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으로 마주보고 달려오는 기차 같다.”

MBC의 한 간부는 파업사태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파업 이후 대화를 거부하고 노조를 강공으로 밀어붙였던 김재철 사장은 파업 와중에 눈엣가시였던 시사교양국을 해체하는 조직개편과 친위체제를 굳히는 인사까지 단행하며 스스로 대화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MBC 노동조합은 파업 동력은 여전했지만 장기간의 파업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특히, 예능부문에서 제작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오면서 고민이 깊어지던 국면이었다.

MBC의 한 간부는 “김재철 사장도 법인카드 유용과 무용가 J씨에게 특혜를 몰아줬다는 배임혐의로 수세에 몰려 있었지만 노조도 퇴로가 없는 싸움에 고민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노조가 낙하산 사장 퇴진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으로 투쟁 역량을 집중해 활로를 찾아보려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사측이 조직개편과 인사라는 노조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MBC 내부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을 징계보다 더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노사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온건한 목소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이제는 양쪽 중 어느 한쪽이 끝장나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MBC의 한 기자는 “노조원들이 장기간 파업으로 피로가 누적돼 노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던 때에 사측이 오히려 파업 동력을 높여주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밝혔다.

MBC 노조 관계자도 “김 사장이 노조가 파업을 접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BC를 이런 상황으로 대선까지 끌고 가 불공정 방송을 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노조는 24일 이번 조직개편과 후속인사를 강하게 비난하고 “사장 사퇴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노사가 한 치의 양보 없이 충돌하는 상황 속에서 MBC의 경쟁력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파업 이전 9%에 가까웠던 MBC 평균 시청률은 계속 추락해 6%로 떨어졌다. 들쑥날쑥한 것도 아니고 지속적인 하향추세다. 4월부터는 광고에서도 직접적인 타격이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총선 방송도 제대로 치러내지 못한 MBC는 방송사들이 올해 가장 큰 이벤트로 준비하고 있는 런던올림픽 중계에서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올림픽까지는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두 달 전 현지로 출발해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다.

MBC 사측이 지난 19일 특보를 통해 파업 중인 구성원들에게 “만약 노조가 올림픽 방송까지 보이콧한다면 시청자들은 MBC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며 업무 복귀를 명령한 게 전부다.

MBC의 한 PD는 “사측이 파업 퇴로를 원천봉쇄하면서 모든 방송파행 책임은 파업참가자들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MBC 구성원과 경영진의 현실인식에 심각한 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노조는 로비에서 무기한 노숙 투쟁을 시작하는 한편, 25일 김재철 사장을 배임혐의로 추가 고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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