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운영으로 무더기 영업정지 당한 저축은행들이 적자를 내면서도 종합편성채널에 100억 원 가량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은 영업정지 직전 200억 원을 몰래 인출해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됐다.

청와대와 중앙일보의 ‘수상한’ 땅거래에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소유의 삼청동 땅과 맞바꿔 내준 통의동 땅은 궁궐 ‘창의궁’ 터이다. 좀처럼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지하층 신축 허가가 나지 않는데 문화재청이 이례적으로 지하층 공사를 허용했다.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지도부·비례대표 사퇴’를 거부했다. 당권파는 당 진상조사위원회가 내놓은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진중공업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현장이 무너진 자리에 종파만 독버섯처럼 자란다”는 글을 남기며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7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기사다.

경향신문 <우리은행·포스코건설 양해각서 파이시티 본계약 조건과 똑같아>
국민일보 <어떻게 되나?>
동아일보 <이정희 ‘훼방’ 김재연 ‘불복’>
서울신문 <“美유학 뒤 돌아올 것…中 재입국 허가 안할 이유 없다”>
세계일보 <부도덕·부실경영 ‘모래성’ 저축은행>
조선일보 <고객돈 1500억 빼 개인 리조트 샀다>
중앙일보 <고객 돈 들고 튄 저축은행 >
한겨레 <청와대 소유 궁궐처 홍석현 회장에 간 뒤 지하공사 이례적 허가>
한국일보 <황당한 저축 회장>

저축은행, 적자 감수하면서 종편 투자?

영업정지당한 솔로몬 저축은행은 자산규모 5조 원으로 업계 1위 저축은행이다. 한국저축은행과 미래저축은행도 2조 원대 자산을 가진 대형 저축은행이다. 잘나간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초부터 넘어지기 시작한 것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탓이다. PF대출은 담보 가치보다는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평가해 금융사가 사업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호조였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수백억~수천억 원에 이르는 PF사업은 한꺼번에 부실해지면서 저축은행의 존립 자체가 흔들렸다. 서민들의 소중한 돈을 성공하면 수익은 높지만 그만큼 위험이 큰 곳에 투자한 셈이다.

이들 은행의 무모한 투자는 계속됐다.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사업성이 불확실한 종합편성채널에 투자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1·4분기 매일방송(MBN)에 10억 원을 투자했다. 보도전문채널인 뉴스Y에도 3억 원을 투자했다. 미래저축은행은 채널A에 46억 원, MBN에 15억 원을 각각 투자했다. 솔로몬은 2010 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에만 1265억원 의 적자를 냈고, 미래는 265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미 영업정지당한 제일저축은행도 채널A에 30억 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MBN과 뉴스Y에 각각 10억 원과 5억 원을 투자했다. 토마토저축은행도 jTBC와 MBN에 각각 20억 원씩, 부산저축은행도 뉴스Y에 25 억 원의 거액을 투자했다. 경향신문이 2면 기사 <적자 내고도 종편에 100억대 투자…부동산 PF가 부실 촉발>에서 전했다.

고객돈 빼돌려 리조트 사고 밀항 시도하고…

저축은행 CEO들의 도덕적 해이 역시 극에 달했다. 김창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영업정지 처분을 앞두고 203억 원의 회삿돈을 빼돌려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됐다. 체포 당시 그는 1200만 원을 현금으로 지니고 있었다. 검찰은 그가 몇 달 전부터 도피를 계획했고 이 돈을 도피자금으로 쓰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일보 7일자 머리기사
 
그는 몇 년 사이 석연치 않은 대출과 투자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김 회장은 아프리카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부풀려 주가를 조작했다는 광산 개발업체 CNK에 거액을 투자했다. 그는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에 연루됐던 서미갤러리에 미술품과 부동산을 담보로 285억 원을 대출해줬다.

김 회장은 고객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제3자를 내세워 미래저축은행으로부터 1500억 원 정도의 불법대출을 받아 충남에 총 27홀 규모 골프장 겸 온천 리조트를 만들어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 리조트는 시가가 2000억 원대에 이른다. 

김 회장은 80년대 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가짜 서울대 법대생 사건’의 장본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가짜 서울법대생 행세를 하며 서울법대 교수를 주례로 세워 명문여대 졸업생과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는 최근 몇 달 새 멀쩡한 계열사를 파산시켜 파산 배당금으로 30억 원을 챙기고 본의 명의 시가 40억 원대 고가 아파트를 부인 명의로돌리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장관·금감원 출신 대거 포진…연합인포맥스 감사도 사외이사

저축은행 회장들이 부실을 감추기 위해 정관계 로비를 했는지도 반드시 짚어볼 대목이다. 서울신문은 2면 기사 <장관·금감원·감사원 출신…4개 저축銀의 ‘빽’들>에서 “솔로몬·한국·미래·한주 등 4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받으면서 정·관계 고위직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임석 회장은 취임하면서 금융당국 출신들이 대거 영입됐다. 김상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상근고문을 2년 정도 역임했고, 2007년 8월에는 강대화 전 금감원 심의제재국장이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김강현 전 금감원 분쟁조정실 팀장과 윤익상 전 금감원 부국장도 감사를 지냈다. 장태평 전 농식품부 장관도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한국저축은행은 2004년 금감원 출신인 허만조씨를 감사위원으로 임명했고, 2006년에는 금감원 출신의 이성로씨에게 사외이사직을 주었다. 신재극 전 감사교육원 교수부장은 2009년 8월에 이사로 새로 왔었고 2011년에도 재선임돼 논란을 빚었다.

금감원 외에 전직 장관과 법조·언론인들도 이들 저축은행에 재직했다. 솔로몬저축은행 사외이사에는 정충수 전 대검찰청 강력부 부장, 문원경 전 행정안전부 차관이 있었다. 장태평(현 한국마사회장)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2010년 사외이사였다. 한국저축은행의 경우 홍성표 연합인포맥스 감사가 현재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청와대와 중앙일보, 외압 행사 했나

청와대와 중앙일보의 수상한 땅거래가 일어난 배경엔 홍 회장이 원래 소유했던 삼청장을 교육문화시설로 활용하려고 하는 구상을 청와대 경호실이 막으려 하면서 벌어졌다. 삼청장은 청와대와 바로 붙어있는데 불특정 다수가 드나들면 경호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였다.

청와대가 삼청장 매입을 추진하면서 청와대와 중앙일보 간의 줄다리기가 1년 가량 이어졌고 결국 홍 회장이 전통문화 보존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삼청동 부근의 통의동 땅을 가져가고, 청와대가 삼청장을 확보하는 교환이 일어났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특혜가 제공됐는가 여부다. 청와대가 지난해 2월 11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삼청동 땅과 맞바꾼 통의동 땅은 조금만 파내려 가도 유물과 유구(옛 토목건축의 자취)가 나오는 곳이어서 지하층 건축 허가가 좀체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문화재청은 이례적으로 지하층 공사를 허용했다. 한겨레가 머리기사 <청와대 소유 궁궐처 홍석현 회장에 간 뒤 지하공사 이례적 허가>에서 전했다.

최근 5년 동안 종로구청에 통의동 일대 지하층 신축 허가가 신청된 것은 4건인데 지하유구가 나온 3건 가운데 문화재청이 ‘지하 유구의 일부 복원·이전’을 조건으로 홍 회장 땅에만 지하층 공사를 허용했다.

인근 다른 건물의 지하층 공사가 불허된 것과 달리 청와대와 땅을 맞교환한 홍 회장 쪽에 주는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이유다.

홍 회장은 또 청와대가 땅을 맞바꿈으로써 2년 만에 25~53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회장의 통의동 땅 면적은 185평으로 지난해 1월1일 기준 공시지가는 27억여 원이지만 시세는 65억~93억 원 수준이었다. 홍 회장은 2009년 2월 삼청동 땅을 낙찰받은 가격(40억1000만원)에 견주면 결과적으로 꽤 많은 수익을 올린 셈이다.

한 중개업자는 “경복궁 발 옆 도로가인데다 문화거리가 형성돼 있어 상당히 좋은 땅”이라며 “지하 공사까지 허가받았다면 아무리 낮게 잡아도 평당 5000만 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파 반발…“종파가 조직 망친다”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가 대표단과 경쟁부문 비례대표 전원 사퇴‘를 경의했으나, 당권파 쪽 비례대표인 김재연 당선자가 사퇴 거부를 선언하는 등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사태가 격렬한 갈등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경선 부정의 수습책은 둘러싸고 두 세력 사이에 갈등이 수습이 되지 않는 것은 이번 사태를 보는 양쪽의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비당권파는 이번 사안을 ‘투표부정뿐 아니라 진보정당을 운영했던 방식의 문제’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권파는 ‘억울할 수 있지만 감당하라’는 주문은 문제해결 방식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사실관계도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자신들에게 모든 정치적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불만도 있다.

진보정당에서 선거부정이 일어난 까닭과 이를 수습해야 하는 당권파가 제대로 된 자기반성과 혁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당권파의 뿌리 깊은 ‘패권주의’와 낄끼리 모이는 정파주의가 원인으로 꼽혔다. 한겨레가 1면 기사 <“선거부정 아니라니 소름”…낡은 정파 질서 깨야>에서 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한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국가보안법에 의해서 언제든 붙잡혀 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동료에 대한 애착이 무척 강했다. 하지만 같은 정파의 동료 이외에는 자신들의 사상을 지키기 위한 도구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것이 결국 다른 세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패권주의로 드러났다. 민주노동당 시절에도 자기 정파의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대리투표를 하거나 투표함을 옮기며 표를 모으는 일을 했었다”고 말했다.

2006년 당대표 선거 직후에도 위장전입, 집단 주소이전, 당비 대납. 대리투표 등의 부정선거 의혹이 공개적으로 제기됐지만 그럴 때마다 제대로 치유하지 않고 문제를 봉합한 점도 이번체럼 최악의 사태를 불러온 배경이 됐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당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논의하면 자칫 보수세력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게 되고, 그러면 당 존립 자체가 위험해진다고 판다해 문제가 있다고 여겨도 덮고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진보 인사들의 시선은 차갑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현장에 가보면 활동가들 어깨가 바닥까지 처져 있다. 조합원들이 후원금 돌려달라, 탈당한다 난리란다. 현장이 무너진 자리, 종파만 독버섯처럼 자란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정당투표에서 통합진보당 찍은 사람들이 이 꼴 보려고 4번을 택한 게 아니다. 수가 많다고 하여 계파의 이익이 당의 이익을 압도, 지배하는 것, 정당 바깥 진보적 대중의 눈을 외면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꼬집었다.

해결책은 뭘까.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현 상황을 4년 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열에 빗대는 시각이 많은 것 같은데, 이번엔 당이 깨지진 않을 것 같다”며 “그땐 정파 간의 싸움이었지만, 지금은 국민참여당이란 이질적 세력과 민주적 절차를 둘러싼 경쟁”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당권파가 한반 물러나 ‘당내 야당’의 지위를 받아들이는 등 제대로 수습하기만 한다면, 각 정파가 경쟁을 통해 각자 특성을 발전시키는 진정한 통합진보 체제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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