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4일 방송인 김미화씨를 상대로 고소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의 사찰 주장을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통해 처음 보도한 MBC 노동조합은 "사찰도 모자라 소송까지 냈다"고 국정원의 행태를 비난했다.

국정원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지난 2010년 5월을 전후 해 국정원 직원이 두 차례나 김씨를 찾아갔으며, 이 자리에서 VIP(대통령)가 못마땅해 한다고 말했다는 김씨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김씨가 주장하는 시기에 국정원 직원이 김미화씨를 접촉한 적이 없으며 김씨 주장과 같은 발언을 한 직원도 없다"고 반박했다.

국정원은 김씨 뿐만 아니라 김씨의 인터뷰를 처음 보도한 MBC 노조의 <제대로 뉴스데스크>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법적 대응 사실이 알려지자 MBC 노조가 즉각 발끈하고 나섰다. MBC 노조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어 "이미 김미화씨 뿐만 아니라 김제동씨까지 2010년 5월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 1주기를 전후로 국정원 직원이라고 밝힌 사람이 두 차례에 걸쳐 찾아왔다고 밝힌 상태다. 심지어 'VIP가 못마땅해 하신다. 걱정하신다'는 내용의 말도 같다"며 "게다가 두 사람 모두 국정원 직원을 만난 이후 줄줄이 방송에서 쫓겨난 것도 똑같다"고 반박했다.

MBC 노조는 "특히 김미화씨에 대해서만 명예훼손 소송을 내겠다고 한 것은 김제동씨에 대한 사찰에 대해서는 스스로 인정한 것인가"라며 "민간인, 연예인 사찰이라는 행태에 가해지는 전 국민적인 비난에 사과는커녕 법적 대응이라니 이 정권의 뻔뻔함과 오만함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MBC 노조에 따르면 김씨는 국정원의 법적 대응 사실을 접하고 "사람 만난 사실을 가지고 만났다고 말했을 뿐인데, 그걸로 무슨 명예가 훼손되냐. 국정원이란 단체가 명예훼손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정원이 법적으로 대응한다면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또, 국정원 직원을 만난 사실을 털어놓은 뒤 자신의 트위터에 "어제 제가 좀 힘들었습니다. 세상이 무섭다...란 생각도 들었구요. 전에 제가 그랬죠. 제 인생 지켜봐 주시라구요. 제 삶이 점점 다이나믹해지네요. 여러분이 용기주셔서 힘이 납니다. 불끈! 불끈!"이라고 자조 섞인 말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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