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성추문’으로 파문을 일으킨 친박근혜계 김형태 당선자의 출당을 유보하기로 했다. 또 ‘논문 표절’ 의혹으로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문대성 당선자의 출당도 유보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대변인은 16일 비상대책위원회 비공개회의 브리핑을 통해 “중요한 것은 팩트라고 생각을 하고, 또 당에서 우리 문대성 당선자 관련해서도 학교 측에서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하고 있고, 또 김형태 후보는 법적공방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간섭을 해서 할 수 있는 그런 역량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당초 경북 포항 남·울릉군 국회의원 당선자인 김형태 당선자와 부산 사하갑 문대성 당선자에 대한 출당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16일 새누리당 비대위 회의에서 전격적인 ‘출당’ 결정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는 김형태 당선자와 문대성 당선자를 일단 품기로 했다. KBS 출신인 김형태 당선자는 ‘박근혜 언론특보단장’으로 자신을 소개한 인물이다.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언론 분야를 담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친동생의 아내를 ‘성폭행’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오른 인물이다.

김형태 당선자를 둘러싼 문제는 친인척 ‘성폭행’ 논란이라는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었지만, 총선을 앞두고 주요 언론들은 ‘김용민 막말’ 논란에 보도의 초점을 맞춰 여론의 집중포화를 빗겨갈 수 있었다.

그러나 총선이 지나면서 김형태 당선자의 행위를 둘러싼 구체적인 증언이 언론에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형태 당선자의 친동생 부인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성폭행 시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면서 필요할 경우 ‘녹취록’ 전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형태 당선자의 친동생 부인은 김형태 당선자의 출당 정도로 사태가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서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게다가 문대성 당선자는 논문표절 문제로 IOC 위원 박탈 위기에 처했다. 특히 외국 언론이 한국을 ‘표절 공화국’으로 몰아가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제적인 망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영남권 지원 유세로 선거승리를 이끌었지만, 김형태 문대성 사건처럼 곳곳에 암초가 남아 있는 상태다. 문제는 김형태 문대성 처리 여부가 새누리당의 ‘총선 민심’ 수렴에 대한 척도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단호한 결정’보다는 일단 관망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대학에 맡기고 법적인 공방으로 가서 결론이 날 것이고, 또 그에 따라 당규에 따라서 조치하면 되는 것이다. 대학이나 법조계에 이렇게 해야 된다고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박근혜 위원장의 이러한 모습이 ‘쇄신 타이밍’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형태 당선자가 친박근혜계 쪽 인사라고는 하지만 도덕성에서 치명타를 입을 경우 그를 품는 새누리당, 특히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일단 보류 결정을 내렸지만, 출당 문제는 여당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총선 끝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 민심을 외면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새누리당이 정치적 부담에도 김형태 당선자를 일단 품은 이유는 원내 과반 의석 유지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152석을 얻으면서 과반 의석 달성에 성공했지만, 아슬아슬한 과반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일단 19대 국회가 열릴 경우 새누리당 몫의 국회의장은 당적을 ‘무소속’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국회의장의 마음이 새누리당 쪽에 가 있다고 해도 당적은 무소속이기에 새누리당 의석은 한 석 줄어든다는 얘기다. 김형태 당선자와 문대성 당선자의 출당 결정을 내릴 경우 새누리당 의석은 당장 149석이 되면서 원내 과반 의석이 깨지게 된다.

김형태 당선자와 문대성 당선자가 국회의원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무소속’으로 활동하더라도 마음은 새누리당 쪽에 가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그런 모습이 계속될 경우 새누리당의 결정은 결국 ‘위장 출당’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의 출당 결정은 곧 원내 과반의석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일단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의회 과반의석이 무너지면 당장 원구성 협상에서 여당의 협상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에서 야권은 5대 5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김형태-문대성 당선자를 품는 것도 여당에는 부담 요인이다. 특히 김형태 당선자의 경우 사안 자체가 워낙 휘발성 있는 사안인데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이 계속 품기에는 부담이 크다.

총선 전 ‘김용민 막말’ 사건에 융단폭격을 가했던 조중동과 방송사들이 ‘김형태 사건’에는 어떤 보도태도를 보일 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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