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들이 정신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이주노동자 후원회 정영섭 사무국장은 최근 수원 살해사건 이후 트윗에서 이자스민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자를 비방하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면서 외국인 혐오증(제노포비아)를 경계해야 한다는 보수 언론의 보도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과거에는 오히려 외국인 혐오증을 부추겨놓고 최근 외국인 범죄 사건이 커지자 이자스민 당선자를 끌어내 외국인 혐오증을 경계해야 한다고 외치는 언론보도는 정신 분열에 가깝다는 것이다.

정 사무국장은 "과거에는 미등록 체류자를 범죄자와 동일시해서 은연 중에 잠재적 범죄자로 이미지 조작을 한게 보수 언론들"이라고 꼬집었다.

구로, 안산, 동대문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 대해서는 '밤길이 무섭다', '외국인이 칼을 들고 설치고 다닌다'는 자극적고 선정적인 제목으로 언론 보도를 하고, 외국인 범죄는 더욱 잔인하고 흉폭하다는 인상을 심어줘 제노포비아를 부추긴 게 보수언론들의 행태였다는 것이 장 사무국장의 주장이다.

정 사무국장은 "나쁜 외국인과 미등록 체류 외국인에 대해서는 완전 기생충과 동일시해 몰아내야 하는 대상이라고 하고, 범죄자로 낙인을 찍고, 배제 축출시키는 것은 폭력적인 방식의 인종 차별적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무국장은 또한 "반면에 한쪽에서는 다문화를 얘기하면서 시혜적이고 착한 한국인을 조작해냈다"며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지만 착하고 불쌍한 외국인을 품어주겠다는 우월의식 또한 인종차별의 또 다른 한 측면"이라고 지적했다.

최소한 보수 언론들이 제노포비아를 화두에 올리려면 시혜적인 시각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인권 문제나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강압적인 단속 방식 등에서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일례로 조선일보는 지난 18일자 <인권 팔던 진보, 이자스민씨 향한 돌팔매 그냥 보고 있나>라는 사설에서 "세계 어디서나 진보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이주민 권리 보호에 앞장선다. 그게 진보의 윤리"라며 "그러나 우리 정치의 진보는 이런 진보의 세계 표준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훈수를 뒀지만 조선일보 역시 이주민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얼마큼 진정성 있게 제기했는지 스스로 돌아볼 대목이다.

중앙일보는 커밍아웃을 한 사례다. 중앙일보는 지난 14일자 <엄격한 단속이 '외국인 혐오' 줄인다>는 제목의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의 기고문에서 "그동안 외국인 범죄자 대부분이 이주 노동자로서 사회적 약자라는 점에서 비롯된 온정적 정서와 인종 혐오증의 폐해를 막연히 우려하는 분위기 탓에 심도 있는 논의 자체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불법 체류 외국인 또는 외국인 범죄인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단속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사무국장은 "이같은 시각은 정부 정책 틀에 갇혀 있는 모양새다. 용어 자체가 불법 체류자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사무국장은 "미등록 체류자 중에는 비자관리가 만료된 사람이 많고, 이주민 정책 제도의 문제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체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싸잡아서 법을 어겼기 때문에 범죄자라고 하고 있다. 사실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서 "불법 체류자는 불법을 저질렀으니 단속을 해야 하고, 단속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 문제는 어쩔 수 없는 부수적인 일로만 치부해버린다"고 지적했다.

결국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부 당국과 시민 단체, 언론들이 외국인에 대한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방안을 공론화를 시켜야 외국인 혐오증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크다.

특히 이주노동자에 대한 언론 보도의 이면에는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이 없으면 사실상 경제 밑바탕을 유지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외국인 혐오증에 커질 경우 추방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경계하면서 적당히 관리 통제를 하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사무국장은 "제노포비아의 사회적 요인, 정책적 요인은 무엇인지 왜 극심하게 반발하는지 깊은 고민과 진단이 빠져 있다"면서 "언론에서 제대로된 평등이 무엇인지 그런 부분들을 깊이있게 다뤄줘서 외국인 문제를 공론화 시켜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정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의 제노포비아 현상에 대해 "2008년 이후 경제 위기가 오면서 자기 일자리가 없어지고 특히 서민과 하층민들이 그 원인을 정부나 자본가 집단에게 화살을 돌리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약한 집단으로 돌려 상대적 박탈감을 표출한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제노포비아의 수준은 조직된 반인종집단이 있는 서구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온라인상에서 소수로 조직된 반다문화주의자 수준을 넘어선 확대 현상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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