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당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영·호남과는 달리 수도권은 정부·여당의 실정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지역이다. 수도권 총선 결과를 보면 민심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중 서울 마포을 지역이 지니는 의미는 조금 더 각별하다. 우연찮게도 마포을의 당선 의원의 정당과 제1당이 일치하는 사례가 빈번했던 까닭이다. 강용석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이 당선된 지난 18대 총선에서 제1당은 한나라당이었다.

17대 총선에서도 정청래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의 당선과 함께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됐다. 15,16대 역시 박주천 의원의 당선과 함께 그가 속해있던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제1당으로 등극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마포을 선거 결과에 많은 시선이 쏠려있다. 김성동 새누리당 후보와 정청래 민주통합당 후보의 양자 구도 속 권완수 청년당 후보, 서현진·강용석 무소속 후보가 소소한 지지율을 얻고 있다. 

KBS MBC SBS등 방송 3사가 지난달 31일과 1일 코리아리서치 미디어리서치 TNS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 후보(36.9%)는 김 후보(25.2%)와 강 후보(5.9%)를 오차범위(±4.4%포인트) 밖으로 따돌렸다. 정청래 후보가 일찌감치 다른 후보들을 앞질러 나가고 있는 셈이다.

정 후보의 우세는 부자감세, 언론장악, MB친인척 비리 등과 함께 민간인 불법사찰까지 터지면서 ‘MB심판론’이 2040세대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민심에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정 후보가 오랫동안 지역에서 자신의 기반을 닦은 결과라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5일 망원동, 합정동, 서교동 등에서 만난 주민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상관없이 정 후보가 “지역에서 활동을 많이 했다”며 그의 당선을 점쳤다. 합정동에 사는 정운용(70)씨는 “정청래가 노력을 많이 했다. 국회의원이 아닐 때도 계속 주민들을 만나면서 챙겼다”며 “이번에 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물론 젊은 층에서는 현 정권과 새누리당에 대한 거부반응에서 정 후보를 지지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다소 센 봄바람이 불었던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주변을 아이와 한가로이 거닐던 구모씨(32·여)는 “아무래도 새누리당은 좋지 않게 생각하고 바꿔야 한다고 본다”며 “원래 아줌마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데 모이면 정권에 실망했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주변 분위기를 들려줬다. 

주부 유정현(34·여)씨도 “원래 여당은 별로 안 좋아해서 민주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민간인 사찰이나 정권심판 여론이 선거에 영향을 많이 줄 것 같다”고 봤다.

정 후보도 여느 민주당 후보들처럼 정권심판론을 부각했다. 합정역 네거리에서 한 퇴근길 유세의 주요 내용도 ‘못 참겠다, 바꾸자’였다. 정 후보는 “MB정권 4년 동안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나. 4대강사업으로 토목사업으로 국가예산이 바닥나고 서민경제는 파탄에 이르렀다”며 “4월 11일날 국민의 힘으로 MB정권을 심판하자”고 호소했다.

정 후보 캠프 측은 이날 자신이 특정 언론의 ‘허위보도’로 지난 총선에서 낙선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지역구 의원으로 활동했던 정 후보는 18대 선거에서 강용석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했다. 당시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는 ‘정 후보가 초등학교 교감에게 폭언을 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이후 허위보도로 판결났다.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에게 10%p 이상 뒤쳐졌지만 김성동 후보도 결코 쉬이 볼만한 상대는 아니다. 정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김 후보는 원로정치인 김수환 전 국회의장의 아들이며 4년 연속 ‘국정감사 최우수의원’으로 뽑힌 사실을 들어 ‘일 잘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실제로 마포을 일대를 다니면서 만난 주민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김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망원동에 사는 김상훈(39)씨는 “무상포퓰리즘을 내세우는 민주당보다는 새누리당이 낫다. 대안 없이 정권을 비판하는 것이 싫어서 1번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했다.

서교동에서 부동산을 하는 조모씨(42)도 “원래 보수 성향이어서 새누리당을 지지했다. 이번에도 김성동 후보를 뽑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합정동 주민의 최대 현안인 ‘홈플러스 입점 반대’를 공약 1번으로 내걸며 그 지역 상인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이날 김무성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함께 망원시장을 찾아 쉴새 없이 상인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하는 말은 단 한가지였다. “홈플러스 확실하게 막아내겠다”는 김 후보를 대하는 상인들은 “꼭 그렇게 해달라”며 손을 맞잡았다.

‘홈플러스 입점 반대’가 선명하게 새겨진 연두색 조끼를 입은 이곳 상인들은 “우리에게는 정권심판론보다 홈플러스를 막는 게 더 시급하다”며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했다. 과일가게를 하는 김낙주(51)씨는 “정청래가 지역 기반이 좋다”면서도 “김성동이 홈플러스 문제에 훨씬 더 적극적이어서 그 쪽으로 마음이 더 간다”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유기농 상점을 하는 임창선(58)씨는 “정작 대형마트 입점을 반대해야 하는 쪽에서는 강한 드라이브를 걸지 못하고 이를 야기한 쪽에서 강하게 나오지 혹 하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당 대결 속 제3의 정당에 기대를 거는 주민들도 있었다. 망원동에서 미용실을 하는 전희정(42·여)씨는 지지하는 후보를 묻자 “청년당”이라며 “학생 키우는 엄마니깐 등록금 문제에 관심이 많다. 대학생들이 만들었다니 더 호감이 간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