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을 수 없다. 공장으로 돌아가자.”

빗줄기가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21일 오후, 사람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이다. 2000여 명의 사람들은 울분에 차 있었다. 오후 2시부터 평택역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희생자 범국민 추모대회'를 마친 이들은 빗줄기를 뚫고 공장 앞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상복을 입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선두에서 행렬을 이끌었다. 상여와 22개의 운구행렬이 그 뒤를, 비옷을 입은 시민들이 그 뒤를 따랐다.

오후 4시45분, 행렬이 공장 앞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경찰은 공장 앞을 굳게 막아섰다. 방패와 헬멧으로 무장한 경찰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이들을 맞이했다. 공장 안 옥상에는 사측 관계자로 보이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우산을 받쳐 들고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에 젖은 상복을 입은 쌍용자동차 노조 김정우 지부장이 맨 앞으로 나섰다.

“너희가 왜 우리를 막아! 너희가 뭔데! 너희 가족 친구가 스물두명이 죽었다고 생각해봐!”

조합원들은 공장을 막아선 경찰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시민들도 합세해 거친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은 “진정하라”거나 “이성을 찾으라”는 방송을 되풀이했다. “폭력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거나 “사법처리 하겠다”는 말도 했다.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다!”고 절규하는 이들의 귀에는 경찰이 쏟아내는 단어들이 들어올 리 없었다.

경찰은 곧장 최루액을 뿌려댔다. 최루액은 무차별적으로 뿌려졌다. 따가운 액체가 얼굴과 눈을 때렸다. 경찰 몇몇이 끌려나오기도 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하던 대로 평화롭게 집회를 해달라”고, 또 “경찰은 여러분의 적이 아니”라고 거듭 방송을 이어갔다. 대치는 30여분간 이어졌다. 이번에도 공장 문은 열리지 않았다.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의 분노와 절규가 길바닥에 쏟아졌다.

이어 공장 앞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천도제가 거행됐다. 무대 앞에 놓인 22개의 관 앞으로 사람들이 두 손을 모으고 섰다. 지금까지 집계된 것만 22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다. 조계종 총무원 소속 스님들은 이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법문을 읽어내려갔다. ‘나무아미타불’의 ‘아미타불’은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 노동자도 자본가도 없는 세상을 뜻한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사람들은 말없이 세상을 떠난 이들의 극락왕생을 한 마음으로 빌었다. 회색빛 하늘이 이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어 저녁 6시30분부터는 희생자 추모문화제가 개최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민주통합당 문성근 당대표 권한대행과 통합진보당 심상정 공동대표도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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