불가하다는 이유로 징계유예가 됐다고 설명했다. ‘작전실패 지휘관은 용서해도 경계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책임지는 사람이 왜 없느냐는 변호인의 지적에 최 전 함장은 “그건 육군작전에서의 의미이며, 우리는 평시에 맡은바 임무를 다했는데 어떻게 경계실패의 책임을 지느냐”고 강변했다.

‘46명의 목숨을 앗아갔는데도 책임을 못느끼느냐, 책임을 묻는 것은 재발을 막기 위함이 아니냐’는 이어진 변호인 질의가 나오기 무섭게 최 전 함장은 “그걸 왜 우리한테 그러느냐. 북한에다 가서 따져야 하지 않느냐. 이러니 적이 도발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최 전 함장은 신상철 대표가 직접 몇가지를 물으려 하자 “신상철씨 질문을 받지 않겠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장과 검사도 “답하지 않으면 되지 (질문을 안받을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천안함 포술장의 좌초 보고에 대해 최 전 함장이 “좌초라는 표현은 해난사고에 통상적으로 쓰는 표현”이라고 한 것에 신 대표가 역질문을 하려는 참이었다.

신상철 대표는 최 전 함장에게 “불이나도 좌초라 보고하고, 무언가에 충돌해도 좌초라 보고하느냐”, “고속으로 프로펠러가 돌다 순간적으로 정지해 프로펠러가 휘었다는 것이 합조단의 주장인데, 당시 급정지했을 때 프로펠러가 휠 정도의 고속운항이었느냐”고 물었다.

최 전 함장은 “당시 속도는 6~7노트였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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