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 서울 지역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전승할 것으로 예상되자 새누리당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11일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6시전부터 서울 여의도에 있는 당사 상황실은 카메라와 기자들로 붐볐다. 5시 51분 경 가장 먼저 도착한 이준석 비대위원은 그 자리에 있던 비례대표 후보 2번인 김정록 전국장애인연합회장에게 “안녕하세요, 이제 의원님이시네요”라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4분 뒤 이상돈 이양희 조동진 비대위원과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 권영세 사무총장이 들어오자 자리에 있던 당 관계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요란한 박수를 보냈다. 빨란 점퍼를 입은 당 관계자들과 달리 자켓 차림의 박근혜 위원장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고생하셨어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상황실 안에 있는 KBS·MBC·SBS 지상파 3사와 YTN·MBN 방송 화면에서 출구조사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박 위원장은 TV모니터로 시선을 집중했다. 

방송사 대부분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각각의 예상 당석 수를 130~153석로 비슷하게 점치자 상황실은 일순간 떠들썩해졌다. 박 위원장은 예상했다는 듯이 별다른 미동 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양희 위원에게 “박빙이네”라고 조그맣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서울에서의 예상 당선자가 발표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박 위원장을 비롯한 당 관계자들은 침묵하며 묵묵히 화면만 응시했다. 대표적인 친박계인 홍사덕(서울 종로)를 비롯해 당내 주력주자인 권영세(영등포을) 사무총장이 민주통합당 신경민 후보에게 뒤지고, 정몽준(동작을) 전 대표와 홍준표(동대문을) 전 대표 모두 민주당 후보에게 지는 것으로 나오자 “아…”, “아니”와 같은 탄식이  여기저기서 새어나왔다.

이재오(은평은) 전 특임장관과 전재희(경기 광명) 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뒤지고, 새누리당 텃밭 지역이라고 불리는 송파을에 출마한 유일호 후보 역시 민주통합당 천정배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하자 분위기는 점점 더 가라앉았다.

박 위원장은 대략적인 출구조사가 발표된 6시 12분 경 자리를 떴다. 그는 비대위원들에게 “수고하셨어요”라며 악수를 건넸다. 마지막으로 탈락이 예상된 권영세 사무총장에게 짧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박 위원장을 따라가려는 기자들로 상황실이 한 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자 당 관계자는 “따라가지말라”며 기자들을 제지하기도 했다.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은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기 전 당이 어려웠고 총선 전망은 암담했다. 그런 상황에 비하면 당의 쇄신과 변화 노력을 상당부분 국민이 평가한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 개표가 완료되지 않았다. 신성한 주권 행사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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